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11일 오후 2시에 한신대 신학대학원은 목요강좌로 김성재 전 문화관광부 장관 겸 한신대 기독교교육학과 교수를 초청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성격과 긴 여정’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전했다.
그는 “보통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생각할 때 관심을 가진 나라는 독일 이었다”며 “그러나 동·서독이 직접 전쟁을 치르지 않았기 때문에 내전을 겪은 이후 지속적인 군사적 위협과 적대관계에 있는 한반도의 상황과는 다르다”고 전했다. 그래서 그는 “최근 북아일랜드 사례는 영국의 식민지배와 남북 내전을 거쳤고 구교와 신교 사이 폭력 갈등이 지속됐다는 점에서 한반도의 현실에 시사점을 던져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일랜드는 오랜 테러전쟁으로 평화프로세스 과정에서 통일을 포기하고 평화를 선택했다”고 전했다. 또 그는 “독립무장조직 IRA에 의한 정치적 갈등 등의 문제가 있지만, 여전히 평화프로세스는 계속 발전되고 있다”며 “세 가지 곧 정책, 리더십, 국제적 협력과 지원 등을 들 수 있다”고 밝혔다. 곧 그는 “첫째, 정책적 요인으로 북아일랜드 내 다양한 정당 및 시민단체가 합의한 다자협약이 있고 둘째, 영국 토니 블레어 총리, 아일랜드 사회민주노동당 존 흄 얼스터통합당 데이비드 트림블의 노력이 있으며 셋째, 미국과 유럽연합의 국제기금 조성 지원이 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그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당위적 통일추구 이전에 평화공존의 프로세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현 단계에서 통일은 아무리 평화적이라고 해도 체제와 이념이 다른 상대방을 붕괴시키고 흡수하는 결과를 초래하기에 갈등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독일과 아일랜드 경험은 좋은 참고서”라고 전했다.
다만 그는 “독일은 평화정책의 결과로 통일을 이루었고, 구동독주민들이 먼저 구서독과 통합을 요구했으며, 구서독과 구동독은 체제가 달랐지만 사회민주주의 이념에 어느 정도 동질성이 있었기에 극과 극의 내적 이념 갈등은 없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동·서독 교회는 분열되지 않아 구서독교회가 인도적 지원과 사회문화교류협력에 선도적 역할을 했다”며 독일 통일에 있어 교회의 핵심적 역할을 강조했다.
반면, 그는 “한반도는 남과 북이 동족 간 전쟁을 해서 적대감이 많이 쌓여있고, 이념적으로 극과 극”이라며 “남북의 경제적 격차는 50:1이 넘고, 북한주민은 강력한 통제와 폐쇄 속에 살고 있다”고 전했다. 하여, 그는 “2018년 세 번의 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정립하는 주춧돌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이는 물리적 통일 이전에 남북 간의 현실 문제를 분명히 인식하고, 지속적이고 점진적 해결을 해가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아일랜드는 통일을 포기하고 평화를 선택했다”며 당위적 통일 이전 평화와 공존을 강조했다. 또 그는 “남과 북이 같은 아이리시고 같은 영어를 사용하며, 이념적 문화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며 “하지만 남과 북이 영국으로부터 독립 후 영국에 잔류할지를 놓고 오랜 테러전쟁이 있었다”고 전했다. 나아가 그는 “이런 오랜 테러로 인해 쌓인 적대감을 우선 평화협정으로 냉각시킨 후, 차근차근 평화의 무드를 유지했다”고 전했다.
아일랜드의 사례를 빌리며, 그는 “우리의 통일은 남북이 평화 공존하고 평화교류 한 결과 서로 같이 살 마음과 필요를 절감할 때 합의에 자연스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그는 “정부주도 보다 민간단체 참여와 교류가 더 중요하고 효과적”이라며 “북한에 대한 올바른 정보공유와 다방면의 사회문화교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현재 북한은 장마당 시장이 전국적으로 500개 확산됐고, 주민 70% 이상이 시장을 통해 생활한다”며 “사회주의 배급제는 이미 끝났고, 시장의 활성화로 은연중에 사유재산, 개인의 선택과 자유, 정보유통의 자유가 촉진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여 그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는 남북 사회통합을 위해 단계적인 교육, 의료, 사회보장 등에 대한 세밀한 협력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북·미간 핵문제가 해결되어 평화협정을 맺는다면 북한은 또 하나의 주권국가가 된다”라며 “이렇게 된다면 통일 이전 평화공존체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아일랜드 평화 프로세스 성공은 아일랜드가 평화를 위해 통일을 포기하고 영토주권도 양보했기에 가능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새로운 민족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이어야 한다”며 “지나온 과거에 미움, 증오, 보복, 갈등을 용서와 화해로 치유하고, 자주적 민족 주체성을 다시 형성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므로 그는 “한국기독교는 예수의 사랑과 평화와 공유의 복음을 회복하고 실천하는 신학과 신앙프로세스를 한반도 평화와 동시에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