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홍은혜 기자] 한반도평화연구원(KPI)이 최근 사랑의열매 회관에서 "용서와 화해에 대한 성찰: 한반도 분단과 통일을 중심으로"란 제목으로 '제57회 평화포럼'을 열었다. 특별히 탈북민 출신 김경숙 박사(한동대 통일과평화연구소)는 "북한에서의 용서와 화해에 대한 성찰"이란 주제로 강연을 전했다.
김경숙 박사는 "오늘날 적대적 분단체제, 정전체제에 고착된 한반도의 생존은 위태롭기 그지없다"고 지적하고, "특히 북한은 잔혹한 폭력으로 사람들을 굴복시키고 노예화하면서 북한권력자의 ‘생물학적 생명’과 ‘정치적 생명’을 유지하며, 체제를 재생산하고 있다"며 "오늘날 폭력과 증오가 난무하는 분단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민족에게 용서와 화해라는 주제는 민족의 생존을 위해, 한반도 트라우마 치유를 위해, 그리고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 필수적인 덕목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김 박사는 북한사회가 "보편적이고 원칙적인 용서행위가 실종된 사회, 용서 가능성이 부재한 사회"라 지적하고, "거대한 분단 트라우마의 잔해 위에서 확립되고 진화해 가는 병리적 북한 체제는, 또한 북한 사람들의 트라우마의 잔해 위에서 체제생존과 안전을 이어가며, 그 포악성은 더욱 체계화 된다"며 "북한사회의 거대한 트라우마는 거대한 분단 트라우마의 발현으로 그 깊은 증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거대한 북한사회의 트라우마의 심리사회적 파급력은 그 깊이를 다 알 수 없고 측정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는 "통일 후 북한사회의 거대한 사회적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모두의 인간성을 회복하며, 보다 나은 미래를 구축해가는 데서 용서는 필연적으로 요청될 것"이라며 "북한정황에서 용서 가능성을 촉진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트라우마 치유, 인간실존의 불완전성에 대한 인정, 인간존중-인간사랑에 대한 지향성, 정의에 대한 새로운 관점의 인식, 한국사회에서 이루어졌던 용서와 화해를 위한 노력들, 종교와 기독교 영성적 자원 등이 있을 것"이라 했다.
특별히 김 박사는 "종교와 기독교 영성만큼 사랑과 직결된 초월적 행위인 용서의 무한성을 촉진시키는 강력한 요인은 없을 것"이라 말하고, "영성은 인간의 내면을 통합하고 개인-타인, 개인-공동체, 개인-우주를 연결하며, 자기를 초월할 수 있는 자기 실현-자기능력을 극대화하기 때문에 사랑-용서행위를 최대한 촉진시킬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종교와 기독교 영성은 트라우마 치유와 성장을 위한 강력한 치유자원, 성장자원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 기독교의 의식과 영적 활동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영성적 자원은 용서 가능성의 촉진요인, 트라우마 치유와 성장을 위한 지지자원으로 개인과 사회의 치유와 회복, 변혁을 위한 위력한 보고"라며 "한반도 용서와 화해, 통일과 평화를 위한 한국교회의 사회적 책임과 사명이 지대하다"고 했다.
발표의 마지막 김 박사는 "용서 불가능의 북한체제에서 극단적 주체사상에 의해 굳어진 기본적인 신념이나 가치관, 윤리의식은 용서보다는 내가 받은 것을 몇 백배, 몇 천배로 되돌려주려는 인간의 원초적 본성을 극대화 함으로써 용서를 더욱 불가능한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지적하고, "우리는 극단적인 이념대립, 용서 불가능의 신념을 굳힌 북한 사람들과 용서의 가능성에 대해 모색하며 한반도의 통일과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야 하는 역사적 과제를 떠안고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먼저 온 통일인 탈북민들에게 "인간존중-인간사랑의 인권개념과 함께 발달적, 관계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실존적 연약함과 용기, 성장 가능성 등 인간의 실존적, 존재론적 의미에 대해 교육해야 할 것"이라 지적하고, "주체형의 인간상이 몸 속 깊숙이, 영혼 깊숙이 숨겨진 그들에게 인지·정서·신체적 차원에서 전인적인 변화를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학습의 장을 열어주어야 한다"면서 "북한사회에서 관습적으로 통용되는 변형된 용서의 개념요소가 보편적이고 원칙적인 용서개념이 아님을 깨우치고 용서에 대하여 가르쳐야 할 것"이라 했다.
한편 행사에서는 김경숙 박사의 강연 외에도 "평화와 화해: 책임정치와 심정윤리의 간극"(박명규) "한반도 통일과 과도기 정의"(조정현) 등의 발표가 이뤄졌으며, 김병로 교수(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와 김성경 교수(북한대학원대학교)가 패널로 참여하는 토론 시간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