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박용국 기자] 최근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중지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한국기독교연합(대표회장 이동석 목사, 이하 한기연)이 "핵실험장이 아닌 핵이 폐기되어야 한다"면서 더 구체적이고도 분명한 비핵화 조치를 요구했다.
한기연은 이번 북한 발표에 대해 "한반도 평화를 위해 너무나 당연한 조치이며‘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이 있으나 환영"한다고 밝히고, "북한은 이제라도 핵실험에 쏟아 붓던 막대한 자금을 북한 주민의 민생 회복과 인권 신장에 사용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다만 한기연은 "북한이 핵실험을 중단하는 것과 완전한 비핵화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고 지적하고, "북한은 과거에도 핵실험을 중단하고 일부 핵실험장을 폐쇄 조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자신들의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는 듯 하다가 얼마 안가 다른 장소로 옮겨 핵실험을 재개하고 수차례 장거리 미사일 발사실험을 통해 핵무장을 완성하는 단계에까지 도달하게 되었다"면서 "북한의 핵실험 중단 발표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진정성 있는 첫 걸음으로 인정받으려면 곧 있을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서 지금까지 북한이 개발한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완전히 폐기하겠다는 합의와 이를 이행하기 위한 실천적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 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반드시 폐기돼야 할 것은 북한의 핵이지 핵실험장이 아니란 것이다.
한기연은 "북한이 만일 국제사회의 이목을 의식해 수명을 다한 핵실험장 하나 폐쇄하고 마치 스스로 핵을 폐기한 것인 양 선전한다면 이는 모두가 우려하는 대로 완전한 핵보유국 지위 획득을 위한 위장전술이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될 것"이라 지적하고, "북한이 과거처럼 또다시 핵폐기 시늉을 하면서 시간벌기에 들어간다면 한반도의 평화를 염원하는 7천5백만 겨레와 세계 인류를 기만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 것"이라 했다.
더불어 정부를 향해 한기연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비핵화의 전제조건으로 그 어떤 통 큰 합의를 요구한다 하더라도 북한의 약속이 국제사회가 수용할만한 가시적이고 실천적인 핵 폐기 이행이 아니라고 판단된다면 미련없이 회담을 중단하고 일어서겠다는 굳은 각오와 결단으로 임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하고,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방안의 틀을 제대로 마련해야만 뒤이어 열릴 북·미 정상회담에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음을 다시한번 명심하라"고 했다.
한편 한기연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이행 못지않게 북한에 억류중인 대한민국 국민의 자유 송환문제가 가장 시급한 의제로 다뤄져 북한에 억류중인 우리 국민이 하루속히 그리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히고, "이미 미국은 억류중인 자국민 송환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고, 일본도 우리 정부에 일본인 납치문제를 다뤄줄 것을 공개적으로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데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강제 구금 억류하고 있는 우리 국민의 송환 문제를 정부가 의제에 포함시켰다는 그 어떤 소식도 들려오지 않고 있다"고 했다.
때문에 한기연은 "현재 북한에는 김정욱 목사, 김국기 목사, 최춘길 선교사 등 10명 이상의 성직자와 선량한 국민이 강제 납치, 감금되어 있다"고 말하고, "북한 당국은 헐벗고 굶주린 북한동포들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돕던 이들 성직자와 선교사에게 간첩혐의를 씌워 불법적으로 억류하고 있으니 이는 민주국가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반인륜적이고 반인권적인 처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며 "대통령과 정부는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서 고통 속에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을 우리 국민의 신음소리를 부디 외면하지 말고,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국민의 안전과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인권 국가의 위상을 온 국민과 세계 앞에 당당히 보여주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