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요즘 인공지능이 화두다. 특히 작년 알파고가 바둑 기사 이세돌을 상대로 5전 4승 1패로 승리한 일은 연일 화제 거리였다. 알파고의 승리는 모든 데이터베이스를 축척한 순전한 ‘지능’의 승리였던 것이다. 그러나 알파고의 1패속에는 인공지능이 가질 수 없는 인간 이세돌의 ‘신의 한수’가 숨겨져 있었다. 바로 순전히 ‘감정, 직관’이라는 인간성만이 오롯이 드러났기에 빛나는 승리였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AI는 과연 목회자를 대체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 시대와 복음’이라는 주제로 2018 웨슬리 목회 컨퍼런스가 20일 광림교회에서 개최됐다. 이날 오후 2시에는 옥스퍼드 크라이스트처치 칼리지 학장인 마틴 퍼시 박사가 강연을 전하며 이 문제를 논했다.
그는 “여러 사람들은 로봇이 세상을 지배하고 모든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실상 어떤 AI도 목회만큼은 대체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특히 그는 “교회는 하나님과 교감하고 사람과 소통하는 순전한 사람의 손길이 담긴 곳”이라며 “AI는 사회가 발전할 수 있도록 도울 뿐이지, ‘감정과 교감’은 AI도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한 특성”임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인용하며, “우리 삶이 수치로 다 계산되어 질 수 없으며, 감정과 손길 그리고 이해의 요소가 삶에서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 하여 그는 교육 현장에서 예비 목회자들에게 “여러분은 졸업 후 직업이 아닌, 'Occupation' 즉 하나님과 사람에 전념하는 일, 곧 감성적으로 소통하고 교감하는 일을 하게 됨”을 늘 당부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요한복음에서 하나님은 이 세상에 와서 사람을 향해 항상 전념하셨고 은혜를 주시며, 우리 곤란, 상처, 아픔 그리고 기쁨, 행복을 함께 공유하기를 원하신다”며 “우리 목회자도 하나님처럼 사람에게 전념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기독교는 수학 공식이 아니라 하나님이 예수님 안에 거하셔서 세상에게 화해를 요청했듯이, 우리 목회 사역은 바로 사람들을 향해 웃어주고, 따뜻한 얼굴로 환대하며, 말을 건내는 것”으로 “교회는 진실, 겸손, 거룩함으로 하나님의 마음을 세상에 전달하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럴 때 그는 “세상 사람들은 교회를 통해서 하나님 마음을 알 수 있다”며 “예수님을 선포하기 위해서 하나님은 교회를 만드셨다”고 했다.
마틴 퍼시 박사는 목회를 자녀양육에 비견했다. 그는 “아이들은 부모의 감정, 인간성, 특히 무조건적 사랑을 원한다”며 “목회가 일이 아닌 유일한 이유는 바로 수치를 매길 수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그는 “예수는 절망 밖에 없는 소외된 이들을 향해 끝까지 전념하셨고, 벼랑 끝에 몰려도 이들을 향해 예수는 무조건 사랑과 배려를 베푸셨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인공지능을 생각해볼 때, 한 명의 인간으로서 목회자인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돌아볼 것”을 목회자들에게 당부했다.
그렇다면 마틴 퍼시 박사가 생각하는 목회자의 존재 이유란 무얼까? 그는 “나 또한 매일 아침 예배를 드리며, 목회자의 의미를 항상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목회를 하겠다고 했을 때, 이는 안정적 직업, 돈, 아니면 멋진 커리어를 쌓기 위해서가 아닌 오직 하나님께 부름 받고 사람을 섬기기 위해서”라며 “우리는 자상함, 포용으로 사람들이 하나님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회에서 중요한 점을 되묻고, 그는 “‘좋음’의 가치”를 강조했다. “목회자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함”을 그는 단순하게 말하며, “인공지능과 달리 ‘좋음’은 사람만이 줄 수 있는 가치”라고 전했다. 종종 그는 “나는 학생들에게 ‘너는 그다지 실력 없고 형편없는 목회자가 될 수 있지만, 최소한 갖춰야 할 하나는 바로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함”을 학생들에게 강조한다고 전했다. “왜냐면 어느 누구도 나쁜 목회자에게 가지 않을 것”이라며 그는 명쾌하게 답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인상이 나쁜 목회자든, 아니면 자신의 일을 아무리 잘하는 목회자든 이 모든 것이 교회에 ‘좋음’을 가져다 줄 수 없다”며 “예수, 교회 그리고 사람을 통해서 우리는 좋음의 가치를 갈망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부모의 중요한 역할도 여기서 나온다”며 “부모는 우리를 혼낼 수 있고 참을성이 없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부모가 좋은 사람임을 신뢰해야 한다”며 목회자의 역할을 부모에 비유했다.
나아가 그는 “당신의 섬세함, 자상함 그리고 포용력은 절망에 빠진 사람들을 회복시킬 수 있다”고 목회자들을 독려했다. 특히 목회자에게는 사람의 얼굴을 읽는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의 눈빛과 입술은 다르게 말할 때가 있다”며 “당신이 좋은 목회자라면 성도의 얼굴과 눈빛 속에 슬픔과 동요를 쉽게 간파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인공지능은 이런 감각을 가질 수 없다. 때문에 목회는 오로지 사람의 영역이다. “왜냐면 이러한 인간성은 오직 영적 감각을 요구하기 때문”이라며 그는 “가끔은 성령께서 ‘보아라 저 사람은 대화가 필요하고, 손길이 필요한 사람이니 같이 만나서 위로해 주어라’고 말씀 하신다”고 했다. 이를 그는 ‘감성적 지식’이라고 칭했다. 그는 목회자들에게 권면의 말로, “여러분의 판단이 옳을 수도 있지만 항상 맞는 것은 아니”라며 “사역에서 동료 목회자 또는 성도들에게 서로 배울 것”을 제안했다. 덧붙여 그는 “목회는 결국 사람의 손길을 이용하는 부분이 있다”며 “타이밍을 잡고 위험을 무릎 써야 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지만, 결국 우리가 하는 일도 예수님께서 위험을 감수하신 일을 뒤쫓아 가는 것”임을 강조했다.
그래서 그는 “교회의 본질을 이해하고 목회자의 소명을 생각해야 함”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우리 목회자는 성도로 하여금 ‘목회자야 말로 나를 포용하고 어떤 문제를 털어놓는다 해도, 나의 처지를 이해하며 하나님께 중보기도 드릴 것이다’를 기대할 수 있어야한다”고 전했다. 물론 그는 “목회자도 직업인이기에 쉬어야 하지만, 일반 직업의 개념이 아닌 Occupation으로서 하나님과 사람에게 ‘전념’하는 일”이라며 목회자의 사명을 역설했다. 반면 그는 “이런 사명은 인공지능은 실행 할 수 없다”며 “하나님이 사람에게 부여하신 유일한 것”임을 구별 지었다. 나아가 그는 “교회는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장소”라며 “교회는 우리 삶의 전부가 숫자에 달려 있는 게 아닌, 그 이상의 일이 있음”을 전했다.
한편 마틴 퍼시 박사는 성공이 목회의 목표가 되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전했다. 그는 “교회의 목표는 성공이 아닌, 신실한 믿음이 목표”라며 “자본주의는 생산성, 성장, 성공 등이 필수적 요소인 만큼, 교회 또한 그 전철을 밟을 수 있음”을 경고했다. 특히 그는 “수만 명이 모인 큰 교회에 가면 그 웅장함에 놀랄 수 있지만, 그 장소가 항상 좋지만은 않다”며 “때론 그 교회가 사람을 격려하기보다 영성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심지어 기독교의 규격화된 라이프스타일을 만드는 데 천착 한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그는 “대형교회는 사람들에게 도전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반면, 그는 “아주 좋은 교회는 작은 교회”라고 전했다. 왜냐면 그는 “거기에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며 “믿음과 성공은 다른 영역”임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신실한 교회는 때론 박해를 받는다”며 부흥은 규모를 담보하지 않음을 전했다. 때문에 그는 “신실한 교회는 정의를 지지하고 진리를 전하는 책무로 인해 규모가 작아 질수 있다”며 “이 세상이 얘기하는 숫자와 규모에 대항해야 하며, 목회는 하나님의 진실을 알리는 역할”임을 힘주어 말했다. “많은 지지를 받지 못할 수 있지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교회가 설립된 것은 아님”을 강조하며, 그는 교회의 존재 이유로 오직 믿음을 역설했다.
특히 그는 “기독교의 역사에서 믿음이 강했을 때는 교회가 작을 때”라며 “반면 교회가 클 때는 믿음이 가장 작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분별력을 가져야 한다”며 “예수님이 우리에게 세상의 관점 즉 성공을 넘어서 ‘믿음과 인격’을 요구하시며, 교회가 세상과 구별되기를 원하신다”고 전했다.
나아가 그는 “하나님 앞에서 우리 모두는 평등하며, 똑같이 서로 사랑을 주고받는 게 초대교회 정신”이라며 “노예들만 모이는 교회, 헬라인들만 모이는 교회가 아닌 모든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가 바로 초대교회였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가진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사람에게 돌봄을 주었던 초대교회처럼 우리 목회자도 성도들을 돌보아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마틴 퍼시 박사는 선한 사마리아인 얘기를 꺼냈다. 그는 “유대인 입장에서 사마리아인은 종교, 예배 형식, 혈통이 다르다는 이유로 나쁜 사람들로 낙인찍었다”며 “그러나 유대인 역시 로마제국의 압제 상태에 있던 피해자 였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하나님 나라에서 우리 모두는 피해자라고 생각할 수 있다”며 “우리 모두는 도움이 필요하다며 하나님 앞에서 울부짖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하나님이 당신에게 도움을 줄 때 친구가 아닌 적을 통해서 줄 수 있다”며 “유대인 입장에서 나쁜 사마리아인은 두들겨 맞아 빈사상태이던 사람을 지극 정성으로 보살펴 주었다”고 밝혔다. 이것이 ‘하나님 나라 이치’임을 규정하며, 그는 “하나님 나라는 적, 타인의 위협, 강점, 약점을 바라보는 관점이 세상과 다름”을 강조했다.
나아가 그는 “신약은 정말 아름답다”며 “하나님은 우리 강점을 원하지 않으시고, 약함을 통해 빛과 희망으로 가득 채워주신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어리석음을 통해 지식을 폐하시고, 끔찍한 일들을 통해 좋은 것을 가져가시다가, 다시 좋은 것으로 되돌려 주시는 등, 세상이 생각하는 방식대로 운영하지 않으신다”며 그는 하나님이 일하시는 방식을 설명했다.
이처럼 그는 “교회나 목회 및 선교의 모든 것은 하나님의 한 차원 높은 방식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며 “이 모든 것은 예수님을 통해서 이뤄져야 하며, 이것이 선교의 회복이 시작되는 방식”임을 역설했다. 또한 나쁜 사마리아인 비유를 통해 그는 “‘적을 사랑하라’는 메시지가 아닌, ‘너희를 핍박하는 자를 위해 기도하라’는 것도 아닌, ‘적이 나를 사랑하도록 하라’는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나라가 우리가 사는 세상과 다르다는 점”을 말했다. 이를 통해 그는 “하나님이 세상과 피조물을 진정으로 전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라고 말씀 하신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목회자에게 언제나 하나님의 전능하신 손이 함께 하고 있음을 기억해달라”며 “당신의 일은 성공에 관한 것이 아닌 신실함과 겸손”임을 덧붙였다. 이에 마틴 퍼시 박사의 모든 강연은 마무리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