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김균진 명예교수는 최근 바이어하우스에서 열린 종교다원주의란 주제로 강연을 전했다. 우선 김 교수는 종교다원주의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1962년부터 1965년까지 열린 가톨릭 공회의는 종교적 배타주의를 거부했다”며 “개신교 신학자 칼 바르트의 종교적 배타주의를 거부한 것”이라 전했다. 즉 그는 “가톨릭은 타 종교 및 일반 사람들에게도 성령께서 작용하신다고 보았다”며 “타 종교에 관용적 입장을 취해야 함을 역설했다”고 전했다.
그에 의하면, 개신교 측 신학자로 폴 틸리히(P. Tillich)가 있고, 가톨릭 측은 “타 종교인들은 익명의 그리스도인”이라 말한 칼 라너(Karl Rahner)도 있다. 무엇보다 대표적 인물로는 영국 성공회 신학자인 존 힉(John Hick)도 제시했다.
이런 경향은 더욱 심화돼, 결국 1990년 1월 15일 세계교회협의회(WCC)에서 ‘바아르 선언’(Baar Statement)를 선언하기에 이른다. 김 교수는 바아르 선언을 빌려 “우리는 하나님의 구원의 능력과 활동 영역을 제한 할 수 없다”며 “타종교인들의 삶과 전통 속에 성령이신 하나님께서 활동하심을 고백하는 것은 우리 그리스도인으로서 너무나 당연하다”고 인용 했다. 계속해서 그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타종교인들의 증언을 통하여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던 하나님의 신비를 다각도로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생각의 배후에는 포스트모더니즘이 자리 잡았다고 김진균 교수는 진단했다. 그는 미셸 푸코를 빌려 “절대적 도덕이나 윤리는 지배계층의 지배수단”이라며 “모든 건 상대적이며, 어떤 종교도 절대진리를 소유했다고 말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종교다원주의를 거부할 수밖에 없는 개신교의 존재 이유를 강조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익명의 그리스도인’이라는 종교 다원주의를 따른다면, 더 이상 복음 전도할 필요가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왜냐면 그는 “모든 사람이 그리스도인이라는 입장은 예수 그리스도의 절대성을 희석시킨다”고 비판하며 “어느 종교를 믿는지 모두가 그리스도의 구원에 참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종교개혁자 루터를 빌려 “‘오직 그리스도’만이 우리 구원자 되심을 사도행전 4장 1절에 근거했다”고 밝혔다.
“이 예수 밖에는 다른 아무에게도 구원은 없습니다. 사람들에게 주신 이름 가운데 우리가 의지하여 구원을 얻어야 할 이름은, 하늘 아래에 이 이름 밖에 다른 이름이 없습니다”(행 4:1)
아울러 그는 튀빙겐대학 선교신학자 페터 바이어하우스를 빌려 그리스도만이 우리 구세주임을 증거 했다. 오직 신자들과 그리스도와는 인격적 관계에 의거한다는 것이다. 그는 “복음은 일반 종교에서 볼 수 있는 신과 인간의 신비적 연합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며 “그리스도 예수는 ‘나를 위해(pro nobis)' 십자가의 죽음당하셨고, 부활하신 구원자”라면서,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먹고 하나가 되는 ’인격적 연합‘”이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그는 그리스도의 유일성이 “다른 종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신과 인간의 신비적 연합으로 격하될 수 없는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있고, 나도 그 사람 안에 있다”(요 6:56)
나아가 그는 종교다원주의를 주창하기 위해,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부정하고 신중심주의로의 전환을 내세우는 논리를 반박했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 이전 신은 영을 통해 모든 종교, 사람, 물건 안에 임재 했다”는 주장은 “종교다원주의자들이 그리스도를 부정하고, 타 종교에도 구원이 있다는 논리를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라 꼬집었다.
그러나 그는 “이 같은 주장은 올바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성경에서 하나님은 자기에 대한 모든 형상을 금지 시킨다”며 “이는 형상을 본 떠 신을 숭배하는 타 종교와는 다름”을 그는 재차 말했다. 이유로 그는 칼 바르트를 빌려 “하나님의 절대 타자성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하나님은 이 세계를 창조하신 분으로, 이 세계의 시간에 속하지 않는다”며 “영원 전부터 계신 하나님만이 신이고, 세계에 속한 모든 사물은 피조물이지 신이 아니”라고 역설했다. 하여 그는 “신적 존재인 하나님은 비 신적 존재인 이 세계의 형상 따라 형상화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만일 그는 “하나님이 자기 형상 만드는 것을 허락한다면, 우리는 고귀하다고 생각되는 존재를 그 자리에 앉혀놓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이라며 “우리는 하나님 형상을 사람의 형상으로 만들어 놓고, 그것을 섬길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른바 “우상숭배에 가까우며”이며 “구원에 있어, 타 종교는 한계이며, 오직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김 교수는 말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타 종교의 신들은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기”보다 “인간이 이상적이라 생각하는 요소를 신에게 투사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철학자 포이어바흐를 빌려 “인간 자신이 이상적이라 생각하는 것, 자기 표상에 따른, 자기 손으로 만든 종교는 우상에 가깝다”고 지적하며, “이는 인간 세계를 타락시킬 뿐”이라는 구약 선지자 예언을 뒷받침 했다.
“너는 우리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들과 네 딸들을 데려다가, 우상들에게 제물로 바쳐 불사르게 하였다.… 온갖 역겨운 일과 음행을 저질렀다”(겔 16:20-22)
“역겨운 우상을 섬기는 일에다가 음행까지 더하는 일을…”(겔 16:40)
이에 그는 “그리스도 중심주의에서 신중심주의로의 전환은, 또 다른 우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며 “인간이나 짐승의 형상으로 새겨놓은 신은 ‘신’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제시했다. 또 그는 “다른 종교들은 신이 아닌 것을 신으로 세워 놓고 숭배 한다”며 “성경의 증언에 따라, 인간 형상을 투사한 신은 구세주도 아니”라고 지적하며, “타 종교에도 구원이 있다는 종교 다원주의는 결코 정당화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타 종교에는 구원의 길이 없지만, 자기가 믿는 종교에 구원의 길이 있다는 타 종교인들의 확신도 존중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믿는 신념을 확신할 자유도, 다른 사람이 가질 종교적 신념에 대한 자유 모두가 인정받아야 한다”며 “이는 관용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타 종교의 확신 내용이 옳다고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며 “타 종교인과 친교하며, 서로의 입장을 관용하는 태도는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기 정체성을 지키면서, 공동의 과제와 사명을 위해 협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럴 때 그는 “자기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타 종교의 자유와 자기 권리를 존중하고, 타 종교와 협동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개신교의 사회적 신뢰도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끝으로 그는 한국 사회에서 추락한 교회의 신뢰도 회복을 위해 조언했다. 그는 “타 종교에는 구원이 없다는 공격적 자기주장”보다 “‘저 사람이 믿는 기독교에 구원의 길이 있구나’를 우리 이웃들이 인정하게끔, 행동과 삶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내 종교에만 진리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비윤리적·비도덕적으로 행동하면 세상 사람들이 코웃음 칠 것”이라며 “교회세습, 총회장 금권선거, 헌금유용, 교회 내의 싸움과 분열, 성추행 등을 극복하고 반성하는 태도가 절실하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