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파적으로 이용만 됐던 '자유민주주의'…온전히 뿌리 내리지 못한 것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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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문화아카데미, '자유민주주의를 다시 생각한다' 주제로 대화모임
대화문화 아카데미 자유민주주의 다시 생각한다 세미나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평창동에 위치한 대화문화아카데미는 7일 오후 2시에 ‘자유민주주의를 다시 생각한다’라는 주제의 대화모임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강원택 교수, 한신대 철학과 윤평중 교수, 동국대 철학과 홍윤기 교수가 참여해 발제를 했다.

먼저 이홍구 서울국제포럼 이사장은 인사말을 전했다. 그는 “우리가 배운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개념은 서양 중심주의이며, 19세기 말부터 학습된 개념”이라며 “우리나라 안에서 구체화 될 수 있는 특수적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사회 민주주의 개념은 2차 대전 나치즘이라는 전체주의가 자행한 유태인 학살에 대한 반동으로 나온 것”이라며 “한국에서 사회민주주의는 낯설고, 하여 3.1운동 이후 100동안 우리만의 민족적인 자유민주주의 모델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더불어 그는 “목적은 평화, 인권에 대해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는 “자유민주주의 논란은 박근혜 정권의 국정교과서에서 비롯됐다”며 논의의 첫말을 뗐다. 이어 그는 “자유민주주의란 용어는 역설적으로 유신헌법안에 사용됐다”며 “그래서 우리 느낌은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고 싶어 하는 경향이 짙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거리낌이 자동반사적으로 일어나고, 매우 정파적 논쟁으로 흘러왔던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강원택 교수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아울러 그는 “우리나라 자유민주주의는 평등한 선거, 견제 받는 권력, 양심의 자유, 결사의 자유 등을 중대한 가치로 보지만, 여전히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여전히 한국 정치에서 자유민주주의는 변혁적 가치로 남아있을 정도”라고 꼬집었다.

이유로 그는 “한국 민주주의 역사 속에서 자유민주주의는 왜곡된 측면이 강하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그간 한국 반공주의의 내용적 측면은 자유민주주의를 핵심기치로 삼았다”며 “그러나 정치사의 전개는 반공이라는 이름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억압하는 경향성으로 흘러갔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정권 하에 반공이라는 이름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억압하는 정치적 행태를 보였다”며 “그래서 자유민주주의가 한국 정치사에서 건강하게 자리 잡지 못한 측면도 없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한국에서 자유민주주의가 정착되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발전 행보를 주목했다. 그는 “48년 대한민국 초, 중, 고 공립학교에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교육하기 시작했지만, 이론이 사회적으로 구체화 된 첫 번째 케이스는 바로 4.19 혁명 이었다”며 “이는 국민에 의해 독재적 통치자가 민중에 의해 물러나게 되는 첫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놓고, 그는 “로크적 저항 개념이 내재화 된 형태”라며 “국민 스스로가 동의하지 않는 정부에 대해 저항할 수 있는 개념이 4.19 혁명을 통해 처음 구현된 셈”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그는 “1960년은 아마 우리 사회에서 시민이라는 개념의 첫 출발점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이어 “박정희, 전두환 정부 및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이 동의 하지 않는 정부에 대해 저항할 수 있는 정치적 정당성은 바로 자유민주주의 가치가 제공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그는 강조했다.

반면 그는 “현재 제왕적 대통령제 등 견제 받지 못한 권력 형태는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자유민주주의 가치가 성숙하게 작동되고 있지 않음을 방증 한다”며 “정부 중심의 행정국가, 정부 주도하에 강한 규제는 또 다른 실례”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자유민주주의를 얘기하고 있지만, 정작 국가 보안법이 과연 생각·사상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고 생각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나아가 그는 “20대 총선의 50.9%가 사표(死票)”라며 “여전히 국회의원이 정치적 대표성을 띄기 어려운 정치 현실”을 꼬집었다.

다만 그는 “형식적으로는 권력을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에 의해서 분배한다는 점에서 자유민주주의의 절차적 정당성은 이뤄지고 있다”며 “동의되지 않는 권력에 대한 저항의식은 한국 민주 사회 속에서 일정하게 내재화 돼 있다”고 긍정적 평가를 했다.

그러나, 그는 “정치 곳곳, 삶의 현장에서 자유민주주의 가치는 여전히 제대로 작동되고 있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특히 그는 “자유민주주의 논쟁을 정파적, 이념적으로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현 체제 안에서 경제적 불평등, 양극화 해소에 힘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우리나라는 2차 대전 같은 서구적 경험을 갖고 자유민주주의를 수용한 건 아니”라며 “때문에 4.19 혁명, 87 민주항쟁을 통해 자유민주주의를 내재화 하고 있다면, 정파성을 배제한 자유민주주의 논의를 적극 진전시켜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고 역설했다.

한신대 윤평중 철학과 교수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곧바로 한신대 윤평중 교수도 발제했다. 그는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는 기득 보수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동원된 담론”이라며 “담론은 권력과 불가분이기에, 가치중립적이지 않은 형태로 재생산 된 측면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한국의 기득권 보수가 자유민주주의를 왜곡한 정치 실험은 바로 냉전 반공주의, 천민자본주의에서 나타난다”며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우면서 동시에 냉전 반공주의, 천민자본주의 행동 양태를 보이는 건 자유민주주의를 왜곡하는 정도를 뛰어넘어 파괴하는 형태”라고 꼬집었다.

때문에 그는 “한국의 기득권 보수가 자유민주주의 이름으로 냉전 반공주의, 천민자본주의를 내세웠기에, 한국의 진보는 ‘냉전 반공주의, 천민자본주의’를 자유민주주의의 본질로 간주해왔거나 또는 오독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더불어 그는 “한국 진보는 어쩌면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또 다른 극단적 예로 치우친 점도 있다”며 “정통 마르크스주의, 운동권의 NL주체사상은 한국 진보의 양극단 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유로, 그는 “애당초 60-80년대 진보 운동은 주체사상을 하나의 이상향으로 또는 대안으로 보는 유산이 부분적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라며 “과거의 부정적 유산으로부터 해방되지 않는다면 합리적 진보는 불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진보를 자처하는 교수, 지식인 집단이 자유민주주의를 냉소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특수한 한국적 정치 상황에서 비롯됐다”고 근원적 한계를 설명했다. 다시 말해 그는 “바로 반공이라는 이름으로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보수 기득권의 역사적 특수성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그는 “한국 기득권 보수의 수구적 성격은 냉전 반공주의적 유산을 떨쳐버리지 못한 점”이라며 “자유민주주의 이름으로 기득 보수에 의해 자행된 천민자본주의는 복지 확대, 분배 심화라는 21세기 시대정신조차 생리적 거부감마저 보이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의 기득권 보수가 냉전 반공주의, 천민자본주의를 자기 정권의 방어 논리로 사용했던 경향이 한국 시민사회에 내면화 됨으로, 한국인 다수의 마음 속에 뿌리 내렸다”고 진단했다. 때문에, 그는 “문재인 정부의 개혁적 조치가 이런 부분을 소홀히 함으로 한국 시민의 실 생활 세계로부터 겉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여, 그는 “한국 자유민주주의 담론의 왜곡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유민주주의 자신의 이름으로 한국에서 시행되어 왔던, 현실적 자유민주주의 왜곡된 행태를 수정하고 자기비판이 선행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즉 그는 “기득권 보수에 의해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름 안에 감춰진 냉전 반공주의의 유산으로는 한반도의 도도한 역사적 흐름을 대비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그는 “천민자본주의적 감수성으로는 최저 출산율, 최악의 자살율, 노인빈곤 등 한국 경제 문제를 대처할 수 없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유민주주의 재구성, 내부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헌법 1조 1항은 대한민국을 민주공화정이라 선언하고 있다”며 “공화정의 실제 내용은 자유주의, 민주적 요소 양 날개로 간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동국대 철학과 홍윤기 교수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홍윤기 동국대 철학과 교수도 논의를 이어갔다. 그는 “자유민주주의라는 개념이 유신헌법에 들어가서 부터, 자유민주주의는 오용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기득 보수는 기득권 유지를 위해 자유민주주의를 사용했다는 점에 앞서 두 분의 얘기에 공감 한다”며 “자유민주주의가 정파적으로 이용됐지, 스스로가 가진 개념적 이해를 충만히 한 후, 자생적으로 뿌리 내리지 못한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또 그는 “외형적으로 민주주의 외피만 가졌던 점, 다시 말해 자유민주주의를 단순히 선거민주주의 정도로만 이해한 협소한 시각도 문제였다”며 “대한민국에서 자유주의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없었다”고 전했다.

논의를 심화시키기 위해, 그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1998년 10월 16일 방콕에서 열렸던 ‘아시아 자유주의자·민주주의자 연간 총회(CALD)’에서 ‘아시아 위기의 정치적 차원’에 관한 토론 결과를 인용했다. 즉 그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타이, 대만, 한국 등 아시아 외환위기는 권위주의 정권들이 경제성장을 정치적 정당성의 근거로 남용한 결과”라며 “나아가 권위주의 정권은 민주주의를 투표민주주의 정도 개념으로 축소시키고 민주주의 다른 측면은 전적으로 배제함으로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하지 않았고, 오히려 국가권력으로 차단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그는 “국민 통치뿐만 아니라 경제정책에 다양한 이해관계가 반영되지 않음으로 경제적 불균형을 야기시켰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그는 “대한민국 헌법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개념은 독일 연방헌법에서 차용한 것”이라며 “본래 의미는 ‘자유롭고도 민주적인 질서’의 축약어로 이해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그는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독일 기본법 해석을 인용해, “인간존엄성, 민주주의원칙 그리고 법치국가를 핵심구성요소로 하는 정치공동체의 객관적 구성조건”임을 전했다. 이에 그는 “독일에서 ‘자유롭고 민주적인 기본질서’란 여러 정치적 입장을 담아내고 창출하고 또 자유롭게 진화시킬 수 있는 창의적 정치 생태계를 의미 한다”라고 강조하며, 발제를 마무리 했다.

(왼쪽부터) 한신대 윤평중 철학과 교수, 포항공대 이진욱 교수,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강원택 교수, 동국대 철학과 홍윤기 교수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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