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이나래 기자] 지난 5월 24일, 아시아 최초로 동성 간 결혼을 법제화한 대만에서 첫 법적 동성 부부가 탄생했다. 대만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부터 2년 만이다. 한국에서는 5월 21일부터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진행되고 있다. 2000년 시작한 이 축제는 올해로 스무 번째 개최를 맞이했지만, 매년 장소 선정 과정이나 거리 퍼레이드 중 반동성애 진영과과 갈등을 겪고 있다. 특히 서울광장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요즘 그 갈등이 최고조에 달해 있다.
이에 한국갤럽이 2019년 현재 한국인은 동성결혼 법제화, 동성애자 방송연예 활동, 동성애 영향 요인, 동성애를 사랑의 한 형태로 보는지, 그리고 서울퀴어문화축제에 대한 인식을 알아봤다. 일부 내용은 2001년, 2013년, 2014년, 2017년 조사 결과와도 비교 제시했다.
동성결혼 법제화, '찬성' 35% vs '반대' 56%
20대 찬성 우세 vs 50대 이상 반대 우세
한국갤럽이 2019년 5월 28~30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동성애자 커플에게 합법적으로 결혼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 즉 동성결혼 법제화에 대해 물은 결과 35%가 '찬성'했고 56%는 '반대'했다. 10%는 의견을 유보했다.
동성결혼 법제화 찬성 의견은 2001년 17%, 2013년 25%, 2014년 35%로 늘었다. 2013년 4월 뉴질랜드, 이후 프랑스를 비롯해 미국 여러 주에서 동성결혼 법제화가 이뤄져 그해 큰 화제가 됐었다. 그러나 2017년, 2019년 조사 결과는 2014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동성결혼 법제화는 20대에서만 찬성(62%)이 반대(29%)를 앞서며, 30대는 찬반이 각각 49%·45%로 팽팽했다. 50대는 67%, 60대 이상은 77%가 반대해 연령별 차이가 컸다.
동성애자의 방송연예 활동, '문제 된다' 26% vs '문제 없다' 67%
2014년과 비슷: 대부분의 응답자 특성별로 '문제 없다' 의견 우세
동성애자 방송연예 활동에 대해서는 '문제 된다' 26%, '문제 없다' 67%, 의견 유보 7%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응답자 특성별로 '문제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며, 특히 저연령일수록 그러한 경향이 강했다(20대 87%; 60대+ 46%). 동성결혼 법제화와 마찬가지로 5년 전인 2014년과 비슷한 결과다.
현재 지상파·종편 방송 외 여러 영역을 넘나들며 활약하고 있는 홍석천 씨는 지난 2000년 우리나라 연예인 최초로 동성애자임을 고백하는 커밍아웃을 했고, 이후 일정 기간 공개적인 활동이나 방송 출연을 하지 못했다. 그의 커밍아웃 이듬해인 2001년 조사에서는 동성애자 방송연예 활동에 대해 '문제 된다' 40%, '문제 없다' 47%로 찬반 격차가 크지 않았다. 그로부터 14년 후인 2014년이 되어서는 한국인 열 명 중 일곱 명(67%)이 '문제 없다'고 답해 거부감이 현저히 줄었다.
참고로, 이번에는 묻지 않았으나 '동성애자도 일반인과 동일한 취업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비율은 2001년 69% → 2014년 85% → 2017년 90%, '동성애를 이유로 해고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은 2001년 64% → 2014년 79% → 2017년 81%로 증가한 바 있다. 이는 동성애에 대한 개인적 호오(好惡)나 이해 여부와 인권은 별개로 인식됨을 보여줬다.
동성애,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 25%
'양육/사회적 환경에 의해 길러져' 47%
'선천적/후천적 모두 영향 받아' 16%
동성애 영향 요인에 대해 물은 결과, '동성애는 선천적으로 타고난다' 25%, '양육이나 사회적 환경에 의해 길러진다' 47%, '양쪽 모두에 영향 받는다' 16%였고 13%는 의견을 유보했다. 응답자 특성별 경향성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동성애는 선천적으로 타고나는가, 후천적으로 그렇게 되는가는 종교계·의학계 등에서 많은 논쟁이 되어 왔다. 선천적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타고난 대로 살기를 주장하고, 후천적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개인 노력이나 양육/환경에 따라 바꿀 수 있다고 보는 편이다. 이번 조사에 포함된 질문 전반에 걸쳐 동성애에 후천적 영향 요인이 크다고 보는 사람들보다 선천적이거나 양쪽 모두에 영향받는다고 보는 사람들이 더 개방적 태도를 보였다.
동성애, '사랑의 한 형태' 53% vs '그렇지 않다' 37%
'동성애도 사랑의 한 형태' 연령별 응답, 20대 77%
우리나라 국립국어원은 2012년 표준국어대사전의 '사랑'이라는 단어 뜻풀이에 성차별적 요소가 있다는 민원을 받아들여 이를 성중립적으로 수정했다. 이에 일부 종교단체가 동성애를 옹호한다는 민원을 냈고, 2014년 국립국어원은 '사랑'의 네 번째 뜻을 '남녀 간에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기존 안으로 되돌렸다.
2019년 현재 한국인 중 53%는 남자끼리, 여자끼리의 동성애도 '사랑의 한 형태'라고 보며, 37%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9%는 의견을 유보했다. 2년 전인 2017년과 비슷한 결과다. '동성애도 사랑의 한 형태'라는 응답은 저연령일수록 많으며(20대 77%; 60대+ 27%), 50대에서 '그렇다'와 '아니다'가 각각 44%로 팽팽하게 갈렸다.
서울퀴어문화축제, '좋지 않게 본다' 50% vs '좋게 본다' 25%
성인 절반, '이전에 서울퀴어문화축제에 대해 들어본 적 있다'
지난 5월 21일부터 동성애, 양성애,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들의 행사인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이 행사는 성소수자에 관한 강연과 토론, 전시, 영화제, 거리 퍼레이드 등으로 진행된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물은 결과 '좋게 본다' 25%, '좋지 않게 본다'가 50%며 25%는 의견을 유보했다.
연령별로 보면 40대 이하에서는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좋게 본다' 30%대, '좋지 않게 본다' 40% 내외며 50대 이상에서는 61%가 '좋지 않게 본다'고 답했다. 동성결혼 법제화 찬성자 중에서는 48%가 '좋게 본다'고 답했으나, 동성애를 사랑의 한 형태로 보는 사람들 중에서는 긍·부정 의견이 38%·33%로 비슷한 수준이다.
한편 이번 조사에 참여한 성인 두 명 중 한 명(48%)은 '오늘 이전에 서울퀴어문화축제에 대해 들어 본 적 있다'고 답했는데, 동성결혼 법제화 등 평소 동성애 관련 인식과의 상관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다만 서울퀴어문화축제 사전 인지자와 비인지자 모두 '좋게 본다'는 약 25%로 차이가 없지만, '좋지 않게 본다'는 의견은 비인지자(43%)보다 인지자(57%) 쪽에서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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