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다제내성 결핵약 지원만큼은 정치·남북관계와 분리시켜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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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벨 재단 인세반 회장 방북 보고 기자회견 개최
왼쪽은 최세문 이사 오른쪽은 유진벨 재단 인세반 회장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북한 다제내성 결핵 치료약 지원 NGO인 유진벨 재단이 프레스 센터에서 30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유진벨 재단은 4월 23일부터 5월 13일까지 다제내성 결핵 치료약 지원을 위해 방북했다.

유진벨 재단 인세반 회장에 따르면, 다제내성 결핵은 일반 결핵과 다른 처방약이 투여돼야 한다. 일반 결핵 약을 투여하면, 내성이 생겨 치료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재 북한 보건성은 다제내성 결핵 진단을 위해 현미경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병원균이 다 자란 6개월 후에야 병을 발견하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어렵다. 일반 결핵 확산을 촉진시킬 우려가 이 지점에서 생기는 것이다.

다만 ‘진 엑스퍼트’라는 장비로 다제내성 결핵의 조기 진단은 가능하기에, 인세반 회장은 지원을 적극 호소했다. 인세반 회장은 “현재 대북 제재로 인해 다제내성 진단 장비인 진 엑스퍼트 보급이 어렵다”며 “또한 글로벌 펀드의 자금 지원도 끊겨, 일반 결핵약 보급도 공급 하한선을 웃도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결핵 퇴치는 초 정치적 이어야한다”며 “미국이든, 한국이든 결핵퇴치 사안을 정치 분위기에 함몰시키는 우(愚)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결핵 퇴치는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라며 “정치·이념·남북 관계와 상관없이 결핵 퇴치를 위한 대북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북한을 포함한 모든 나라는 대체적으로, 응급지원보다 개발지원을 선호 한다”고 꼬집으며, “큰 건물 세우는 등 눈에 띄는 확실한 변화나 그런 지원을 요구 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현재 유진벨 재단은 북한 보건성과 결핵 퇴치 인프라에 있어, 신뢰를 구축했다”며 “북한에서 결핵 퇴치를 개발지원으로 돌리려는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북한 보건성과 어렵게 설계해 놓은 체제하여, 많은 결핵 환자들이 밀려오고 있다”며 “현재 결핵으로 죽어가는 사람만 16,000명”이라고 설명했다.

다제내성 결핵 진단 기기인 진 엑스퍼트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구체적으로 그는 방북 보고를 전했다. 그는 “결핵을 치료하는 음압실은 24시간 가동돼야 하기에, 비용이 많이 소요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제내성 결핵 약 공급량이 현재 부족하고, 또한 비싸다”라며 “대한결핵협회와 협력 하에, 그나마 일반 결핵약도 공급 하한선을 웃도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그에 의하면, 일반 결핵 환자와 다제내성 환자 간 선별 과정은 진 엑스퍼트 진단 기계를 사용한다. 앞서 밝혔듯, 그간 선별 과정은 현미경을 통한 조직 검사로 결과는 6개월이 걸린다. 조기 진단이 어렵다.

인세반 회장은 “현재 이런 기계가 부족해서, 환자들에게 일반 결핵약을 먹이고 있다”며 “6개월 후 치료가 실패돼, 다제내성 치료약을 투여하면 치료율이 급감 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현재 이 장비가 100개 정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환자는 밀려오고, 다제내성 결핵의 조기 진단을 진 엑스퍼트로 한다”면 “선별적 약제 투여를 통해, 결핵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유진벨은 현재 평양 보건성, 지역 의료진과 협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긴밀한 협조 하에 가능한 일”이라며 “그 과정에서 평양 보건성은 결핵 진단을 우리에게서 배우는 등, 신뢰를 구축하는 공간”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인세반 회장은 결핵 퇴치에 필요한 단계를 설명했다. 순차적으로 ▲진 엑스퍼트 진단 기계 ▲환자의 객담을 체취하는 진단 카트리지 ▲다제내성 결핵이 진단되면 약제 투여 ▲ 음압실 같은 병동 등이다. 특히 인세반 회장은 “다제내성 약 공급만 글로벌 펀드가 100% 제공 한다”며 “그 외에는 유진벨 재단이 맡고 있지만, 진단 카트리지, 진 엑스퍼트 등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나아가 그는 “안 그래도 병원이 부족한 시골·군 단위에, 진 엑스퍼트가 공급된다”면 “조기 진단·퇴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진 엑스퍼트에 태양열을 붙이면, 별도의 전기공급 없이 1주일 동안 사용가능하다”고 밝혔다. 현재 그에 의하면, 평양에 시범적으로 진 엑스퍼트가 공급됐다.

그는 “평양에서 다제내성 결핵약 뿐 아닌, 일반 결핵 치료율도 높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진 엑스퍼트의 보급률이 군 단위로 확산되지 않으면, 내성만 키워 일반 결핵 확산만 부추길 것”이라 우려했다.

끝으로 그는 “일반 결핵약 공급이 원활한 상황”이라며 “다제내성 진단 장비, 진단 카트리지, 다제내성 결핵약, 음압실 보급률은 턱없이 낮다”고 전했다. 하여 그는 “다제내성 결핵 치료뿐 아니라, 내성 증가로 결핵 완전 퇴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특히 그는 “비교적 비싼 응급지원이 아니”라며 “정치·남북 관계와 상관없이 결핵 퇴치 지원이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하여 그는 “북한에서 결핵으로 수 만 명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며 “조용한 참사는 시끄러운 참사보다 사람을 더 많이 잃게 만든다”고 우려하며, “한국사회가 더욱 해결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왼쪽부터)최세문 이사, 이현아 유진벨 재단 사무국장, 인세반 유진벨 재단 회장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기자 질의응답도 이어졌다. 한 기자는 “백신을 제공하기로 남북이 합의했는데, 육로를 통한 공급에 대해 일본이 제재 위반이라고 제소했다”고 말했다.

이에 인세반 회장은 “대북 제재로, 유엔 안보리·미국 상무부·한국의 반출 승인·중국 세관을 거쳐야한다”며 “이런 절차로 인해 비용·시간 등이 많이 소요 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육로를 통해 북한에 곧바로 간다면 시간·비용 등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소한 의료 지원은 대북제재에서 제외시키는 것”을 제언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대북 제재에 개발지원과 응급 지원을 구별하지 않은 것”을 지적했다. 만일 그는 “개별적인 응급 의료지원에 대해 육로를 허용했다”면 “개성공단이 폐쇄됐어도, 결핵 퇴치 약의 공급이 원활해져 많은 사람의 목숨은 건질 수 있었을 것”이라 밝혔다. 특히 그는 방북 중 만난 북한 사람 말을 빌려 “자꾸만 인도주의적 지원을 남북 협상의 분위기 조성을 위한 수단으로 삼는다”는 항변을 전했다.

이에 그는 “핵 폐기 협상을 위해 인도주의 지원을 카드로 삼는 건 문제”라며 “이는 비핵화·이념과 상관없는, 사람의 목숨이 달린 문제”라고 역설했다. 따라서 그는 대북 제재에 있어, “응급 의료 지원과 개발 지원의 분리”를 촉구했다.

덧붙여 인세반 회장의 아내 이현아 유진벨 재단 사무국장이 발언했다. 그는 “이는 정치가 아니”라며 “남한은 부유한 사회인데, 일반 결핵약 지원이 그렇게 어려운지”를 반문했다. 이어 그는 “지금 기자회견 중에도 북한에선 10명 이상이 죽고 있다”며 “정치 이념을 따지기보다, 순수하게 사람의 죽고 사는 관점에서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다른 기자는 “북한에서 식량 사정이 안 좋다고 들었는데, 상황이 어떤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인세반 회장은 “우리는 차량으로 이동하고, 결핵 환자만 보기에 정확이 확인할 수 없다”며 “다만 길거리에 아사하는 사람들은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물론 그는 “우리의 좁은 시각으로 현재 북한 식량 사정을 파악하기 어렵다”며 “정확한 소식통을 인용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유진벨 재단 인세반 회장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한 일간지 기자는 “일반 결핵약에 비해, 다제내성 결핵약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유”를 질문했다. 인세반 회장은 “물론 일반 결핵약 공급량이 적정수준 채워 져야한다”며 “기본 베이스를 깔고, 다제내성 결핵약 보급도 후행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다제내성 결핵은 변이를 촉발 시킨다”며 “이 환자를 치료해야, 결핵 확산을 저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그는 “치료가 곧 예방”이라며 “사회적 비용 절감 차원에서도, 지금부터 결핵약 보급이 시급하다”고 당부했다.

또 다른 기자는 “북한에서 결핵에서 16,000명 사망하고 있다”며 “다제내성 환자 치료비용”을 질문했다. 이에 최세문 이사는 “한 도당 50억, 수년 동안 지원된다는 전제 하에 1년에 500억이 소요 된다”며 “약과 진단 비용에 대한 최소 비용은 200억”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이는 남한의 결핵 치료비용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것”이라 꼬집었다.

마지막 질문으로 한 기자는 “남북 관계, 정치 상황에 따라 업무가 변화 하는가”를 질문했다. 이에 인세반 회장은 “최소한 결핵 지원 사업은 영향 받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호소하는 건 정치와 결핵 지원 사업의 분리”라며 “북한이 핵을 개발하든 말든, 우리 목표는 사람을 살리는 것”이라 강조했다. 또 그는 “결핵 문제가 사람들에게 화끈하게 가닿지 않는다”라며 “결핵은 서서히 죽어가는 병이기에, 비가시적”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그는 “결핵은 메르스보다 무서운 병”이라며 “사람들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기에, 차분하고 성숙한 판단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그는 “불행이도 한반도는 미세먼지 농도가 바뀌는 것 이상으로 정치 분위기가 바뀐다”며 “이 상황에서 북한 결핵의 완전 퇴치는 곤혹스럽다”고 지적했다.

결핵 진단 받기 위해 모여든 북한 주민들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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