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따뜻했던 남편의 마지막 봉사, 장기기증이 되었네요.”
지난 2018년 12월 28일, 울산대학교병원에서 故 고성호 안수집사(49세, 경북 포항, 남)의 뇌사 장기기기증이 이루어졌다. 고 씨는 뇌사 시 기증할 수 있는 장기를 모두 기증해 9명에게(심장, 간, 폐 2개, 신장 2개, 췌장, 각막 2개) 새 생명을 선물하고 세상과 작별했다.
지난 12월 22일, 고 씨는 한 모임에 참석했다가 집으로 귀가하던 중 횡단보도를 건너다 고 씨를 보지 못하고 달려오던 한 차량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사고 즉시 병원으로 후송되었지만 뇌출혈이 극심해 모든 조치에도 불구하고, 결국 뇌사 상태에 빠졌다.
지난 2007년 아내 김경미 씨와 함께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통해 장기기증 희망 등록에 참여한 고 씨는 평소 “세상을 떠날 때 장기를 꼭 기증하겠다”며 “화장터에서 순식간에 재로 변하기보다는 쓸 수 있는 몸의 일부를 나누어 생명을 살리는 일을 꼭 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하곤 했다. 뿐만 아니라 자신과 아내가 운영하는 영수학원과 피아노학원을 생명나눔 가게로 등록하며 장기기증 홍보활동 및 장기부전 환자들을 위한 후원에도 꾸준히 참여해왔다.
이에 고 씨의 뇌사 판정 앞에 아내 김경미 씨는 바로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연락을 취했다. 장기기증의 절차 및 자세한 내용에 대한 설명을 들은 가족들은 고인의 뜻을 이루어주고자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평소 매우 건강했던 고 씨는 장기 9개를 모두 기증했고, 부산대학교양산병원에서 조직까지 기증하며 수십명의 생명을 살렸다.
2018년의 마지막 날 오전, 고인의 발인이 이루어졌다. 장례식장에는 ‘세상에 빛을 남긴 고귀한 사랑에 감사드립니다’라는 근조기가 놓여졌다. 고 씨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가족들은 “장기가 환자들에게 잘 이식되었다는 이야기를 의료진으로부터 전해 듣고, 정말 감사했다”며 “이식을 받은 환자들이 건강하게 살아가기를 기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평소 포항제일교회를 출석했던 고 씨는 농아부에서 오랫동안 장애인을 섬기는 사역을 해왔고, 운영하던 학원 학생들과 함께 요양시설에도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가는 등 어려운 이들을 돕는 일에 앞장서 왔다. 평소 나누는 삶을 살아왔던 고 씨의 장기기증 앞에 아내 김 씨는 “남편의 마지막 봉사가 장기기증이 되었다”는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