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박용국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이홍정 목사, NCCK)는 지난 4월 25일 실행위원회를 갖고 4.27 판문점 선언 1주년을 맞이해 성명서 “시대의 징조를 분간해 기도하고 실천하라”를 채택했다.
NCCK는 성명을 통해 ▶대북제재의 해제 ▶평화조약체결과 한반도비핵지대화 실현 및 핵무기금지조약 가입 ▶남북 경제협력의 활성화 ▶DMZ민+ 평화손잡기운동 참여 ▶남한 사회 내 소외된 이들의 아픔의 치유와 화해 등을 촉구했다.
다음은 성명서의 전문이다.
[4.27 판문점 선언 1주년 성명서]
시대의 징조를 분간하여 기도하고 실천하라!
예수께서는 군중에게도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구름이 서쪽에서 이는 것을 보면 곧 '비가 오겠다.'고 말한다. 과연 그렇다. 또 바람이 남쪽에서 불어오면 '날씨가 몹시 덥겠다.'고 말한다. 과연 그렇다. 이 위선자들아, 너희는 하늘과 땅의 징조는 알면서도 이 시대의 뜻은 왜 알지 못하느냐?" "너희는 무엇이 옳은 일인지 왜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느냐? (눅 12:54-57)
본 협의회는 고난과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이 땅,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의 새 시대를 위하여 기도해 왔다.
2018년 남북정상의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 그리고 북미정상의 싱가포르 선언으로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지만, 지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면서 한반도평화프로세스가 지연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더 이상 갈등과 반목, 분단·냉전논리가 지배했던 적대적 공생관계로 되돌아갈 수 없다. 한반도평화는 “돌이킬 수 없는 민족사적 당위이며 세계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중차대한 역사의 전환점을 맞아 남북당국이 주도적으로 판문점선언을 실천할 것을 촉구하며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1. 북한 주민들은 미국과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주도하는 대북제재의 일차적 피해자가 되어 기본권을 유린당한 채 오랜 세월 동안 고난 받고 있다. 특히 어린이와 임산부가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2019년 UN보고서에 따르면 1,100만 명의 북한 주민들이 영양실조상태에 있으며 그 중 90-92%가 어린이라고 한다. 굶주리고 목마른 이들을 살피는 일은 인류의 보편적 도리이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길이다. 이 일은 또한 평화와 통일로 가는 지름길이다. 본 협의회는 UN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대북제재를 즉각 해제하고 북한의 어린이, 여성, 장애인 등이 최소한의 존엄성을 보장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줄 것을 촉구한다.
2. 평화조약체결과 한반도비핵지대화는 이 땅에 전쟁을 끝내고 평화의 시대를 여는 출발점이다. 본 협의회는 2013년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총회를 기점으로, 2016년 한반도평화조약(안)을 채택하고 세계교회와 함께 한반도 평화조약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반도비핵지대화를 넘어 전 세계 핵무기폐기를 위하여 WCC와 함께 기도하며 행동해 왔다. 본 협의회는 남북한 정부가 평화조약체결과 한반도비핵지대화를 실현하고, 나아가 전쟁과 핵무기 없는 평화로운 지구촌을 만들기 위하여 핵무기금지조약에 가입할 것을 촉구한다.
3. 나눔과 상생의 경제협력은 남북화해와 평화를 이루는 토대이다. 남북 상생경제의 본을 보인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고 남북경협을 활성화하여 한반도평화경제체제가 확립되도록 국제사회가 최선을 다 해 협력해주기 바란다. 정계는 한반도 평화문제를 냉전의 이분법으로 환원시켜 정치적 선전선동을 일삼는 일체의 반 평화적 행동을 중단하기 바라며, 한국 정부와 종교 및 시민사회도 보다 주체적으로 행동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이산가족의 85%가 70세 이상의 고령인 점을 감안하여 인도적 차원에서 아무런 조건없이 휴전선을 열어 자유로이 왕래하며 상봉할 수 있도록 남북정부의 대승적 결단을 바란다.
4. 본 협의회는 판문점선언 1주년을 맞이하여, 4월 27일 14시 27분, 강화에서 철원과 화천을 거쳐 고성까지 500㎞를 잇는 「DMZ민+ 평화손잡기운동」에 참여한다. 이 운동은 “전쟁의 공포, 분단의 대립과 갈등으로 인해 우리의 삶이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는 모두의 간절한 기도이고 실천”이다. 본 협의회는 남북의 민이 판문점선언의 실천적 주체로 나서야 함을 천명하며, 이 역사적 행사에 한국교회 교인들이 시민들과 함께 적극 동참할 것을 호소한다.
5. 소외된 이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함께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적극적 평화를 만들기 위한 교회일치운동의 핵심이다.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그들의 아픔에 연대하는 일은 그리스도와 하나 되는 일인 동시에 사회통합과 화해를 실현하는 길이다. 한국사회가 노동과 경제, 인권과 복지의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고, 분단폭력으로 희생된 사람들의 상처와 아픔이 치유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이 때에, 우리는 인권과 정의, 치유와 화해를 위해 온 몸과 마음을 담아 기도하고 실천할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강대국, 그 누구도 우리에게 평화를 줄 수 없다. 평화는 하나님의 역사적 개입과 구원행동에 힘입어 우리 스스로 성취하는 것이다. 외세의 간섭에 의존하지 않고 민족의 자주성과 주체성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3.1운동의 정신은 100년이 지난 오늘, 우리 모두의 비장한 결의로 되살아나고 있다. 한반도에 평화의 봄을 경작하는 때가 왔다. 우리 모두 하나님의 평화의 농부가 되어, 깨어 기도하며 행동하자. 우리는 하나님의 소망 안에서 서로를 격려하며, 결코 좌절하지 않고 고난과 함께 평화의 길을 열어 갈 것이다.
2019년 4월 25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실 행 위 원 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