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박용국 기자] 경기도 의회는 지난 5일 양성평등이 아닌 성평등 기본 조례 일부 개정안을 내놓고, 입법 예고했다. 경기도 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 박옥분(민주당) 위원장은 ‘경기도 성 평등 기본조례 일부개정안’과 ‘경기도 성인지 예산제 실효성 향상 조례안’ 2건을 발의했다.
성평등 조례 개정안은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이나 민간사업장에 성 평등위원회를 설치하면, 경기도는 비용과 정책자문 지원을 골자로 한다. 성인지 예산제도 또한 남·여 차이에 따른 결과를 미리 분석해, 예산이 남·여 차별 없이 집행되도록 목표를 정했다.
문제는 양성평등과 성 평등을 혼용해서 쓴 점이다. 성평등 조례 개정안 18조 2에는 양성평등법을 따른다면서, 성 평등 위원회 설치를 규정했다. 기독교시민단체들도 이를 지적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경기도기독교총연합회는 지난 6월 29일 성명서를 통해 “이번 조례 개정안은 동성애 등 성소수자를 옹호하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양성평등이 생물학적 성에 기반 하지만, 성 평등은 젠더라는 개념을 차용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개정안은 남·여 차이를 의미하는 생물학적 성(Sex)보다, 제 3의 성 젠더를 사용하고 있다. 이에 기독교 시민단체들은 ‘양성평등과 성 평등은 같다’는 인식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양성평등과 달리, 성 평등은 젠더라는 범주 안에 LGBT의 평등권을 주장하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도 부산시는 젠더 자문관 임명을 담은 조례를 발의해 논란을 빚었다. 그러다 시민단체로부터 거센 항의에 부딪혀, 결국 조례 개정안 발의는 무산됐다. 당시 부산동성애반대시민연대(이하 부동연)은 6월 15일자 성명서를 통해 “젠더는 생물학적 성과 엄연히 다르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젠더는 타고난 생물학적 성을 따르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생각하는 성을 선택하는 개념”이라고 밝혔다.
또 이들은 “페이스북은 이미 젠더 개념을 반영해, 영국 사용자들에게 71가지 성을 옵션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이들은 “젠더 개념이 보편화된다면, 제 3의 성을 인정해 남·여 구별이라는 성적 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이들은 “지자체가 공식적으로 젠더 용어를 채택한다면, 남·여의 성별 구분을 없애고 다양한 성의 관계를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꼴”이라며 ‘젠더 조례안’ 폐기를 강력 요구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젠더라는 용어 사용은 동성 간 성행위 등을 인정해, 남·여로 이뤄지는 건강한 결혼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이들은 “조례 개정안은 양성평등을 명시한 헌법 36조를 따라야한다”며 “상위법에서 벗어난 조례 개정안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부산동성애반대시민연대는 ‘양성평등과 성 평등’의 엄격한 구분을 촉구한 것이다. 양성평등을 둔갑한 성 평등 용어 사용이 ‘동성애·양성애·트랜스 젠더 등’도 괜찮다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확산시킬 우려 때문이다. 자칫 국민인식이 이렇다면, 일각에선 동성애 동성혼 합법화도 반대 여론 없이 진행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2018년 1월 국회개헌특위 자문위 보고서는 정확히 양성평등과 성 평등은 다름을 말했다”며 “헌법에 성 평등 조항 신설을 위해, 헌법 36조의 ‘양성’을 삭제해야 함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국회 개헌 자문위는 동성혼 합법화도 동시에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경기도 성 평등 기본 조례 개정안'의 핵심은 바로 차별금지법”이라고 단언했다. 즉 그는 “‘고용주’에게 채용, 모집, 인사 등에서 성 평등을 위한 적극적 조치를 요구했다”며 “아울러 성 평등위원회 설치 의무도 부과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사용자에 기업뿐만 아닌, 종교단체, 신학교, 교회, 법인 등이 모두 포함된다는 것이다. 그는 “조례를 통해 신학교, 교회, 법인 등 에게 차별금지가 적용된다면, 성 평등 즉 LGBT 채용을 의무화하라고 요구할 것”이라 지적했다. 결국 그는 "경기도 성 평등 조례 개정안은 차별금지법안과 다를 바 없다”고 못 박았다.
더불어 그는 “지방자치법 제 22조는 조례로 주민에게 의무 부과 혹은 권리 제한을 위해, 상위법의 위임이 있어야 함을 명시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경기도 성 평등 조례안의 상위법인 양성평등기본법은 차별금지의무를 주민에게 부과하는 부분을 명시하지 않았다. 때문에 그는 “법률의 위임 없이 조례로 차별금지의무를 부과하는 것 자체가 위법”이라고 역설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은 사용자가 양성평등에 따라 고용하도록 그 의무를 명시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양성평등에 따른 고용 의무가 특별법으로 이미 마련된 상황"이라며 "경기도의회가 성 평등 조례를 따로 만들 필요는 없다”고 꼬집었다. 이 대목에서 그는 “조례의 진짜 목적은 아마 양성평등이 아닌, 성 평등 곧 LGBT 채용을 의무화 하도록 한 것 아닌가”라는 의심을 표했다.
지난 부천시도 또한 문화다양성 조례를 입법하려다, 젠더·이슬람 옹호 논란으로 시민단체들의 항의에 부딪혀 철회했다. 당시 입법안은 문화다양성 위원회 구성에 있어, 성소수자·이주민 등을 위원으로 위촉하도록 했다. 또 시장에게 차별에 대한 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시민단체들은 문화다양성이란 미명하에 법적차원으로 성소수자·이슬람에 대해 과도한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가했다. 기존 상식과 정서에 어긋난 행동을 보일 때도 이를 법적으로 보호한다면, 일반 다수자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성토였다. 젠더 마을 조성 추진도 부천 시민들의 반발을 기폭(起爆)시킨 뇌관이었다.
한편 성 평등 조례를 발의한 박 의원은 “기독시민단체들은 성 평등 대신 양성평등을 쓰라고 요구했다”며 “성 소수자를 포함한 성 평등은 양성평등보다 더 넓은 개념”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동성애 문제만을 염두 하지 않았다”고 한발 물러섰다.
박 의원의 말대로, 경기도 성 평등 조례는 남·여 평등에서 한 발 나아가 성 소수자에 대한 평등도 염두 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입법예고 홈페이지에는 각각 개정안에 500여개의 반대 댓글이 달린 상황이다. 이런 여론 속에서 앞으로 경기도 의회가 조례를 어떻게 추진해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