[기독일보 박용국 기자] “나이는 어려도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은 결코 부족하지 않습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 목사, 이하 본부)가 10일과 11일, 정신여자고등학교(교장 최성이)에서 생명나눔채플을 드렸다. 이번 채플은 최근 장기기증 희망등록 가능 연령이 기존 19세에서 만 16세 이상으로 낮춰짐에 따라 마련됐으며,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첫 장기기증 캠페인으로 이목이 집중됐다.
채플은 이틀에 걸쳐 전 학년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생명사랑과 존중 그리고 생명 나눔에 대한 설교 후에 학생들의 자발적인 장기기증 의사 표시 참여 순으로 이어졌다.
장기기증 미담사례를 통해 생명 나눔의 가치를 전한 이사장 박진탁 목사는 “지금 이 시간에도 병마로 힘겹게 살아가는 친구들이 많다”며 “자신뿐 아니라 친구의 생명까지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여러분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현장에 함께한 학생들은 예배를 앞두고 새롭게 제작된 장기기증 의사 표시 카드에 각자 자신의 이름을 적으며 생명나눔운동에 함께하겠다는 마음을 표현했고, 이틀간 모두 258명이 동참 의사를 밝혔다. 한 학생은 “헌혈에 참여할 때마다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다”면서 “오늘 장기기증 의사 표시를 하면서도 비슷한 마음이 들었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기분”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무엇보다 이번 정신여고에서 진행된 고등학생 대상 첫 장기기증 캠페인이 더욱 관심을 끈 것은 과거 국내의 헌혈운동 역시 정신여고 학생들의 용기 있는 헌신이 불씨가 되어 전국으로 널리 확산됐기 때문이다.
박진탁 이사장이 한국헌혈협회를 창립하고 얼마 뒤인 지난 1970년, 정신여고 채플에서 “피가 없어 군인들이 병원에서 숨져가고 있다”고 호소하자 학생 80여 명이 헌혈에 참여해 국방부에 전달했다. 당시는 매혈이 횡행했던 때였던 만큼 어린 학생들의 이 같은 행동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왔고, 결국 1973년부터 군이 헌혈로 전환한 데 이어 1981년에는 매혈이 금지되는 성과를 거뒀다.
박 이사장은 “50여 년 전 정신여고 학생들의 아름다운 마음으로부터 시작된 헌혈은 현재 10대 학생들의 참여가 전체의 30%를 차지하고 있다”며 “다시 한 번 이곳에서 시작된 장기기증의 물결이 널리 퍼져 나라 전체에 생명 나눔의 문화가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본부는 지난 2010년부터 시·도교육청의 협조로 매년 전국의 중·고등학교를 방문해 청소년 생명존중 프로그램 ‘생명사랑 나눔 운동’을 펼쳐 지난해까지 모두 1,654개의 학교에서 951,742명의 학생들이 생명존중교육에 참여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미래의 잠재적 장기기증 희망등록자들에게 생명 나눔을 알리는 홍보 활동에 불과했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 7월 16일부터 국내 장기기증 희망등록 연령을 기존 만 19세 이상에서 만 16세 이상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개정함에 따라 이제 고등학생들도 자기 의사만으로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본부는 앞으로 지방 교육청 및 일선 고등학교와 협조해 청소년들의 장기기증 인식 개선에 앞장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