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교회언론회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에 관한 논평을 발표했다. 이들은 “국가 주도형의 교육 시스템이 아닌, 교육청, 교육부, 학교 간 협의체로서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한다는 건 일견 필요할 수 있다”며 “그러나 발의안을 낸 의원 명단을 보면 특정 정당에만 치우쳐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초정파적 발의안과는 다르게 정파적”이라며 “또 교육위원회 구성이 정권 입맛에 맞는 편향적 구성도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들은 “지난 교육 정책이 일관성이 없던 이유는, 정권이 교체될 때 마다 바뀐 것”이라며 “국가 정책 특히 교육은 일관성있게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교회언론회 논평이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정말 필요한가?
교육을 정치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
지난 3월 25일 더불어민주당의 조승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가교육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하 법안)이 상정되었다.
이 법안의 제안이유를 보면, ‘초정권적/초정파적 독립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하여, 국가주도의 하향식 정책추진이 아닌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부, 교육청, 학교 간 합리적 권한배분에 근거한, 협력적 교육 거버넌스를 만들어 사회적 합의를 통해 미래교육체제를 설계하고,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교육 정책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힌다.
줄여서 말하면, 헌법에 보장된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 교육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우리 교육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고, 최근에는 ‘인권’이란 변질된 개념으로 인하여 교육현장이 혼란과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면, 일견 그런 노력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오히려 교육 현장에 혼란을 부추기며, 또 교육이 정치적 희생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첫째는 어느 특정 정파의 정치적 색채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을 살펴보면 45명 가운데, 44명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조승래 서영교 정재호 김민기 기동민 박찬대 이후삼 김해영 박용진 김종민 신창현 정세균 우원식 전재수 윤일규 유동수 김상희 안민석 노웅래 심기준 박홍근 이용득 제윤경 윤관석 어기구 김병관 김두관 조응천 윤준호 이석현 신경민 서삼석 정춘숙 최재성 맹성규 박완주 위성곤 설 훈 이상헌 김한정 김병기 김철민 이 훈 심재권) 나머지 한 명은 바른미래당 이동섭 의원이다. 왜 초정권적, 초정파적 내용이라면서, 특정 정파만이 지지하는 법안을 내놓게 되었는가?
둘째는 그 위원 구성이다. 교육위원회 위원은 총 19명이다. 그 중에 5명을 대통령이 지명하고(상임위원 1명 포함) 국회가 8명(상임위원 2명 포함), 교육부차관, 교육감 협의체 대표, 교원단체가 추천하는 2명,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한국전문대학교교육협의회가 각각 2명씩 추천하는 인사로 되어 있다. 이렇게 되면, 집권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로 상당수 채워질 수 있다.
셋째는 불법 단체의 대표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지난 3월 26일 제367회 국회 교육위원회 회의록에 의하면,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인 유은혜 장관은 전희경 의원의 ‘전교조에도 위원 추천권이 주어집니까?’라는 질의에 대하여 ‘대표적인 교원 단체를 교총하고 전교조로 본다면 그렇다’고 답했다. 지금도 특정 단체의 지지를 받는 교육감들로 인하여 우리 교육이 얼마나 일방 통행식으로 가고 있는가? 그렇게 되면, 교육위원회에 전교조 개입도 가능해진다.
넷째는 초/중/고 교육은 점차로 시/도교육청에 대폭 이관하는 것도 문제이다. 이미 시/도교육청의 교육감은 특정 정치적 지원을 받은 사람으로 채워지고 있기 때문에 특정 정치 성향과 이념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오히려 교육현장에서는 편향된 교육을 국가가 책임지고 맡아주기를 바라는 입장이 외면되고 있다.
이런 상황으로 놓고 볼 때, 교육위원회는 초정권적/초정파적이라는 것이 무색하게 될 것이다. 중도적/전문가에 의한 <국가교육기본계획>을 세우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교육부와 각 지자체별 교육감 사이에도 갈등이 벌어지는 등 교육의 일관성과 연관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교육감의 정치적 성향이 다르면, 교육부에 대하여 불복하는 사건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2006년 노무현 정권 당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의 개정”으로 교육감을 주민 직선으로 치러진 이후 빚어지는 일이다.
그렇다면 교육감 직선제를 먼저 폐지하여, 교육의 혼선부터 없애야 하지 않나? 현재 우리나라는 교육에 관한 제반 사항을 교육부가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교육부를 제쳐 두고, 다시 국가교육위원회를 둔다는 것은 ‘옥상옥’(屋上屋)을 만드는 것이다.
차라리 교육부가 전문가를 통하여, 일관성 있는 교육 정책과 계획을 짜는 것이 맞지 않나? 교육부도 정부마다 장관이 5~7명씩 바뀌고 있고, 거기에다 비전문가인 정치인들까지 끼어들어 혼선이 빚어진 것에 대한 보완책도 마련하면서 말이다.
지난 4월 16일 국회에서는 교육위원회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도 교육 전문가들은 ‘한 정부에서 수립한 정책이 편향적이면 이념과 지형이 다른 정부에서 바로잡으려고 할 것인데, 정책 연속성을 지나치게 강조해 이를 박탈하면, 집권세력의 교육 지배권을 강화할 우려가 있어, 반대 한다’는 것이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교육정책이 일관성이 없고 중립적이지 못했던 것은 현재 조직과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운영한 사람의 문제’라고 지적하였다.
국가의 정책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우리 속담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고 하였다. 현재 교육의 모든 정책은 교육부가 맡고 있다. 그런데 또 다시 편향될 가능성이 높은 국가교육위원회가 만들어져 국가의 교육정책을 좌지우지하게 된다면, 이는 다른 차원의 혼선이 가중될 것이다.
이 법안에 보면, ‘교육부장관,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직접 관할하고 있는 교육정책에 대하여 국가교육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의 교육정책을 망치는 것은 제도나 법률이 없어서가 아니고, 정치적 성향을 띤 세력들의 간섭과 이를 장악하려는 비전문가에 의한 횡포 때문이라고 본다.
따라서 ‘옥상옥’과 같은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어 혼란을 부추기기보다는 「국가의 100년 대계」를 위한 불편부당(不偏不黨)한 성향을 가진 전문가들에 의하여 정책이 입안되며, 이를 국가가 실행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