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15일 오후 7시 천호동 광성교회에서 김명용 전 장신대 총장은 온신학회 5회차 마지막 강의를 전했다. 마지막 강의 주제는 ‘요한계시록에 대한 바른 해석과 바른 기독교 역사관’이다.
그는 “요한계시록은 로마황제 도미시안의 박해기에 기록된 책으로서, 당시 소아시아 교회의 역사적 정황 속에서 해석해야 한다”며 그릇된 요한 계시록 해석을 경계했다. 예로 그는 서달석의 저서 ‘현실로 나타나는 666’을 제시했다.
이 책을 지적하면서, 그는 “서달석은 요한계시록 13장 18절에 언급된 짐승의 수 666은 컴퓨터라고 주장했다”며 “컴퓨터의 영자 스펠링을 아라비아 숫자로 환원해서 합치면 666이 된다는 것”이라 전했다. 김명용 목사가 전한 서달석 논리에 의하면, C=18, O=90, M=78, P=96, U=126, T=120, E=30, R=108이고 모두를 합하면 666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컴퓨터가 말세에 나타날 적그리스도 666인 셈이다.
김명용 목사는 “요한계시록 13장에 관한 말세론적 주장은 어느 정도 한국교회에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요한계시록의 말세론적 주장은 666이 바코드, 신용카드 속에서 숨어있고 이 바코드 없이는 상품거래를 할 수 없는 시대가 오는데, 이는 바로 요한계시록 13장의 ‘짐승의 표를 받지 않으면 매매도 못하게 하나니’라고 언급된 예언”이라 전했다.
그렇다면 요한 계시록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는 “요한계시록은 유대인들의 묵시서에 속하는 책이며, 대부분의 묵시서들은 박해기에 기록된 책”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용, 짐승, 나팔 뿔, 등 알기 힘든 언어들은 바로 이 박해와 깊은 연관이 있다”며 “이런 언어들은 모두 박해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사용한 위장 언어”라고 전했다.
결국 “요한계시록도 마찬가지”라며 “요한에 의하면 로마 황제 도미시안은 명백히 사탄이었지만, 박해의 상황은 이를 직접적으로 서술하는 것을 허락지 않았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래서 그는 “요한계시록 13:1-2에 용이 짐승에게 권세를 주었다는 내용은 바로 로마가 갖고 있는 권세는 마귀로부터 왔음을 말해준다”며 “유대 묵시서에서 용은 마귀, 짐승은 국가를 상징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당시 로마 황제는 황제 숭배를 강요하는 칙령을 반포했는데, 그 모든 것은 마귀로부터 나왔다”며 “요한은 박해 속에 있는 성도들에게 ‘로마는 마귀에게 속한 권세이므로 끝까지 저항해 승리할 것’을 권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여, 그는 요한의 권면으로 요한 계시록 2:10, 21:6-8을 예로 들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네가 죽도록 충성하라 그리하면 내가 생명의 면류관을 네게 주리라”(계 2:10) “승리하는자는 영원한 생명의 샘물을 마시게 될 것이며 나는 그의 하나님이 되고 그는 내 아들이 될 것이라. 그러나 두려워 하는자, 믿음이 없는자, 우상숭배자, 살인자는 불타오르는 유황의 바다에 빠질 것이다”(계21:6-8)
김명용 목사는 “계시록 13장 1-2절에 언급된 로마의 권세는 바울이 쓴 로마서 13장의 언급과 내용상 반대 되지만 상호 모순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로마서 13장에서 바울은 ‘정상적인 국가’, 즉 국가가 선을 장려하고 악한 자를 벌하여 질서와 평화를 유지하는 정상적 법치국가를 전제로 둔 것”이라 전했다.
그러나 그는 “계시록 13장의 국가는 이미 악의 도구가 된 로마를 말하며, 로마는 우상숭배를 강요하고 있기 때문에 요한은 이에 저항해야 함을 말했다”고 강조했다. 하여 그는 “로마서 13장에서 바울의 말을 기초로 독재 권력에 순종과 충성을 강요하는 부분은 전혀 성서적 정당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계시록의 666의 의미는 무엇일까? 김명용 목사는 “계시록 13장 18절에서 666은 도시가 아니라 사람을 상징하는 숫자이며, 대부분의 학자들은 이 사람을 바로 네로(NERON)로 지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에 의하면, 앞서 컴퓨터 스펠링을 아라비아 숫자로 환원한 것처럼, 황제 네로를 히브리어 숫자로 전환해 합하면 666이 된다고 한다. 하여 그는 “666은 오늘의 컴퓨터나 바코드와는 전혀 관계없는 오직 황제 네로를 상징하기 위해 일회적으로 쓰인 암호 숫자”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요한계시록 13장 14절에 칼에 상하였다가 살아난 짐승이라는 표현은 666이 네로라는 것을 명백히 입증해 준다”고 설명했다. 왜냐면 “이는 당시 팽배한 네로 환생설 때문에 나온 말이며, 네로는 악한자여서 다시 살아나 그리스도인들을 도륙할 것으로 알려졌다”며 “요한은 현재의 도미시안 황제가 환생한 네로와 같고, 무자비한 탄압과 황제숭배를 강요하는 적그리스도 666임을 드러냈다”고 그는 전했다.
그러면 요한계시록 13장 17절 ‘짐승의 표를 받지 않으면 매매를 못하게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김명용 목사는 바클레이(W.Barclay)연구를 인용하며, “향을 피우고 황제에게 경배하고 난 후에는 그것을 이행했다는 증서를 사람들이 받았다”며 “이 증서가 바로 짐승의 표이며, 이는 박해와 죽음으로부터 면죄 받으며 로마 제국 내에서 자유로운 활동을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나아가 그는 “요한은 이 표를 결코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며 “왜냐면 신앙을 버리고 황제숭배를 하면 장래에 건설될 하나님 나라에 결코 들어가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요한계시록은 말세론적 해석으로 컴퓨터, 바코드, 만국 통합화폐를 말하는 게 아닌, 로마 황제 도미시안의 엄청난 박해 속에서 성도들에게 그 박해의 원인과 결과를 설명하고 격려하기 위해 쓰인 책”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이 책을 당시의 역사적 상황을 무시하고 해석하면 치명적 오류에 빠진다”며 “물론 계시록은 그리스도의 오심과 하나님 나라에 대한 소망을 담고 있지만, 말세에 대한 연대기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명용 목사는 휴거론, 7년 대환란 이론도 반박했다. 먼저 휴거론을 언급하며, 그는 “휴거론은 세대주의 종말론의 중심에 있다”고 못 박았다. 이어 그는 “예수의 지상 재림이 있기 7년 전 공중의 비밀 재림이 일어난다”며 “그러나 이 휴거론이 주장하는 예수의 두 번 재림은 성서 어느 곳에도 찾아 볼 수 없다”고 단언했다.
아울러 그는 “휴거론자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데살로니가전서 4:16-17을 제시하는데, 이 본문은 예수께서 마지막 재림의 날을 서술한 본문”이라며 “또 본문에 나온 죽은 자의 부활은 역사의 마지막 날에 일어나지, 결코 예수 재림 이전 7년 전에 일어나는 사건은 아니”라고 역설했다. 데살로니가 전서 4:16-17절은 이렇다.
“주께서 호령과 천사장의 소리와 하나님의 나팔 소리로 친히 하늘로부터 강림하시리니 그리스도 안에서 죽은 자들이 먼저 일어나고, 그 후에 우리 살아남은 자들도 그들과 함께 구름 속으로 끌어 올려 공중에서 주를 영접하게 하시리니 그리하여 우리가 항상 주와 함께 있으리라”(살전4:16~17)
김명용 목사는 7년 대환란 이론에 관한 비판도 이어갔다. 그는 “7년 대환란 시대는 세대주의 종말론의 중요한 특징”이라며 “역사의 마지막 7년 대환란은 마귀가 창궐해 온갖 핍박이 일어나는 암흑의 시대이며, 이는 역사를 어둡게 생각하도록 만들고 비관주의적 세계관을 형성시킨다”고 전했다. 다시 말해, 그는 “7년의 시기는 악한 자들이 승리하고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자들은 처참하게 사형장으로 끌려가는 시대”라고 말했다.
이에 그는 “결국 공중 휴거에 사람들이 집중했던 까닭은 7년 대환란을 피하려는 의도가 깊이 깔려 있다”며 “휴거해서 하늘의 어린양 혼인잔치에 참가하는 사람은 매우 복되지만, 휴거를 못하고 남아 7년 환란의 시기를 맞는 사람은 참담한 세월을 보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교회가 이런 세대주의 종말론을 갖게 되면, 역사를 변화시키려는 교회 활동은 불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왜냐면 그는 “7년 대환란은 결국 역사는 파국을 향해가고, 역사의 마지막에는 7년 대환란의 시기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따라서, 그는 “역사에 대한 비관주의는 교회의 역사적 책임을 도외시 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교회는 세상 속에 정의를 세우기 위해 일하고,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모든 행위는 큰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결국 그는 “하나님 나라를 향한 교회의 과제와 7년 대환란은 공존하기 어렵게 된다”고 꼬집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세대주의 종말론은 교회를 세상으로부터 분리시켜, 세상의 하나님 나라 운동에 동참하는 그리스도인은 길러내기 어렵다”며 “학교도 직장도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7년 대환란 이론은 성경에 없는 이론이기 때문에 주장해서는 안된다”고 못 박았다.
이에 김명용 목사는 7년 대환란 주의자들이 근거로 제시한 계 11:13, 계 12:14절을 풀어 반박했다. 그는 “계11:13의 ‘1260일’, 계12:14의 ‘한 때와 두 때와 반 때’는 각각 3년 반으로 환산 된다”며 “이는 각각 다른 개념이지, 둘을 합해 7년 대환란 이론을 만든 것은 억지 논리”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계 12:14의 한 때, 두 때, 반 때는 구약의 다니엘서와 관련돼 있다”며 “다니엘서는 셀레우코스 제국 치하 안티오커스 에피파네스(4세) 시대에 씌여졌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당시 안티오커스 에피파네스는 유대인에게 히틀러와 비견될 박해의 상징적 인물”이라며 “그는 모세 율법을 읽는 것과 할례를 철저히 금했고 이를 어기면 모두 죽였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당시 에피파네스의 박해로 혀가 잘려 죽은 자, 산 채로 기름 가마에 끌려 들어가 죽은 자, 온 가족이 기름 가마에서 죽은 자들이 많았고, 나아가 유대성전을 훼파하기 위해 유대인들이 더럽다고 여기는 돼지 피를 뿌리는 박해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그는 “이 처참한 박해가 3년 반 지속되다가 결국 마카비 형제의 저항으로 인해 유대는 승리하고 성전은 다시 정화됐다”며 결국 3년 반은 유대인의 가슴 속에 새겨진 상징적 기간“이라고 강조했다. 즉 그는 ”다니엘, 요한계시록 같은 유대 묵시문학에서 3년 반은 마귀가 통치하는 상징적 기간“이라며 ”다니엘의 3년 반은 안티오커스 에피파네스, 요한계시록의 3년 반은 도미시안의 박해를 상징한다“고 제시했다.
나아가 그는 “요한계시록에서 3년 반이 지나면 마귀의 통치는 끝장나고, 그리스도의 통치는 1000년이나 지속될 것”이라며 “요한은 로마 권력이 온갖 박해를 할지라도, 세상의 참된 통치자이신 그리스도가 눈물을 닦아 주시고 승리를 안겨다 줄 것을 말했다”고 강조했다. “이것이 바로 요한 계시록의 주제”라며 “계시록은 비관주의를 가르치는 게 아닌 희망의 역사관을 위한 책”임을 그는 역설했다. 다시 말해 그는 “눈에 보이는 것이 어둠 밖에 없다 할지라도, 이 세상의 참된 통치자는 주님이시고 주님의 통치가 이 땅에 이뤄질 것을 희망차게 선포하는 책이 바로 요한 계시록”이라고 재차 말했다.
끝으로 그는 “미국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나에게는 하나의 꿈이 있습니다’는 미국에서 펼쳐진 요한계시록의 적용”이라며 “인종차별 속에서 미국의 국가 권력 까지 킹 목사를 위협해도, 눈에 보이는 것은 마귀의 무리들 밖에 없다 할지라도 킹 목사는 꿈과 희망을 연설했다”고 얘기했다.
즉 그는 “킹 목사는 주님과 함께 오는 꿈과 희망 이었다”며 “마침내 미국에서 오바마라는 최초 흑인대통령이 등장하는 꿈이 일어 난 것”임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요한계시록은 소아시아의 박해받던 성도들을 위한 희망의 메시지였지만, 이는 20세기, 21세기에도 울려 퍼지는 주님의 희망찬 메시지”라며 강연을 마무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