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제 58차 KPI 한반도평화포럼이 29일 오후 3시 반에 ‘한반도 평화를 위한 공동체적 접근 : 우리사회는 공동체인가?’라는 제목으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강의실에서 개최됐다. 포럼에 앞서 KPI 원장 윤덕룡 박사는 개회사를 전했다. 그는 “공동체적인 사회는 타인에 대한 배려, 같이 살고 있는 타인을 책임 질 수 있는 사회를 꿈꾼다”고 강조했다. 본격적인 발제 순서로, 김선욱 숭실대 철학과 교수는 ‘공동체란 무엇인가? : 정치철학적 기초와 개념’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강의 서두에서 그는 “한국 사회의 잘못된 관행이었던 지역주의, 연고주의는 공동체를 중시하는 태도에서 파생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공동체의 강조는 공동체가 오랫동안 소중히 여겨온 전통과 관행에 대한 존중과 계승을 개인에게 요구한다”며 “하지만 전통이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권력으로 굳어져, 개인에게 강요된다면 이 또한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이러한 공동체적 사고는 기득권층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선호하는 사고방식 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여, 그는 “공동체적 전통을 중시하는 ‘공동체적 부담’이 필요하지만, 이것이 개인에게 과도하게 강요되어서는 안 된다”며 균형을 주문했다. 이를 위해 그는 “공동체주의에 대한 자유주의적 비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공동체주의를 포기하고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을 강조하는 자유주의를 전적으로 수용하자는 얘기는 아니”라며 “자유주의적 개인주의가 낳은 사회 파편화 문제는 언제나 경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인간은 본질적으로 공동체적 차원을 지니고 있음을 전제할 때, 사회 파편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그는 대표적 공동체주의자인 사회학자 에치오니의 말을 빌려, “개인의 권리는 공동체주의적 관점 없이 오래도록 유지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그는 대표적 자유주의자인 존 스튜어트 밀을 인용했다. 존 스튜어트 밀은 그의 저서 『자유론』에서 “오직 자신과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는 그의 독립성은 물론 절대적이다. 자신에 관해서는, 자신의 몸과 마음에 대해서는 개인은 주권적이다”라고 말한다. 이를 놓고, 김선욱 교수는 “존 스튜어트 밀은 ‘나와 관련된 모든 것 가령 행동, 사상 등의 주인은 오직 나’라는 입장”이라며 “내가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자유주의자들은 개인이 고유한 삶의 방식 및 가치체계를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무한히 신뢰 한다”며 “사회에 의해 개인의 자기 이해 및 선 관념이 구성될 수 있다는 개념을 거부 한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자유주의자들은 공동체의 가치와 그에 대한 충성심이 사회적 이념의 중심이 될 경우, 파시즘, 인종주의, 전체주의로 나아갈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자유주의자들 입장 때문에, 그는 “공동체는 개인의 자유와 평등의 권리를 중심으로 형성된 결속체로 간주해야 한다”며 “공동체의 전통적 가치를 중심으로 공동체가 작동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여, 그는 “자유주의자들은 공동체 보다 항상 개인이 앞서고, 자신이나 타인이 공동체의 특정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을 배제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자유주의는 공동체의 삶에 참여해야지만 개인의 삶이 풍요로워 질 수 있다는 생각도 거부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절충점으로, 김선욱 교수는 하버드 정치학과 마이클 샌델 교수의 자유적 공동체주의 개념을 제시했다. 그가 말하는 샌델의 자유적 공동체주의에서 자유란 결국 자치(Self-government)에 기반 한다. 마이클 샌델의 자유적 공동체주의를 설명하며, 그는 “시민들에게 공동선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며 정치공동체의 운명을 ‘스스로’ 만들어 가도록 하는 것”과 “더불어 개인의 목표 선택에 대한 고민을 넘어서, 타인도 똑같은 권리가 있음을 존중”함을 강조했다. 또 그는 “공적 사안에 대한 지식, 전체에 대한 소속감과 책임감 그리고 위기의 기로에 놓여있을 경우 공동체와의 도덕적 유대를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
김선욱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마이클 샌델은 “미국인들은 1960년대 ‘번영’이라는 꿈에 현혹돼 자유에 대한 새로운 차원에 진입했다”며 “그러나 고작 미국인들이 생각했던 자유는 우리 집단의 운명을 좌우하는 힘인 시민적 능력에 달린 게 아닌, 오직 개인으로서 자신만의 가치와 목표를 독립적으로 선택하는 능력에 달렸음”을 지적했다. 이에 샌델은 “이는 공화주의적 혹은 공동체주의적 자유를 포기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하여, 샌델은 “1960년대 미국이 베트남전쟁, 빈민가 폭동, 인종 차별 등이 발생했을 때, 자유주의가 강조한 선택의 자유는 사회 문제 앞에서는 무기력했다”고 밝혔다.
이에 김선욱 교수는 “이후 미국 사회는 1980년에 로널드 레이건이 등장했지만, 그의 정책으로 인해 거대 규모로 조직화된 경제 권력은 시민 권력을 약화시켰다”며 “정작 레이건은 이에 대해서는 침묵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시장 보수주의적 사고방식에 입각한 레이건 국정 운영은 가족과 이웃, 공동체의 도덕적 의식을 되살리기는커녕, 오히려 크게 훼손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그는 “샌델은 오늘날 미국에는 공화주의적 자유 개념 즉 시민 자치로서의 자유를 다시 살려내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마이클 샌델의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를 인용했다. 그는 “샌델은 공동체주의가 개인에게 나라와 민족 등 전통을 중심으로 생각하도록 요구하는 경향성을 반대 한다”며 “반면 자유주의가 말하는 대로 개인의 권리 주장만 정당화하는 태도 또한 거부한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그는 “자유적 공동체주의가 말하는 정의란 ‘개인의 권리가 정당화 될 수 있는 건, 오직 타인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공동체 전체의 목적과 도덕에 기여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 그는 “샌델은 자유주의자들이 개인의 완전한 자유로운 선택의 개념도 비판한다”며 “개인은 그가 속한 공동체 구성원이 공유하는 언어를 공유하며, 언어에는 이미 공동체의 가치, 역사, 전통 등이 스며들어 있다”고 전했다. 하여, 그는 “샌델은 공동체적 가치, 역사, 전통 등으로부터 개인이 완전히 자유로운 선택의 자유를 누리는 건 불가능 하다”고 덧붙였다.
하여, 그는 “샌델은 항상 전통적 가치의 옹호와 그에 대한 이성적 반성이 충돌하는 가운데, 전체 공동체 구성원들 간 동등하고 열린 입장에서 토론을 통해 끊임없는 수정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토론 과정 가운데 그는 샌델의 주장을 빌려, “항상 공동체적 부담이 주는 권위주의적 힘을 경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즉 그는 “공동체적 가치가 도덕적, 정치적 주장으로 이어지지 위해서는 항상 권위주의를 탈색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한국과 북유럽 선진국인 덴마크와 핀란드와 의식수준을 조사한 설문을 제시했다. 그가 제시한 세계가치관조사(2012)에 따르면, ‘열심히 일함’에서 덴마크는 4.8%, 핀란드 6.9%, 한국 64.3%로 나타났다. 또 ‘관용과 타인 존중’에는 덴마크 86.6%, 핀란드 86.3%, 한국 40.8%로 조사됐고, ‘이기심 없음’에는 덴마크 64.3%, 핀란드 26.7%, 한국 10.5%로 드러났다.
이에 그는 서울대 사회학과 김석호 교수의 말을 빌려, “한국 시민들이 열심히 일하면서 근검절약하는 정신을 강조하는 반면, 공동체와 공익을 위한 삶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계속해서 김석호 교수의 말을 빌려, 그는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는 등 개인적 부와 성공에 관한 덕목이 강조되고, 관용이나 타인 존중 같은 공동체지향적인 가치와 공동선이 간과되는 문화에서는 시민성과 시민역량이 지속적으로 재생산될 것이란 기대를 갖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샌델이 강조했던 것처럼, 건강한 시민의식의 원리와 덕목을 찾기 위한 깊은 대화와 토론의 기회가 구성원들 사이에 있어야 한다”며 “결과물을 생산하기 위한 토론보다 토론 과정 자체에서 건강한 시민의식과 공동체적 덕목을 자연스레 체득하게 된다”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두 번째 발제로 이기홍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2018년 한국사회 공동체성/공동체의식 조사결과와 분석’을 전했고, 세 번째로 김병로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2018년 남북한 통일의식 조사결과와 분석’을 발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