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홍은혜 기자] 북한선교단체들이 한 자리에 모여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돌아보고, 북한선교를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20일 남서울은혜교회 밀알학교 일가홀에서는 아신대 북한연구원과 평화나눔재단 주최로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김병로 박사(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기조강연을 통해 먼저 '평화'를 논하면서, "현실적인 한반도 평화 문제와 교회 및 성경이 말하는 추상적인 평화를 어떻게 조화롭게 설명해야 할지는 복음이 통일 현장에 오면 당장 부닥치는 문제"라며 평화 실현을 위한 3가지 조건(3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평화 실현의 3가지 조건
김 박사가 말하는 방법은 첫째는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고, 둘째는 평화를 조성하는 것이며, 셋째는 평화를 구축하는 것이다. 영어로 표현하면, peace-keeping. peace-making, peace-building이다. 그는 "순우리말로 풀어보면, 평화지킴, 평화만듦, 평화세움이라 할 수 있다"며 "평화는 지키고, 만들고, 세워나가는 것"이라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평화는 지키는 것, 즉 peace-keeping으로부터 시작한다. 자신을 지키고 공동체를 보호하는 데서 평화는 출발한다는 것이다. 안보를 튼튼히 해야 한다는 논리는 여기에서 나온다. 그러나 평화를 지키는 것만으로 평화가 오지는 않는다. 지키는 것으로 시작되지만 유지하고 지키려고만 하면 그 안의 삶은 더 피폐해 진다는 것이다.
때문에 그는 "참 평화를 실현하려면, 보다 적극적으로 친밀한 사귐과 관계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평화를 지키는데 머무르지 않고, 평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평화를 만들려면 상대와의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면서 "남북한은 이러한 평화조성을 위해 외교적으로 대화하고 화해하는 일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평화협정으로 평화를 만들었다고 하여 평화가 저절로 오는 것은 아니"라 말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하더라도 그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휴지조각에 불과하다"면서 "이런 점에서 평화는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평화를 공고히 세워나가야 한다(평화세움, peace-building)"고 주장했다. 단순한 외교적 약속이 아니라 삶의 여러 영역에서 서로 만나고 교류하고 협력함으로써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교회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김병로 박사는 교회의 준비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한국교회가 통일과 북한선교를 단순한 선교의 확장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목회의 가장 중심적인 사역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복음이 짓밟히고 있는 이유는 복음이 가장 필요한 곳에서 복음이 선포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회개하며, 통일과 평화를 신앙 고백적 차원에서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현실분석은 사회과학적 방법으로 객관적인 평가를 하되, 그 해결책은 사랑과 용납과 화해와 평화의 마음으로, 즉 성경적인 해답을 줄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말하고, "교회가 사회를 위해 마지막 섬길 수 있는 방법은 통일의 문턱에서 한국사회와 국가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을 조금이라도 해결해 주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라며 "그것은 통일과정에서 국가와 사회가 북한을 향한 사랑과 화해와 용서의 마음을 잃지 않도록 촉구하고 격려하는 일"이라 했다.
이런 점에서 김 박사는 한국교회가 ▶화해와 평화의 말씀을 더 묵상하고 선포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화해와 용서, 평화를 실천하는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 ▶북한의 성도들을 돌보고 보살피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그는 북한 그루터기 신앙인들의 규모가 전국적으로 5만~10만 명, 어림잡아 7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면서 이들에 대한 깊은 관심과 기도를 촉구했다.
한편 행사에서는 김병로 박사의 기조강연 외에도 김영식 목사(남서울은혜교회 통일선교위원회)와 김권능 강도사(탈북민 목회자, 인천한나라은혜교회)가 주제발표를 전했으며, 김영욱 총장(아신대)이 축사를 전하기도 했다. 세미나는 기독교통일학회와 선교통일한국협의회, 북한사역목회자협의회, 북한기독교총연합회 등이 공동으로 협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