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과 성폭력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이 같은 행위를 은폐한 교회의 잘못도 시인하며 12억 명의 가톨릭 신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미국 펜실베니아주 대배심은 70여년 동안 신부 300명이 1000명이 넘는 아동들을 성추행 했다는 조사 보고서가 접수됐음에도, 48시간 뒤인 16일에서야 공식 입장을 내놓아 이를 묵인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바티칸 인사이더’,‘뉴욕타임스’ 등의 보도에 의하면, 교황은 20일 전 세계 12억 명의 가톨릭 신자들에게 보낸 공개사과문을 통해 “수치와 회개로, 우리는 교회 공동체로서 오랜 시간 무시당했던 피해자들의 비통한 고통을 외면한 잘못과 함께, 적극 책임지려는 행동이 없었음을 인정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입힌 피해의 크기와 심각성을 깊이 깨닫고 있다”며 사과했다.
교황은 “우리는 어린 신도들을 보살펴야 하는데 그들을 버렸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특히 교황은 “고아와 과부 등 약자를 돌보아야 하는 임무를 지닌 사제들이 자행한 성폭력 사건을 교회는 수치와 슬픔으로 인정하고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용서를 구하는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피해자들의 깊은 상처는 결코 사라지지 않기에, 우리는 성범죄를 저지른 사제는 물론 은폐 시도를 한 사제들에게 엄중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철저히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교황은 서신에서 사제들이 누리는 권위를 맹렬히 질타했다. “사제들 스스로, 그리고 신드들이 실어준 사제의 힘이 우리가 뿌리 뽑아야 하는 많은 악들을 무마하는 것을 돕고 있다”며 “‘사제의 성추행을 노(no)’라고 비판하면 게 ‘모든 사제 권위’에 대해 ‘노’라고 비판하는 게 된다”며 교황은 지적했다.
교황청 소식통에 의하면, 교황이 사제들의 미성년자들에 대한 성추행 또는 성폭행 문제를 은폐하려는 교회의 잘못을 인정하고 전 세계 신자들에게 사과 서신을 공개 발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교황청과 카톨릭 신자 및 일반인들의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번 서신이 냉각수가 될지는 미지수다. 교황은 2013년 즉위 이후 사제의 미성년 신자 성추행 또는 성폭행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해 왔지만, 그 동안 이 문제를 근절하기에는 미진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6일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를 방문한다. 교황청에 따르면, 교황이 아일랜드를 공식 방문하기는 40년 만이다. 또 이번 아일랜드 방문에서 교황은 사제로부터 성추행 및 성폭행 당한 피해자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교황청은 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교회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번 사건으로 더 큰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이번 방문이 사제들의 성폭행 또는 성추행 사건으로 성난 여론을 잠재울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