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저지주 중부의 유명 한인교회 중 하나인 찬양교회가 내년부터 한인교회로서는 파격적인 새로운 직분제와 호칭제를 도입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시무장로를 제외한 다른 직분은 모두 없애고 시무장로를 포함해 모든 성도들에게는 ‘형제’ 또는 ‘자매’로 호칭하는 것이다.
기독일보는 기존의 틀을 깬 이 시도와 관련 이 교회 담임인 허봉기 목사를 만나 내년부터 찬양교회가 전격 시행하는 직분제 일부 폐지와 새로운 호칭제에 대한 설명을 들어봤다.
‘사도가 코고는 소리’의 저자이기도 한 허봉기 목사는 교회가 매너리즘에 빠져 잠들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특히 내년부터 도입되는 직분제와 호칭제에 대해 허봉기 목사는 찬양교회가 지향하는 전도 중심의 가정교회의 모습에 가장 적합한 형태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허 목사와의 일문일답.
■ 기독일보 - 찬양교회가 내년부터 도입하는 직분제와 호칭제에 대해 많은 한인교회들도 관심을 갖고 있다.
▶ 허봉기 목사: 정확하게 설명하자면 당회 시무장로를 제외하고 모든 직분을 없애는 것이다. 직분의 일부를 폐기하고 정돈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시무장로를 포함해 모든 성도들은 형제와 자매로 통일해서 호칭한다. 이런 내용을 부르기 쉽게 줄여서 직분제와 호칭제 폐지라고 교회 안에서는 설명하지만 밖에서는 직분제 호칭제 폐지라고 할 경우 오해할 소지가 있다.
■ 기독: 찬양교회의 새로운 시도가 한인교회 가운데서는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지난 PCUSA 동부한미노회에서 찬양교회의 직분제와 호칭제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는데.
▶ 허: 찬양교회가 내년부터 시행하는 직분제는 현재 미국장로교에 속해 있는 여느 미국교회하고 똑같은 형태의 직분제다. 교회법에 걸릴 내용이 없는 것이다. 미국장로교 헌법에는 장로와 집사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만 안수집사의 경우 둘 수 있다는 항목이 있을 뿐 의무사항이 아니다. 미국장로교회 소속 미국교회 중 약 절반 정도만이 안수집사를 두고 있다. 그리고 미국교회에서도 장로에게 장로라는 호칭을 쓰기보다 편하게 이름을 부르는 경우가 많다.
한인들의 정서상 연장자에게 형제 혹은 자매라고 호칭하는 것을 어색해 할 수도 있지만 이것은 세상에서 부르는 형제자매가 아니고 신앙적인 용어로 쓰는 것이다. 초대교회 때에도 형제, 자매라고 서로를 칭했다. 교회에 처음 나오는 사람들에게는 장로, 집사보다는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호칭일 것이다.
■ 기독 -직분제를 일부 폐지하는 것에 대해 과연 성경적인가에 대한 문제제기가 노회에서도 있었다.
▶ 허:일부에서는 왜 성경에 있는 직분을 없애느냐는 지적을 하는 것으로 아는데 미국장로교는 원래 시무하지 않는 장로나 집사는 장로, 집사로 호칭하지 않는다. 안수한 것은 그대로 가지만 그 호칭을 쓰지 않는 것이다. 말하자면 지금까지 한국교회의 형식으로 왔는데 미국식으로 장로교회를 하자는 것이다. 무턱대고 미국교회를 따라가자는 것이 아니고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직분제의 폐단이 심하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우리교회는 직분을 둘러싼 문제 갈등이 전혀 없었다.
이것이 더 건강한 교회로 가기 위한 것이다. 직분자를 한 사람 세우는 것이 교회로서는 너무 힘이 드는 과정이다. 한 사람을 뽑으려면 비슷한 사람 5명이 나온다. 왜 성경에 있는 직제를 없애느냐고 하지만 어느 교단도 성경에 있는 직분이 다 있는 교단이 없다. 침례교는 집사 밖에 없다.
미국연합감리교(UMC)는 평신도 직분이 전혀 없다. 한국의 감리교가 장로, 권사를 새롭게 만든 것이다. 감독, 감리사, 목회자만이 구분된다. 미국감리교는 한국 감리교에 해당하는 정회원, 준회원을 장로 목사, 집사 목사로 구분해 부른다. 평신도는 역할에 따라 일에 맡는 것이지 별도의 직분이 없다. 미국에 있는 큰 교단들도 한국교회와 같은 직분제를 채택 하고 있는 곳이 없다. 침례교는 장로교의 장로에 해당하는 집사가 있을 뿐이다. 만일 성경의 직분을 다 적용한다면 선지자와 사도 직분도 있어야 할 것이다.
스데반과 빌립은 집사가 아니다. 사람들이 편의상 집사라고 말하는 것이지 성경에 일곱을 세웠다고 했는데 집사라는 말이 없다. 따지자면 스데반과 빌립은 장로급이 아니라 목회자급이었다. 지금의 집사 정도의 직분은 아니었다.
미국장로교는 당회가 결정을 내리면 안수집사가 집행을 한다. 역할이 분명히 나뉘어져 있다. 그러나 한국은 그렇지 않아서 안수집사의 역할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없다. 좀 더 헌신적인 성격만 있을 뿐이다. 반드시 집사, 장로여서 교회 일을 봉사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 기독 -찬양교회의 직분제와 호칭제가 다른 교회에 영향을 미칠 것에 대해 염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 허: 새로운 직분제와 호칭제는 찬양교회만의 상황에 따른 것이기에 다른 교회의 경우 직분을 없애는 것은 따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과연 찬양교회로 인한 영향이 있겠는가하는 생각을 한다. 다른 한인교회가 이런 형태의 직분제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중간스텝이 있어야 한다. 우선은 시무연한제가 있어야 한다. 한국교회는 장로가 되면 70세까지 가는데 그렇게 해서는 장로교의 정신을 제대로 살릴 수 없다. 장로교는 대의정치다. 교인들이 장로 대표를 세우는 것인데 미국장로교는 3년 연한으로 세우고 있다. 그래서 장로들이 당회에서 교인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으면 다시 뽑히지 않는다. 그리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부도덕한 일을 하지 않아야 다시 뽑힐 수 있다. 만일 찬양교회와 같은 직분제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연한제가 이뤄지고 장로 외에 다른 직분을 없애는 단계를 밟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 제가 자주 참석하는 모임인 뉴저지중부지역교회협의회 목회자들은 찬양교회의 이런 시도에 대해 격려를 해주고 있다. 실제로 현재까지 찬양교회의 직분제와 호칭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교회는 주변에 없다.
■ 기독 -찬양교회 성도들을 대상으로 설명하는 과정이 있었나. 성도들은 이를 전적으로 수용하고 있는가.
▶ 허: 처음부터 모든 것을 풀어놓고 설명하면 오히려 혼란스러워질 수 있어서 먼저 당회에서 결정하고 안수집사회에 가서 설명을 했다. 그리고 설교를 통해 교인들에게 전달했다. 때로는 목회자는 교인들한테 중요하지만 교인들이 원치 않는 일이 있다면 이것을 실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목회자는 전문적인 신학공부를 오래도록 했고 어떤 평신도보다 교회 전체를 안목있게 바라 봐야 하다. 그 부분에 전문가가 목회자가 아닌가. 저는 성경적으로 양심적으로 이것이 교회를 든든하고 이롭게 한다고 판단했다. 교회 안에 어른 중에는 이 변화에 대해 힘들어 하는 분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것을 문제 삼고 반발하는 사람은 없었다. 장로로 시무했다가 물러나신 분들을 다 찾아가서 설명을 드렸다. 직분제의 변화에 대해 이렇게 해야 꼭 교회가 제대로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의견을 표하시는 분은 있었다. 그러나 반대하지는 않으셨다. 제가 제 목회를 편하게 하려고 그리고 혹은 교회 행정을 장악하려고 일부러 시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은 없는 것 같다.
저는 65세 은퇴까지 그리 긴 시간을 남겨두고 있지 않다. 현재 교회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데 만일 제가 저를 아껴서 하는 일이었다면 좋은 소리 듣고 목회를 잘 끝내기를 바라면서 큰 변화를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교회에서 가장 힘있는 분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저는 교회 원로는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옛날부터 해 왔다.
찬양교회의 이번 시도가 장로 직분이 자기에게 너무 중요한 분들한테는 어쩌면 자기 밥그릇을 뺏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반대자는 단 한분도 없었다. 회의 과정에는 물론 없었고 찾아와서 반대한다는 분도 없었다. 제가 만난 분들 중에는 의구심을 갖는 경우나 적응이 힘들다고 하신 분은 있었지만 이것을 반대하는 분은 없었다.
■ 기독 -찬양교회가 처음부터 다른 여느 한인교회와는 다른 목회 토양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 허: 현재 찬양교회의 서리집사 직분은 없다. 그리고 찬양대도 3개가 있었지만 하나만 남기고 해산했다. 만일 이것이 잘못된 시도였다면 교인들의 반발이나 이동이 있었겠지만 해산한 성가대에 소속된 지휘자 반주자들도 모두 찬양교회에 나오고 있다. 저를 생각하는 분 중에는 왜 이렇게 서두르냐고 걱정하는 분도 있었다.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서 은퇴 이야기를 했다. 이제 7년, 8년 밖에 목회 임기가 남지 않았는데 초조해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무슨 일을 해서 자리 잡으려면 5~6년이 걸리니까 그랬던 것이다. 지금 시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
이미 찬양교회는 장로라는 직분보다는 전문적인 분야에 따라 일을 담당하는 직분을 떠난 자유한 분위기가 있었다. 제가 찬양교회에 온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에도 찬양대 안에 장로와 안수집사도 있었지만 서리집사가 찬양대장을 맡기도 했다. 2~3년 교회 온 사람이 찬양대장, 재정부장이 되기도 했다. 우리교회는 애초에 그런 것을 따지지 않는 분위기가 아니였다.
■ 기독 -직분제와 호칭제의 변화가 평소 허봉기 목사의 목회철학과도 연관돼 있는 것 같다. 어떤 목회철학을 갖고 있는가.
▶ 허:목회철학이라기보다는 단순한 제 구상이다. 제가 찬양교회에 와서 처음 한 일은 모임을 없애는 것이었다. 교회는 잠깐 모여서 훈련하는 곳이고 그리스도인들의 주된 장소는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을 향해 나가고 봉사하고 섬겨야 하는데 소위 그 시간을 교회에서 뭉개는 것이 봉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교회가 구조적으로 교인들을 풀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교회 모임을 최소화했던 것이다. 이런 일환으로 금요 심야기도회와 수요모임을 수요예배 하나로 통합했다. 모임하나를 없앤 것이다. 그리고 주일날 새벽기도를 없앴고, 나중에는 수요예배도 없앴다. 이는 금요일날 목장을 시작하기 위해서 했던 조치였다. 목장모임에서 예배를 함께 드리고 신앙을 훈련하는 시스템이 자리 잡지 않으면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주일날 설교를 갖고 목장모임에서 말씀을 나누는 것이다. 말씀을 삶에 적용하는 것을 중심으로 은혜를 나눈다.
■ 기독 -찬양교회가 도입하는 직분제와 호칭제가 성경적이라고 보는 것인가.
▶ 허:하나 됨을 지키는 것이 가장 성경적이다. 많은 병폐를 안고 있는 직분제가 성도의 하나됨을 방해한다고 생각했다. 우선 찬양교회가 적용하고 있는 가정교회는 새로 오는 사람을 중심에 두는 목회다. 그렇게 볼 때 호칭이 중요했다. 처음 사람이 오면 부를 호칭이 없다. 저희 교회는 교수, 박사 등의 호칭은 교회 안에서 못 부르게 한다. 전혀 그런 문화가 아니다. 안 세어봤지만 박사가 1백 명은 될 것이다. 교회 문화에 익숙하지도 않은데 누가 집사인지 장로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직분을 구분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형제님 자매님의 호칭은 누구에게나 가능하니 새롭게 교회를 찾은 사람이 오히려 편할 것이다. 또 모두 형제 자매라고 한다면 전혀 거부감이 없다. 그런 전도 지향적인 교회를 위해서는 이 호칭제의 정리가 아주 중요한 요소였다.
■ 기독 - 이번 찬양교회의 새로운 시도에 어떤 기대를 하고 있나. 찬양교회에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 허: 직분제와 호칭제가 정비되면 가정교회의 구조가 더욱 선명해 질 것이다. 목자를 목자라고 호칭하는 것이 수월하다. 만일 장로와 집사를 크게 생각한다면 목자라는 호칭도 적응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직분과 호칭이 정리되면 교회가 심플해지고 가정교회 중심적인 목회가 가능해진다. 가정교회는 목자들이 목회의 최전선에 있는 평신도들이다. 직분 일부를 폐지하거나 호칭을 정리하는 것은 목장을 목자 중심으로 세우는 것에 도움을 줄 것이다. 제가 생각하는 목회 구상과 꼭 맞는 것이다. 기존교회들은 이런 찬양교회만의 형태에 영향을 받을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또한 직분을 중시하는 권사나 장로들의 수평이동이 없을 것이니 찬양교회가 지향하는 새로운 신자의 전도가 활성화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