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정권 붕괴보다는, 北주민 자유·정보유입에 더 집중해야"

  •   
북한인권 토크콘서트에서 데일리NK 이광백 대표 "北주민 의식변화가 北정권 변화 이끌어낼 것"
왼쪽은 데일리 NK 이광백 대표, 오른쪽은 북한인권정의연대 대표 정베드로 목사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2015년 미국 매체 BGG 인터미디아는 탈북자를 상대로 설문조사했다. 전체 응답자 중 53%가 MP3를 사용했고, 47%가 핸드폰을 쓴 적이 있으며, 69%가 DVD 플레이어를 소유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오직 응답자 중 12%만 컴퓨터를 사용했고, 인터넷을 사용했다는 응답자는 없었다. 북한 정권이 선별한 획일적이고 제한적 정보만 접근 가능하고, 다양하고 자유로운 정보 접근을 차단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정의연대(대표 정베드로)는 18일 오후 2시 합정동 꾸머스튜디오에서 이광백 국민통일방송(데일리NK) 대표를 초청해, ‘북한주민의 외부정보의 접근 자유와 인권실태’라는 주제로 토크콘서트를 개최했다.

이광백 대표는 “북한에도 스마트폰 ‘아리랑’이 있지만 인터넷 연결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현재 북한 스마트폰 ‘아리랑’은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 ‘유니스코프’의 부품을 개조해 판매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현재 북한 주민은 인터넷이 되지 않는 ‘아리랑’폰에 SD카드를 뽑아서 동영상을 보고 있다”며 “현재 모든 정보의 유입은 SD카드, DVD, USB 같은 저장 매체를 통해 이뤄지며, 여기에는 K-POP, 한국의 드라마 등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덧붙여 2015년 탈북자 사이에서 인기 있는 대한민국 TV 프로그램을 조사한 결과 미생, 응답하라1994, 꽃보다할배, 삼시세끼 순으로 응답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평양주민들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이어 그는 “그래도 북한에 정보를 손쉽게 유입시키는 매체는 라디오”라며 “현재 데일리NK는 춘천 MBC전파(92.3MHz)와 대만 국제방송 라디오(7520kHz)의 주파수를 빌려 한류 문화 콘텐츠 보다 시사, 정치, 민주주의 관련 콘텐츠를 북한에 송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아가 그는 “본질적으로 라디오 방송을 통해 북한 내에 인권과 민주주의 의식을 지닌 시민을 길러내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현재 데일리NK는 북한 주민 2000만명 중 10%인 200만명의 주민이 데일리NK 방송을 듣게 하는 목표를 설정했다.

또한 그는 “북한 주민에게 정치, 시사 이슈 정보를 공급함으로 민주 의식을 갖춘 시민이 늘어난다면, 북한 정권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면서 “다만 데일리NK는 북한 주민에게 민주주의 의식을 갖추도록 돕는데 초점을 두고 있지, 이를 통해 북한 정권의 변화를 압박하는 부분은 우리가 바라는 부수적 효과일 뿐이다“라고 못 박았다. 그는 ”북한 주민이 민주주의 의식을 갖추는 것 자체에 중대한 변화와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현재 평양 내에서는 시장 경제화가 우리가 생각하는 속도 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북한의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정보 전달은 호혜적 관계”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현재 북한 주체 사상 체제 안에서 정보 전달만으로 북한 사회 변화를 이끌어 내기에는 한계”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북한 김정은 정권은 경제 개방을 시도하고 있는데, 오히려 사상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한류 콘텐츠 등을 담은 USB의 통제와 벌금이 강화되고 있고, CCTV는 더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아리랑 스마트폰에 설치된 어플 중 인터넷은 없다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특히 현재 북한 주민의 인터넷 접근율은 0%에 가깝다. 북한 김정은과 수뇌부, 그리고 해커부대 외에는 인터넷 사용이 금지 됐다.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정보 접근을 차단함으로 북한 김정은 정권은 1인 독재 숭배 체제를 견고히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이광백 대표는 북한 주민의 인터넷 사용을 위한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그는 “풍선을 띄워 공중에서 북한에 인터넷 전파를 보내는 구글 룬 프로젝트, 또는 인터넷 공유기 역할을 하는 드론을 북한 상공 곳곳에 띄우는 페이스북 아킬라 프로젝트는 좋은 예”라고 제시했다.

한편 그는 “설사 북한 주민에게 전파를 쏘아준다 해도, 문제는 현재 북한 주민이 사용가능한 스마트 폰에는 와이파이기능이 없다는 점이 문제”라며 한계를 말했다. 그는 “김정은이 마음을 바꿔 북한 주민에게 인터넷 사용을 허용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역설했다.

이에 이광백 대표는 정베드로 목사와 탈북민 이한별 소장과 대화를 나누면서 큰 청사진을 제안했다. 그는 ”김정은 정권이 경제 개방을 절실히 원하는 한, UN은 북한 경제 재제를 해지하는 데 있어 정치범 수용소문제와 인터넷 정보망 접근을 조건을 내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미국정부와 세계 사회의 강한 여론 압박 있다면 김정은 정권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며 나아가 “현재 문재인 정부는 협상 중 북한에 무선 인터넷 제공을 제안했는데, 이를 김정은 정권에 위협이 아닌 북한 경제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로 설득력 있게 지속적인 제안을 한다면 받아들이지 않을까?”라고 전망했다. 한마디로 현대 경제는 온라인에 기반하고 있는데, 김정은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정교한 논리를 개발하여 협상하자는 게 그의 제언이다.

덧붙여 그는 “북한 주민의 인터넷 사용 문제와 특히 정치범 수용소 문제 해결을 조건으로 내걸지 않는 이상 북한과의 평화협정은 무용지물”이라며 “남한 내에 북한 인권 단체가 힘을 합하여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현재 미국 하원의원들은 북미 관계를 개선할 때 핵 폐기 의사뿐 아니라 정치범 수용소 해체를 내걸고 북한 협상 전략을 견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현재 대한민국 정치인들의 북한 인권의식은 그리 높지 않다”면서 “그들에게 북한과의 관계 개선은 오직 핵문제 해결 하나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치범 수용소와 인터넷 문제를 조건으로 내걸고 이것이 북한 경제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압박하는 협상 전략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대한민국 안에서 북한인권문제는 좌우 정치 논리로 양분돼 여론으로 압박하는 원동력을 상실 하고, 인권단체에 대한 지원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북한 여군이 평양 시내의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있다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한편 북한인권연대 진해솔 간사는 “만일 북한 주민의 자생적 노력이든 아니면 김정은 정권의 방침이든 간에 시장 경제 체제가 견고해 질 때, 여전히 북한 정치가 1인 독재 체제로 고착화된다면 시진핑 체제의 중국식 모델을 답습하는 것 아닌가”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이광백 대표는 “90년대 대한민국 북한 인권 운동의 논조는 김정일 정권 타도였다”고 회상했다. 아울러 그는 “그러나 지금 솔직히 말해 ‘내 목적이 김정은 정권의 타도인가, 아니면 북한 인민의 자유와 풍요인가’라고 스스로에게 질문 한다”면서 “나는 김정은 정권이 무너져야 북한 인민의 풍요는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북한 체제가 타도되지 않아도 주민들은 풍요롭게 살 방도를 개척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황장엽 선생과의 대화를 꺼냈다. 그는 “황장엽 선생은 ‘북한이 중국처럼 된다 해도 차라리 경제 개발이 돼서 기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환영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일단 중요한 것은 북한 주민의 풍요와 자유”라며 “이왕이면 김정은 정권이 타도되면 좋겠지만 설사 그러지 못했어도, 공산주의 체제와 자본주의 경제가 상존하는 가운데 북한 주민의 자유와 풍요가 늘어난다면 차라리 차악인 ‘중국 시진핑 정부 모델’을 택하는 게 나을 듯싶다”라고 표명했다. 또한 그는 “김정은 정권이 무너지느냐 마느냐에 집중하기보다, 북한 주민의 자유와 정보유입에 더 집중하는 게 좋겠다”며 “결국 북한 주민의 의식 변화는 북한 정권 변화를 이끌어 내는데 필수조건”이라고 역설했다. 이를 끝으로 모든 순서는 마무리 됐다.

한편 이번 토크콘서트를 주최한 북한정의연대(JFNK:Justice For North Korea)는 2007년 5월 23일 시작되었다. 이 날부터 중국내 탈북자문제를 국제이슈화하기 위해 2008년 8월 8일까지 한국의 중국 영사관 앞에서 444일 동안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중국당국의 탈북자 강제북송의 위반을 국제사회에 알리는데 주력하며, 더불어 북한의 인권문제 실태를 조사, 증명, 개선 위한 노력도 함께 진행하고 있는 단체다.

(왼쪽부터) 북한인권정의연대 정베드로 대표, 탈북민 출신 이한별 소장, 북한인권정의연대 진해솔 간사 그리고 참석자들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데일리NK #이광백 #북한정보 #북한인권 #북한인권정의연대 #북한정의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