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의 샌드위치에서 예수님을 깊이 맛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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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혁주의설교연구원 설립 26주년 기념세미나, 고신대 최승락 교수 강연
고신대 최승락 교수의 강연을 참석자들이 경청하고 있다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한국개혁주의설교연구원 설립 26주년 기념세미나가 20일부터 22일 까지 강남구 세곡동에 위치한 세곡교회당에서 개최됐다. 세미나의 주제는 ‘강단사역을 위한 요한복음 이해’이다. 21일 오후 4시에는 고려신학대학원 최승락 교수의 특강이 있었다. 고신대 최승락 교수는 자신의 설교문을 예시로 사용해 ‘복음서 설교와 이해’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그는 마가복음 5장 21절에서 43절을 중심으로 강해했다. 강의를 시작하면서 그는 복음서의 저자인 마가가 즐겨 사용하는 이야기 구성방법은 샌드위치 구조라고 전했다.

그는 “두 쪽의 빵 사이에 토마토, 햄, 치즈 같은 서로 다른 식재료들을 함께 먹어야 조화된 맛을 느끼는 것처럼, 샌드위치 구조의 맛이 바로 마가복음이다”라고 했다. 특히 그는 “이처럼 회당장 야이로의 딸 이야기 속에는 혈루증 여인의 이야기가 끼어서 하나의 샌드위치를 이루고 있다”며 “두 개가 서로 다른 이야기 인 것 같지만, 이 전체의 조화를 통해 우리는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잘 알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전반부에 회당장 야이로는 예수님께 ‘내 어린 딸이 죽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했지만, 후반부로 가면 야이로의 집에서 사람들이 와서 야이로에게 ‘당신의 딸이 죽었나이다’”라고 전하며, 전반부와 후반부의 야이로가 상황을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를 구분했다.

아울러 그는 “전반부의 야이로는 딸이 병들어 죽어가는 상황에서 예수님을 병을 좀 더 호전시키는 정도로만 생각하는 믿음을 지니고 있었다”며 “후반부에 야이로의 집에서 나온 사람들은 ‘죽었습니다’라고 말하며, 회생의 가능성은 없고 모든 것은 끝났으며 ‘예수님은 그냥 집으로 돌아가시면 됩니다‘라는 체념을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예수님은 야이로에게 ’계속 믿기만 하라‘고 요구하신다. 이 장면을 가지고 그는 “예수님은 야이로에게 눈앞에 변화된 상황을 보지 말고 변함없으시고, 인간의 조건이나 외적 상황에 따라 일하시는 분이 아닌 변화된 상황을 초월하여 일하시는 예수님 자신을 계속해서 바라보라는 요청을 하고 계신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요한복음 11:25절에서 예수가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라고 말씀하신 부분을 비교했다. 그는 “회당장 야이로처럼 나사로의 누이들도 ‘주께서 여기 계셨더라면, 살았을텐데‘라고 말하며, 단지 예수님을 나사로는 병들었고 목숨은 붙어있으니 조금 더 낫게 하는 정도로 예수님을 제한했다”고 했다. 다만 그는 “예수님은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으셨고, 개선자 수준을 넘어서 자신의 조건 곧 ’예수님이 누구냐? 나는 곧 부활이요 생명이다‘는 것을 절대 천명하고 싶으셨다”며 “죽음을 이기시고 초월하시는 생명의 주관자가 바로 예수님이라는 것을 보여주시기 위해 일부로 나사로의 죽음 때까지 지체하셨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우리가 만들어놓은 한계 속에서 예수님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예수님 그 자신의 조건 따라 역사하시는 예수님을 믿는 것이 참된 믿음이다”라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예수님의 조건에 부합하는 차원의 믿음인지, 아니면 내가 인정하고 제한하는 테두리 안에서 예수님을 가두어놓는 믿음인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신대 최승락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첫 번째 샌드위치가 모든 상황을 초월하시는 분이신 예수님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면, 두 번째 샌드위치는 우리 상황을 헤아리시고 마음 깊숙한 곳으로 들어오셔서 체휼하시는 예수님의 맛이다. 그는 “마가복음은 12년 동안 혈루증을 앓고 있는 어떤 여인을 정확한 진단명 없이 그저 피의 유출이라고 표현했다”며 “이는 레위기 15:25절에 부정한 여인을 규정한 표현과 똑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래서 이런 여인이 가지고 있는 아픔은 육체적 고통이나 불편에 그치지 않는다”라며 “왜냐면 레위기 15:12에 따르면 이런 여인은 부정한 여인이라고 했기 때문에, 당대 유대 사회로부터 사회적 단절을 겪을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심리적 상처를 12년을 겪었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혈루증 앓는 여인은 12년 동안 몸과 마음의 총체적 고통을 안고 살았던 것이다.

한편 그는 “다른 고침을 받은 사람들은 예수님 앞에 나왔지만, 마가복음 5:27에서 여인은 고침 받고 나서도 예수님 뒤로 왔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는 존재하지만 존재하는 것을 부정당하며 12년 동안 살아서 위축된 상태인 그녀를 적절하게 표현했다”며 “이 짧은 순간에 담긴 여인의 절규다”라고 표현했다. 나아가 그는 “앞으로도 못가고 뒤로 사람들 사이에 숨어서 예수님께 나아가 ‘나를 불쌍히 여겨주시옵소서’에는 혈루증 앓는 여인의 가슴을 저미는 고통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예수는 ‘누가 내 옷을 대었느냐?’라고 물었을 때 제자들의 대답과 여인의 대답은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제자들의 ‘많은 무리가 에워쌌다’는 대답에는 공감대 없이 그저 3인칭 시점으로 현상을 단순 기술한 것에 불과하다”며 “그러나 예수 앞에서 여인은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을 때 3인칭이 아닌 1인칭으로 12년 동안 자기 아픔을 고백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믿음의 이야기는 곧 나의 이야기가 돼야한다” 전했다. 더불어 그는 “고통의 언어와 믿음의 이야기에 있어, 3인칭과 1인칭은 천지차이”라며 “모든 믿음의 진술은 1인칭 곧 나의 이야기로 고백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그때에야 혈루증 앓는 여인은 예수를 나의 주, 나의 하나님으로 고백했다”고 말했다.

곧바로 그는 비트겐슈타인의 ‘P-A-I-N is not pain'을 인용했다. 이어 그는 “P-A-I-N은 실제적 고통이 아닌 문자기호 혹은 언어적 상징체에 불과하다”면서 “고통은 느끼고 아파야 고통이며, 혈루증 여인은 자신의 깊은 고통 속에서 예수를 만났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예수께서 자신의 고통을 헤아리시고 어루만져 주신다는 사실이 그녀에게는 놀라움 자체였고, 그녀에게 예수는 정말 소중한 분이 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마가는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평안히 가라 네 병에서 놓여 건강할지어다(마가복음 5:34)’에서 병을 이야기 할 때 채찍질을 의미하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그는 “예수님은 혈루증 여인이 1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채찍질 같은 고통을 헤아리신다는 것을 의미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고통에는 그리고 믿음에는 1인칭으로 표현될 때야 진짜이며, 나의 고통이 깊었던 만큼 그것을 넘어갈 수 있게 해주신 예수님과의 만남은 매우 귀할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끝으로 그는 “샌드위치의 한 면은 급격한 상황의 변화에도 흔들리시는 분이 아닌, 상황을 넘어 스스로의 조건으로 일하시는 예수님을 제시 한다”며 “다른 면은 우리의 깊은 고통을 헤아리시는 예수님을 증거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조화될 수 없는 두 요소 같지만 마가복음의 샌드위치는 예수님은 인간의 상황을 초월하시는 전능자이시자, 우리 마음의 깊은 고통을 헤아리시는 분임을 맛보게 해 준다”며 “그래서 마가의 샌드위치는 참 맛있다”고 결론지었다.

이번 세미나에는 이이버 마틴 에든버러 신학교 총장이 주강사로 나섰으며, 고려신학대학원 최승락 교수에 이어 양의문교회 담임목사 겸 계약신학대학원대학교 김준범 교수가 특강강사로 강연을 진행했다.

한편, 한국개혁주의설교연구원은 신앙과 생활의 유일한 규범으로써 ‘성경의 최고 권위’와 ‘하나님의 절대 주권’ 사상을 골자로 하며, 장로회 정치를 표방하여 사도들과 선지자들의 토대 위에 그리스도의 교회를 세워 왔다. 또한 한국개혁주의설교연구원은 물량주의와 신비주의와 비성경적인 신학 사상에 대항하여 개혁주의 교회를 든든히 세우고자 1992년 9월부터 처음 설립되었다. 한국개혁주의설교연구원은 올바른 설교 사역의 회복을 위해 년 2회 세미나를 개최하며, 해외 유명 강사들(주로 영국의 Banner of Truth의 Leicester Conference 강사들)을 초청하여 서울에서 개회한다. 수강자들에게 강의 보다는 설교 실습을 통해 주해적 측면, 구성법적 측면, 적용 및 태도적인 면을 평가해 집중적인 설교 훈련을 시키고 있다.

왼쪽에는 에든버러 아이버마틴 총장, 오른쪽은 양의문교회 담임목사 겸 계약신학대학원 김준범 교수다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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