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요즘 소녀들에게 핫한 ‘입덕’ 아이돌 ‘방탄 소년단’이 최근 빌보드 차트 에 상위 랭크됐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유엔 총회에서 연설까지 했다. 제목은 바로 'Speak yourself‘. 우리 자신의 얘기를 하라고 촉구하는 방탄소년단의 당찬 연설이 신학에 물음을 던졌다. ’방탄소년단을 신학하다 - 지구촌 문화 속에서 신학과 한류의 물음‘이라는 제목으로 감신대 박일준 교수가 강연을 전했다. 28일 오후 4시 장신대 세계교회협력센터 미션홀에서 공적신학과 교회연구소 9월 세미나로 진행된 강의다.
강의 서두에서 그는 “한류가 한국적 고유 문화를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것이라 한다면, 방탄소년단을 과연 한국적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라며 되물었다. 이어 그는 “방탄소년단을 데뷔시키는 과정은 삼성, 엘지 등 대기업들이 한국경제를 이끈 것처럼, 대형기획사 주도 하에 자본력을 동원해서 세계시장에 데뷔한 잘 기획된 자본주의 상품일지도 모르겠다”며 “어쩌면 한국교회 성장도 대기업의 성장, 케이팝 스타들과 많이 닮아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케이팝의 특징 중 하나는 방탄소년단의 리듬이 귀로만은 잘 와 닿지 않는다”고 뽑았다. 아울러 그는 “케이팝이 가지고 있는 고유성은 바로 여기 있다”며 “영상을 통해 펼쳐지는 안무, 의상, 배경무대들이 한데 어우러져 생산되는 복합적 문화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여기에 크게 복무한 게 바로 유투브”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한류를 말할 때, ‘한국만의 문화’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아야 함을 주문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한류가 한국적인 것만을 유통한다 생각한다”며 “그러나 문화는 민족 간 경계를 가로질러 교차하고 혼합하여 끊임없이 새로운 문화를 재생산하는 과정”이라고 규정했다.
다만 그는 “기성 주류 언론들이 지나친 상업주의, 국수주의 경향을 부추기고 있으며, 한류를 문화가 아닌 자본 마케팅 대상으로 보고 있다”며 “케이팝이 지구촌 시대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매김 했던 것은 민족의 경계를 넘는 힘에 있었지, 한국 고유의 정체성 때문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한류 열풍에 이어 한류 교회 문화도 제시했다. 일명 ‘케이 크리스차니티’다. 그렇다면 케이팝의 장점이 케이 크리스차니티 모델에 접목될 수 있을까? 이에 그는 최근 유엔 총회에서 연설했던 방탄소년단의 Speak yourself를 예로 들었다. 그는 “이는 오랫동안 신학의 중요한 물음 이었다”며 “중년 여성들의 내적 상실감, 정신질환자와 대담치료처럼 신학도 ‘나의 얘기’를 하기보다, ‘너의 얘기’ 듣기에 관한 것”이라 설명했다. 일례로 그는 “2013년에 세계 선교 협회의 패러다임이 전환됐는데, 이는 바로 ‘Mission from the margin'”임을 전했다. 즉 선교의 모토가 주변으로부터의 선교로 전환된 것이다. 이는 무얼 의미하는 걸까? 그는 “오랜 선교 전통은 주변부가 선교의 대상이었는데, 21세기 들어 주변부가 바로 선교의 주체가 된 것”이라며 “방탄 소년단의 유엔 설교도 같은 모토”라고 이야기 했다.
다시 말해 그는 “방탄소년단의 ‘여러분 입장에서, 여러분 이야기를 하고, 우리는 오직 듣겠다’는 메시지 내용만 보면 철저히 신학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케이 크리스차티니 곧 한국 교회 미래를 두고 어떻게 교회를 만들어 갈 수 있는가?’는 질문 앞에 한국 교회는 ‘미션 프롬 더 마진’을 염두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교회 현재 모습은 주변부 이야기를 듣는 게 아닌 오직 중심부의 이야기로 쏠려 있다”며 지적했다. 또 그는 고린도 전서 1:28을 빌려 “하나님은 없는 자들을 선택해서 있는 자들을 아무것도 아니게 만드셨다”며 “아무도 대변해 주지 않는 사람들 이야기를 듣는 게, 바로 방탄소년단이 말하는 ‘Listen’이자 신학의 목적 아닐까”라고 전했다.
덧붙여 그는 “방탄소년단은 천문학적 경쟁률을 뚫고, 남성 아이돌 중 최고가 된 그들이 과연 우리 시대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이에 그는 “케이팝의 주체는 Singer들이 아닌, 케이팝을 유행케 한 팬”이라며 “세계 여러 지역에서 뮤직비디오를 보며 알아듣지 못하는 가사 내용에 자기 소망을 투사시키는 세계 팬들이 바로 케이팝의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한류가 세계 문화가 될 수 있을지의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다”며 “우리가 세계를 선교하면서 선교 받는 열방 민족들이 자기 이야기를 던지는데, 우리가 그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다면 케이크리스차니티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