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한국교회법학회(이사장 소강석 목사)가 19일 프레스센터에서 학술세미나를 개최한 가운데, 교계 이슈로 주목받고 있는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 대법원 판결과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에 대해 다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먼저 서헌제 교수(한국교회법학회장, 중앙대 대학교회 목사, 중앙대 명예교수)는 "종교의 자유와 국가사법권"이란 주제로 발제하면서, "사랑의교회 사건은 어느 특정한 교회 특정한 목사의 문제가 아니"라며 사랑의교회 대법원 판결이 어떤 오류를 범했는지 하나씩 살펴서 한국교회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제시했다.
서 교수는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 자격에 관한 대법원 판결을 보면서, '법은 제단에 들어올 수 없다' '법은 상식이다'라는 지극히 평범한 법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고, "목회자 자격을 어떻게 정하고 어떤 절차에서 판단하는지는 교회(지교회, 노회)의 고유영역"이라며 "세속 국가가 섣불리 개입해서는 안 되며 부득이 판단할 경우 교회의 결정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서 교수는 "대법원이 이러한 헌법상의 원칙을 무시하고 지극히 작은 절차상 문제를 빌미로 오정현 목사의 목사 자격이 없다고 판단해 한국교회의 신앙적 자존심을 여지없이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원이 세속적 잣대를 갖고 섣불리 교회 고유의 영익인 목사자격을 부인해 오히려 현저히 정의관념에 반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했다.
교단이 분립해 있는 한국교회의 현실상 다른 교단에 속하는 교회의 목사 임직을 받으려면 그 교단 직영신학교에서 편목과정을 거쳐 강도사 인허를 받아야 한다. 이는 각 교단마다 교리와 신조 그리고 교회헌법이 약간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이에 대한 최소한의 교육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편입과 편목의 구분을 전제로 오 목사가 총신대에서 편목이 아닌 일반 편입생, 즉 신규 목사 과정을 밟았고 따라서 과정 이수 후 다시 목사 고시와 안수를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서 교수는 "대법원이 사실관계에 대한 오해로 말미암은 잘못된 판단"이라 했다. 그는 "오 목사는 이미 17년간 미국 장로교에서 성공적인 목회를 하던 사람이기에 사랑의교회에 청빙된 것"이라 말하고, "오 목사가 사랑의교회 담임목사로 임직하기 위해 간이한 편목과정이 있음에도 불구, 일반신학생으로서 편입해 다시 목사안수를 받기로 했다고 보는 것은 도무지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또 서 교수는 "이미 목사 안수를 받은 사람이 다시 목사 안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교회의 전통과 믿음에도 반한다"고 말하고, "사랑의교회, 동서울노회, 예장합동 총회도 일치된 결의를 통해서 다른 교단에서 목사안수를 받은 사람은 편목과 편입을 불문하고 재안수하지 않고 목사로 임직하는 것이 교단헌법의 취지라고 밝힌 바 있다"고 했다.
나아가 서 교수는 "오 목사의 사랑의교회 임직으로부터 15년이나 경과한 이후 목사 자격을 부인할 경우 오 목사로부터 세례를 받은 13,000명 이상의 성도들과 임직을 받은 3,000여 명의 임직들이 모두 '목사가 아닌 자'로부터 받은 세례와 임직이 되어 교회법상 불법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오 목사를 신뢰해 사랑의교회에 등록한 수만 명의 성도들 믿음에도 큰 상처를 줄 것"이라 했다.
때문에 서 교수는 "이제라도 대법원이 헌법상 정교분리원칙에 충실해 교회의 고유영역인 목사의 자격에 관한 교회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하고, "나아가 사랑의교회 사건이 갖는 중요성과 한국교회의 우려를 존중해서 이 사건을 특정 법관이 좌지우지하는 소부(小部)가 아니라 대법원 전원합의부에 회부, 신중하게 재검토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한편 음선필 교수(홍익대 법대)는 "종교적 병역거부와 기독교: 2018.11.1 선고 2016도10912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한 비판적 검토"란 제목으로 발제하면서, 대법원이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 "법리적으로나 평균인의 상식으로도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음 교수는 "이제 문제는 입법론"이라 말하고, "국방의무와 양심의 자유 등 기본권의 갈등을 조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 '형평성 있는' 대체복무제를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평화주의를 주장하며 그릇된 교리를 내세우는 종교집단의 활동에 대해서, 병역의무 이행에 대한 거부감으로 나타날 수도 있는 안보의식 및 국방력 약화에 대해서 한국교회가 기도하며 지혜로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사에서는 김일수 교수(고려대 명예교수)가 기조발제자로 수고했으며, 권창영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지영준 변호사(법무법인 저스티스) 등이 지정토론자로 수고했다. 행사 전에는 박종화 목사(원로이사, 경동교회 원로)가 "예수님의 판결"(요8:1~11)이란 제목으로 메시지를 전했으며, 이사장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가 격려사를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