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이나래 기자] 기독교에서 미투(#METOO)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날 수 없다면, 그 이유들은 무엇일까?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이 최근 100주년교회 사회봉사관에서 "미투와 기독교"를 주제로 '바른가치 세미나'를 개최한 가운데, 최순양 교수(이화여대)가 이 문제에 대한 이유를 고민하고 그 대안을 생각해 봤다.
최순양 교수는 "기독교의 입장에서 살펴 본 미투 운동"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앞서 던진 질문에 대한 이유를 '기독교인들이 바라보는 자각의식의 부재'라 보고, "기독교가 갖고 있는 전통과 성서, 신앙 고백적 교리들에서 여성을 2차적 존재로 여겨왔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기독교인들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교리나 신조, 기독교의 철학과 신학을 형성하고 있는 사상들에 여성 차별적 요소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을 많은 경우, 이러한 문제제기(여성이 교회에서 차별받고 있다)를 할 경우, 반 기독교인이 되거나, 신성 모독적 입장에 서 있다고 여겨질 때가 많은데, 그것은 교회 질서 즉 가부장적 질서가 하나님께서 직접 창조하신 질서라고 믿기 때문이라 했다.
그는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기본적으로 기독교가 남성 중심적이고,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입장에서 정립된 '세속화'가 진행된 종교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 못하다"며 "이런 기독교의 남성중심성이나 권력 편중적 관점을 알리면서 동시에, 본래적 기독교의 정신은 이러한 모습이 아니라는 것 또한 되돌리듯 다시 짚어야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이런 현상에 대해 "기독교인들이 '신앙'의 대상으로서의 기독교와 제도화된 기독교를 구분하지 못하는 데서 오며, 동시에, 제도화되는 것은 불가피하게 본래적 기독교의 모습(예수의 하나님 나라 운동 등)은 늘 새롭게 재편되고 비판받으면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 했다.
그는 "기독교에 대한 객관화된 시각이 필요한데, 여성을 비롯한 약자들을, 즉 성폭력이나 차별 등의 현상에서 피해와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편들어 주고 지지하며 지키기 위한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는 신앙인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라며 "기독교의 주인공은 목사 혹은 지도자가 아니라 평신도 하나하나라는 것, 그래서 그 구성원 중 어느 하나라도 깨지거나 실족하게 되면 그 공동체 전체가 위기에 처한 것이라는 인식 없이는 교회에서 일어나는 어떠한 종류의 사회 구조적 악에 대해서 그것을 멈추고 해결할 의지를 갖지 못하게 된다"고 했다.
더 나아가 그는 "이런 문제의식이 없을 경우, 일반사회에서 피해자에 대해 2차 3차 피해를 입게 하는 것처럼, 아니 그 보다 더 피해자인 여성을 비난하거나, 가해자를 두둔하려는 현상이 교회에서 더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며 "목회자 위주의 사고방식이나, 남성이 여성보다 더 중요하고, 기독교적 인간에 가깝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 한, 교회 내에서 권력을 가진 사람에 의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더 공동체에서 주목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로 여겨지며, 오히려 그들을 공동체를 와해시키는 사람들로 비난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순양 교수는 "교회가 여성에 대해 차별적이라는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게 되어야, 여성들이 부당하게 대우받거나 성폭력의 피해자가 되었을 때, 이것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그는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미투 운동도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사회 구성원들이 피해자의 증언과 고발에 공감하며, 다시는 그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동참을 할 수 있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2, 3차 피해가 발생하게 된 것"이라 지적했다.
최 교수는 교회 내 문제에 대해 "피해자가 용기를 내어서 자신의 성폭행 사건을 드러내거나 고발하게 되기까지의 과정도 더 어렵고 복잡하지만, 피해자들이 고발을 한다 해도, 피해자들과 동참하며 함께 하려고 하는 구성원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 했다. 또 "교회 내 발생하는 성폭력에 대해 공동체적인 대응을 할 수 있는 기구와 제도가 없다는 것도 가장 큰 문제"라 했다.
그는 "교회 전체가 성폭력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을지라도, 교회 내 성폭력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한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모임과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면, 어느 정도는 희망을 가져볼 수 있다"며 감리교의 양성평등위원회와 성폭력소위원회, 그리고 젊은 세대에서 일고 있는 '믿는 페미' 혹은 '갓 페미' 등의 모임 등의 사례를 들며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들이 낙관적인 것 아니겠느냐며 강연을 마무리 했다.
한편 박선영 교수(기윤실 바른가치운동본부장, 한국체대 스포츠청소년지도학과)의 사회로 열린 행사에서는 최순양 교수의 발표 외에도 김애희 사무국장(교회개혁실천연대)이 "#WithYou, 기독교는 무엇을 할 것인가?"란 주제로 발표했다. 행사 후에는 질의응답과 종합토론의 시간이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