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한반도 평화와 한국교회·언론의 역할’ 포럼이 여의도 CCMM 빌딩에서 11일 오전 9시 10분부터 오후 3시까지 개최됐다. 이날 오전 10시 반에는 국민문화재단 이사장 박종화 목사의 사회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의 기조강연이 있었다. 제목은 ‘한반도 정세변화와 평화를 위한 교회 역할’이었다.
그는 강의 서두에서 2007년 방북 이후 11년 만에 평양에 갔다 온 소감을 전했다. 그는 “많은 북한 경제학자들이 북한은 지금 강력한 제재 압박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는데, 상상 이상으로 평양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평양 길거리에 많은 자동차, 주상복합 아파트 등이 있었다”며 “보여주기 식일 수 있겠지만 도외지인 양강도 해산에도 실제로 공장이 세워지고 있고, 조림복구사업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회상했다. 이어 그는 “북한의 시장경제가 상당히 진행되고 있는 수준인 듯하다”고 전했다.
이에 그는 “김정일이 사상을 강조해 주관주의에 빠진 것 과 달리, 김정은은 경제 발전과 이를 위한 과학기술을 중요시 여기는 것 같다”며 “김정은은 상당히 현실주의·실용주의 노선을 걷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방문 소감에 이어, 그는 한반도 정세변화를 설명했다. 그는 “한반도 냉전 대결구도에 북미 관계가 중요한 변수이며, 이 관계가 평화로 해소되지 않으면 남북 관계도 평화로 나아가기 어렵다”고 냉철히 진단했다. 이런 상황가운데, 그는 “4.27 남북 정상회담, 6.12 북미 정상회담을 거쳐 최소한 적대 관계 종식의 서막을 올렸다”며 “한반도는 유례없는 평화를 맞이할 천재일우의 기회를 잡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현상 이면에는 김정은의 리더십 변화가 중요한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며 “김정일은 대외적 결단에 굉장히 수동적이었지만, 김정은은 모든 정상회담에 능동적 결단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이유는 뭘까? 그는 “바로 북한 경제의 고도성장을 위해 김정은이 적극 협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김정은은 세 번의 정상회담 속에서 군사적 신뢰 구축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며 “중국이 경제 발전을 위해 주변 정세 안정화 전략을 취했던 것처럼, 북한도 똑같은 외교를 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북한은 핵무기 중심에서 경제평화 추구로 변했다”며 “김정은의 기치는 북한 경제를 시장경제로의 변화·개방을 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그는 “미국과 대한민국이 김정은의 비핵화 동기를 바라보는 관점은 최대압박과 제재로 인민들이 폭동을 일으킬 가능성을 회피하려는 전략”이라며 “그 말도 맞는 말이지만, 단지 삼시 세끼 해결만을 위한 것이라면 핵무기만 가지고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즉 그는 “북한은 현재 핵무기 보유만으로 삼시 세끼 해결은 충분히 되고 있다”며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는 체제 안정 보장이 아닌 경제제재 해제를 통한 고도성장”이라고 전했다. 하여, 그는 “김정은이 원하는 것은 바로 15%의 고도성장”이라며 “이는 대북 압박 제재 속에서는 안 되며, 오직 외부의 자원과 기술 결합을 통해 이룰 수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이는 북한 간부도, 트럼프도 알고 있는 내용이다”며 “김정은의 의도가 기만이 아니라는 것을 트럼프는 알기 때문에, 천천히 평화 프로세스를 밟아나가길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7월 5일에 “나는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인민을 위해 다른 미래를 보고 있다고 정말로 믿는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렇다면, 남한과 북한이 경제협력을 통한 공동번영이 가능한 것일까?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그렇다’고 화답했다. 그는 “현재 북한 경제는 적극 대외 개방을 하고 있다”며 “2013-2017년 까지 기존 경제특구 외에 22개의 경제개발구 지정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고도성장을 위한 북한의 우수한 경제 자산도 많다“며 ”풍부한 지하자원, 유라시아로 뻗어있는 물류 통로, 우수한 경공업 기술, IT 기술인력 등“을 제시했다.
특히 그는 ”언제 중소기업회장을 만났는데, 그렇게 북한의 노동력을 선호한다고 하더라“며 ”북한이 ICBM 만들 기술이 있다면, 이를 긍정적으로 한국 IT 기술과 결합시킨다면 획기적 경제 발전 도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경제 지원이라는 표현을 쓸 필요 없다“며 ”우리 기업이 북한 노동력을 이용해 같이 갈수 있도록 윈-윈(Win-Win)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하여, 그는 남북경협을 중심으로 경제 발전을 이어간다면, 머지않아 북방경제 시대가 도래 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는 “남한 5000만, 북한 25000만, 중국 삼성 1억 1000만, 그리고 러시아 극동 및 몽골까지 아우르는 북방 경제권을 형성하기만 한다면, 한국 경제는 새롭게 도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즉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경제 전략과 한국의 한반도신경제구상 전략의 연계”라고 그는 강조했다.
북한이 세습 정권 붕괴의 위험(Risk)을 감수하고서도 적극 개방을 추진하는 이유는 뭘까?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은 중국을 모델로 하고 있다”며 “중국 공산당이 개혁 개방을 내건지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중국 공산당의 권력은 강고하다”고 밝혔다. 그래서 그는 “북한은 중국을 모델로 하여, 적극 개혁·개방을 원했다”고 진단했다.
평화 그리고 공동 번영이라는 과제를 앞두고, 교회의 시대적 역할은 무엇일까?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범 교계가 연합해서 적극 미국에 북한을 향한 신뢰를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미국 교계 목사들에게 북한이 비핵화를 통한 경제 발전 의지를 잘 전달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북한은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결연하다”며 “북한 변수가 과거 보다 안정화 됐다. 그래서 역진행 염려가 없다. 교회는 반드시 미국 교계에 북한의 태도가 이러하다고 신뢰를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미국 교계는 정치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친다”며 “적극 미국 교계 목사들에게 ‘북한의 경제 개발 의지’를 설득하는 게 교회 역할”이라고 당부했다. 다만 그는 “여전히 북한의 의료, 보건, 산림은 취약하다”며 “이 부분은 협력보다 교회 중심의 인도주의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 목회자가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에게 질문했다. 그는 “북한에는 다국적 기업활동이 가능한 시장경제인지, 또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는지”를 물었다. 이에 이종석 전 장관은 “북한과 다국적 합작 기업이 가능하다”라며 “중국, 싱가포르에 현재 북한의 경제학자들이 파견돼 적극 교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종교 문제로 그는 “북한은 체제 유지를 위해 완전한 기독교 용인은 어려울 것 같다”며 “다만 중국의 제 3자 교회 모델을 따라 가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이것 또한 시간이 필요한 문제”라며 그는 덧붙였다.
또 다른 질문도 던져졌다. 그는 “왜 교황이 북한 방문 때 ‘종교의 자유’라는 항목을 뺐는가?”라며 “자유를 강조해야 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이종석 전 장관은 “세상의 자유가 확장되는 방식은 다양하다”며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도 북한은 시장경제를 통해 자유가 점차 확장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여, 그는 “그런데 정치적 이념과 대결 구도로 자유민주주의를 강요하여 북한에 압박을 가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평화는 소중하며, 자유와 비교하지 말자”며 “평화는 공존이며, 북한 인권문제 등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해결해 나갈 문제”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