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노량진에 소재한 강남교회 3부 예배(오전 11시). 교인들이 빼곡히 들어앉아 예배 본당에는 자리가 없었다. 예배당 문 밖으로 나가봐도 상황은 마찬가지. 앉을 자리를 찾으려 하자 간이 의자에 걸터앉은 한 교인이 말했다. “자리 없어요.”
예배 강당과 세미나실을 가득 매운 교인들은 설교자가 전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감정이 북받쳤는지 준비한(?)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기도 하고, 흐느끼기도 했다. 단 위에 선 설교자는 한사코 자신을 잊어달라고 했다. 자신의 이름 석자는 물론 하다못해 교회 앞 작은 비석에 새겨진 자신의 글씨마저 지워달란다.
송태근 목사(58). 올해로 19년째 이 교회에서 목회활동을 하고 내년이면 원로로 추대돼 강남교회의 자랑스런 목회자로 추앙받으며 걱정없이 살수도 있었던 그는 그렇게 강남교회를 떠났다. 이날 고별설교에서 그는 무엇보다 ‘떠남’의 의미를 새겼다. 자신의 처지와 꼭 들어 맞았는지 어느 목사가 남긴 폐북글이 눈에 들어왔다고 말한 그는 "떠남이라는 것은 버려짐이 아니라 떠남이라는 것은 더함을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송 목사는 그러면서 떠남의 자리와 얽혀있는 '눈물'에 대해 "무엇인가를 더 하고자 하지 않는다면 눈물 흘릴 이유도 필요도 없는 것"이라며 "그러나 무언가를 하려 하기에 아픔이 있고, 눈물이 있는 것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날 설교 도중 송 목사는 지금의 본당이 있기까지의 어려운 시절을 잠시 회상하며 함께 고생한 교인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도 전했다. 1997년 IMF 시기, 경제 한파가 몰아치던 때에 현재의 본당 기공식을 가졌던 송 목사와 강남교인들. 당시만 해도 이곳 저곳을 떠돌며 예배를 했고, 때로는 다음 예배 모임 장소를 정하지 못한 채 헤어지기도 했다. 송 목사는 "지금 생각하면 꿈만 같은 일인데 지금 오신 분들은 비좁은 불편함이 있을 뿐이지만 당시 함께 고생했던 교인들은 어려운 시절을 잘 견디어 주셨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교인들을 향해 "송.태.근이라는 이름 석자를 잊어달라"며 "언제나 강남교회와 함께 하셨던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공동체를 든든히 세워 나가실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예배를 마치고는 김광열 목사의 축도 후 신속히 예배당 출입구로 이동한 송 목사는 예배당 문을 나서는 교인들과 작별 인사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송 목사 앞에 선 교인들은 두손으로 송 목사의 손을 꼭 잡으며 악수를 하거나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며 송 목사 내외와 포옹을 하기도 했다.
송 목사는 19년 전 강남교회 부임 당시 성도 수 1천여명의 중소형교회를 성도 수 4천여명에 육박하는 대형교회로 성장시키는데 기여했다.
한편, 지난 주일 삼일교회 공동의회 투표를 통해 새 담임목사로 확정된 송 목사는 이날 강남교회에서의 마지막 설교를 끝으로 삼일교회로 떠나 목회활동 제2막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