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한국아나뱁티스트센터는 최근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기독교적 이해를 위한 컨퍼런스’를 최근 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이용석 전쟁없는 세상 활동가가 ‘한국 병역거부의 역사와 대체복무제의 의의’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발표 서두에서, 그는 “역사의 최초 병역 거부자는 295년 명백한 기독교 신앙에 따라 로마군 징집을 거부한 막시밀리아누스 였다”며 “최초의 병역 거부자는 바로 기독교”이라고 소개했다. 본격적으로 한국의 병역거부 역사를 그는 전했다. 그는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은 1973년 ‘병부행정 쇄신지침’을 내려, 징병률 100% 달성을 목표로 했다”며 “당시 여호와의 증인 이춘길 씨나 김종식 씨는 훈련소에서 집총 거부를 했다고 구타당해 죽임 당한 사건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1970-80년대 양심적 병역 거부 선언은 금기됐지만, 이용석 활동가는 “2001년 불교신자 오태양은 공개적으로 병역거부 선언을 하면서, 비로소 병역거부가 한국 사회의 중요한 인권 이슈로 부상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오태양씨 이후, 해마다 5명이 다양한 이유로 병역거부를 선언했고 2018년까지 병역 거부자는 70명에 이르렀다”며 “여호와의 증인까지 합하면, 해마다 700여 명의 젊은이가 감옥에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해방 이후 지금까지 총 1만 9천명의 젊은이가 병역 거부로 감옥에 가고 있으며, 병역 거부가 사회 이슈로 떠오른 2000년 이후에도 무려 9000명 정도가 감옥에 갔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병역 거부운동 초창기에는 병역거부자들이 왜 군대를 거부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병역 거부자와 평화활동가들의 지속적 노력으로 2018년 헌재가 병역법 헌법불합치 판결을 이끌어 내기까지 도달했다”며 “가장 보수적인 사법부에서부터 변화의 조짐이 감지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2000년 이후 한국 사법부는 병역 거부자에게 예외 없이 실형 1년 6개월을 선고했지만, 2004년 서울남부지법 이정렬 판사는 병역거부자에 대해 처음으로 무죄판결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후 “2018년 지금까지 모두 108건의 무죄판결이 나왔으며, 특히 2015년 다섯 건의 무죄 판결 이후 2016년 7건, 2017년 44건, 2018년 47건으로 급증했다”며 “이는 당시 2004년 헌재의 병역법 합헌 판결 후, 하급법원이 정반대의 판시를 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나아가 그는 “헌재는 2018년 6월 28일 병역법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2019년 12월 31일까지 대체복무제 입법을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이러한 추세에 따라, 평화시민사회는 인권 기준에 부합한 합리적 대체복무제”를 제안했다. 가령 그는 “안보의 영역을 넓혀 사회적 안전망과 위기관리를 확충하는 대체복무제의 개념”이라며 “사회적 필요성이 높은 영역에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는 것”을 제안했다. 예로, 그는 “치매 노인 돌봄 영역, 장애인 활동지원 영역, 의무소방 영역”을 제시했다.
다만 그는 “그동안 병역거부권 인정과 대체복무도입에 앞장서 온 평화단체들은 ‘징벌적’ 형태의 대체복부가 논의되는 것을 우려한다”며 “인권기준에 부합한 합리적 대체복무 기준”을 강조했다. 또 그는 “일각에선 대체복무 도입 시 현역 군인과의 형평성을 문제제기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형평성이 무너진 제도를 악용해서 병역기피가 만연되지 않겠냐”는 대체복무 반대 입장을 말했다.
그러나 그는 “병역기피의 근본적 원인은 대체복무제 때문이 아닌, 한국 군대가 가진 여러 문제를 간과한 점”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현역 군인과 견주어, 대체복무제가 더 어렵고 힘들어야 한다는 의견은 병역거부 당사자뿐만 아니라 현역 군복무자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불행경쟁 강요”라고 지적했다.
하여, 그는 “인권적 가치와 제도적 합리성을 반영해 대체복무제를 만들 때 역설적으로 더욱 긍정적 사회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그는 병역거부 인정과 대체복무 도입이 가져올 변화에 대한 전망을 예상했다. 그는 “대체복무제 도입으로 가장 확실한 변화는 병역 거부자들이 더 이상 감옥에 가지 않는 것”이라며 “이는 인권적 측면에서 커다란 진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대체복무제의 도입은 병역 거부자들의 인권 구제뿐만 아니라 군복부자들의 인권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사례로 그는 대만을 제시했다. 그는 “대만은 시민사회의 요구 때문이 아니라 국가의 필요 때문에 대체복무제를 시행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대만이 대체복무를 시행하니 군복무 대신 대체복무 악용 가능성 우려로 군대는 사병들의 처우 개선하고 군 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했다”며 “제도 악용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반대로 군 인권과 사병 처우 개선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대체복무제 도입은 분단과 전쟁 이후 우리 사회에 강하게 뿌리내린 군사주의에 균열이 생겼음을 의미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 군사주의는 항상 정상성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작동해왔다”며 “군대에 다녀오지 않은 여성, 장애인, 이주민들은 정상에서 벗어난 이들로 이등 국민 취급을 했다”고 지적했다. 하여, 그는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을 군대에 다녀온 유무로 결정되는 시대에 대체복무제 도입은 큰 파급효과를 던져준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그는 “대체복무제 도입은 안보 개념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기존의 군사안보 이데올로기는 강한 군사력이 국민을 지키는 바탕”이라며 “하지만 요새 국방의 의미는 외국 군대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는 것에서 국민의 안전과 평온을 지키는 일로 점차 넓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때문에 그는 “대체복무는 안보의 개념을 확장하고 국가의 역할을 다시 규정 한다”고 긍정적으로 보았다. 또 그는 “최근 들어 안전에 대한 요구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안보의 새로운 영역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자면 대체복무제도는 민간 공공 영역의 일, 가령 취약계층을 돌보는 복지 분야의 일이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했다. 나아가 그는 “폭넓은 대체복무제를 운영했던 독일 사회는 대체복무제를 통해 돌봄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졌다”며 “대체복무자 남성들이 돌봄노동을 담당함으로써 돌봄노동에서 성별 업무 구분이 무너졌고, 사회 전체가 돌봄노동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