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NCCK는 광복절 기념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분단은 우리 민족 공동체의 원죄”라며 “억압·갈등·미움을 낳고 냉전 이데올로기를 극복할 창조적 상상력의 날개를 꺾였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분단은 편 가르기를 일삼던 독재정권의 자양분 이었다”고 강조했다. 하여 이들은 “분단 극복은 샬롬 곧 총체적 생명을 회복하기 위한 신앙의 과제”라며 “일제강압과 분단 폭력에 굴하지 않던 이 땅의 사람들로 인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우리는 정의와 평화의 순례의 길에 언제나 방해세력이 있다”며 “일본이 과거에 대해 어떤 뉘우침 없이, 경제보복으로 동북아 평화를 헤치는 어떤 행위에 반대 한다”고 역설했다. 하여 이들은 “가해자인 일본은 언제나 피해자인 한국에 대해 반성의 태도를 보여야한다”며 “위안부 등의 문제에 대해 조속한 사과와 배상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그럴 때 이들은 “과거의 지배야욕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새로운 평화적 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역설했다.
끝으로 이들은 “하나님이 역사의 주관자”라며 “평화를 이루시는 하나님을 향한 믿음의 터 위에서, 한국과 일본의 모든 양심적 종교인과 시민들에게 이 하나님의 평화의 새 역사에 자발적으로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다음은 논평 전문이다.
미래는 역사를 기억할 때 열립니다!
1945년 8월 15일, 한반도는 36년의 일제강점에서 벗어나 광복을 맞았으나 미국과 구소련이 형성한 세계적 냉전체제에 편입되어 분단되었습니다. 우리 민족은 비록 ‘출애굽’은 이루었지만 ‘가나안’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분단과 냉전의 광야에서 고난당하며 살아왔습니다. 분단냉전 체제 하에서 발생한 최초의 열전인 한반도 전쟁은 우리 마음 깊은 곳에 불안과 공포의 씨앗을 뿌렸습니다. 냉전 이데올로기를 극복할 수 있는 창조적 상상력의 날개는 꺾였고, 억압·갈등·미움이 자유·평화·사랑의 자리를 대신하였습니다.
정의와 양심은 아무도 말하지 않는 단어가 되었고, 분단이 만들어낸 수많은 금기와 편 가르기는 독재정권의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분단은 민족공동체를 절망의 한계상황으로 몰아가는 사회적 ‘원죄’가 된 것입니다. 1945년 이후 74년은 분단의 극복 없이 온전한 해방은 없다는 민족사적 교훈을 체득한 ‘미완의 해방 74년’입니다. 분단 극복은 민족공동체의 온전하고 총체적인 생명성의 회복, 즉 샬롬을 성취하기 위해 꼭 필요한 신앙의 과제입니다. 이 과정은 분단의 상처를 간직한 채 상호 적대적 관계를 심화시켜 가는 민족공동체를, 그리스도 안에서 치유되고 화해된 생명공동체로 변화시키기 위한 정의와 평화의 순례를 요청합니다. 우리는 일제 강점과 전쟁의 폐허와 분단 냉전 상황 속에서 진행된 정의와 평화의 순례 여정에서, 일제강압과 분단폭력에 굴하지 않고 하나님께서 지으신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며, 자유와 해방과 평화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이 땅의 사람들로 인하여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자유와 해방, 정의와 평화를 향한 순례의 여정에는 언제나 이를 가로막는 적대적 냉전세력이있습니다.
분단냉전체제를 자신들의 기득권과 경제적 이익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삼은 세력으로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은 물론이요 한국사회 내부에도 존재합니다. 일본의 아베 정권이 일제 식민지 하 강제징용피해노동자 문제에 대한 대한민국 대법원의 배상판결을 문제 삼아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며 경제전쟁을 선언한 작금의 상황에서, 친일냉전세력들은 식민지 근대화론을 내세우며 일본 정부에 굴복할 것을 종용하고 있습니다. 아베 정권은 대한민국 대법원의 판단과 정부의 조치가 1965년 한일기본조약과 청구권협약에 대한 위반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불법을 행한 가해 기업이 강제징용피해노동자 개개인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단은 국가폭력 피해자의 진실, 정의, 배상, 치유에 대한 보편적 인권규범과 완전히 합치합니다. 반면, 일본의 수출규제는 피해자들에 대한 권리구제 조치를 막으려는 경제보복조치라는 점에서 국제법과 국제무역규범의 기초를 흔드는 폭력적 행위입니다. 우리는 식민지배와 전쟁범죄로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일본이 아무런 뉘우침도 없이 다시금 한반도에 대한 침략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현실에 분노하고 저항합니다.
이는 일본의 우익세력과 아베 정권이 ‘아베 노믹스’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평화헌법을 개정하여 군국주의로 회귀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경제침략을 감행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전쟁을 통해 전후 재건의 기회를 얻었던 것처럼 이들은 한반도의 영구적 분단과 극단적 폭력 상황이 자국의 경제침체를 극복하는 가장 손쉬운 해결책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일본이 배제된 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진행되므로 한반도평화체제 구축을 막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이들의 불안감이 경제논리로는 이해되지 않는 경제전쟁을 일으킨 근본 이유입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일본 아베 정권의 근거 없는 경제적 보복조치에 맞서 강제징용, 일본군 성노예 등 일제 침략 피해자들의 진실, 정의, 배상의 권리 실현을 위해 공권력이 해야 할 모든 책무를 성실히 이행해야 합니다. 한반도의 역사정의와 평화는 아베 정권의 제국주의적 경제전쟁의 위협과 타협하며 맞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한국시민사회의 자발적 ‘노 아베’ 운동에 담긴 자주, 자결의 정신과 가치를 존중합니다. 지금 대한한국의 양심적 시민들은 일본의 제국주의적 경제침략전쟁을 겪으며 결코 다시 침략자 앞에 무릎을 꿇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일 양국의 종교·시민사회의 연대를 통해 아베 정권의 반 평화적 경제침략전쟁과 군국주의적 정책에 저항하므로 한반도의 정의와 평화, 평화경제를 반드시 지켜낼 것입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지혜는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했던 아픈 역사를 되새기며 ‘다시는 타국의 지배를 받지 않겠다.’는 한국인의 의지의 표현입니다.
아베 정권도 부디 이 경구를 명심하기 바랍니다. 역사의 가르침은 약소국과 피해자들에게만 유효한 것이 아닙니다. 침략자와 가해자들이 자신들의 부끄러운 역사를 반성하고 이웃 국가에 대한 경제적・군사적 침략의 야욕을 스스로 씻어내지 않는다면, 그들에게 무슨 기대할만한 평화의 미래가 있겠습니까? 일본 국제예술제 기획전에서 '평화의 소녀상' 등의 전시를 중단하는 반민주적 이고 몰역사적인 행태는 일본의 우익세력과 아베 정권이 여전히 침략자요 가해자로서의 정체성을 변증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일본의 양심적인 시민들의 선언처럼 한국과 일본은 서로의 안녕을 위협하는 적이 아닙니다. 우리와 우리의 후손들은 평화롭게 상생하며 ‘동북아시아 공동의 집’을 함께 지어가야 할 가까운 이웃입니다.
아베 정권의 정치적 상상력 속에 동북아시아의 ‘미래의 일곱 세대’가 친구가 되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꿈이 자리 잡기 바랍니다. 우리는 아베정권이 역사의 양심 앞에 바르게 서서 평화헌법을 수호하고, 한국과 동아시아의 피해자들에게 진정어린 사과와 배상을 하므로, 역사의 정의를 세우고 화해의 새 역사를 열어가기 바랍니다. 우리는 일본 정부가 동북아시아 상생의 토대가 되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더 이상 방해하지 말고, 한·일 양국과 아시아, 나아가 온 세계의 정의롭고 평화로운 미래를 위해 진심으로 겸손하게 헌신할 것을 요청합니다. 하나님이 역사를 주관하신다는 믿음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체험으로 얻은 불변의 신앙고백입니다.
우리는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께서 일제 치하로부터 ‘출애굽’을 허락하신 것처럼, 이
제 곧 다가오는 하나님의 때에 평화와 번영과 통일의 ‘가나안’을 이룩하실 것을 믿습니다. 우
리는 이 믿음의 터 위에서 74주년 광복절을 기쁘게 맞이하며 한국과 일본의 모든 양심적 종
교인과 시민들에게 이 하나님의 평화의 새 역사에 자발적으로 동참할 것을 호소합니다. 어두
운 역사를 주권재민의 촛불로 밝히며 불행한 과거사를 기억하고 반성하면서 스스로의 오늘을
변화시켜 나가는 사람들, 작지만 사랑하는 힘으로 모든 생명이 풍성함을 누리는 내일을 열어
가는 사람들, 그들이 진정한 하나님의 사람들이요 역사의 희망입니다. 2019년 8월 15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실행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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