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박용국 기자] 지난 12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무회의를 통해 종교인 과세와 관련, "종교계 의견을 존중하되 일반의 눈높이도 감안해 조세행정 형평성과 투명성에 관해 좀 더 고려해 최소한의 보완을 해 달라"고 요청하자 교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 전국17개광역시도기독교연합회 등의 명의로 14일 발표된 성명서에 따르면, 이들은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12월 14일까지의 예고기간 동안 종교계를 비롯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 중에,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 기획재정부에 재검토 지시를 내려 종교계는 당혹스럽고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라 전했다.
이들 단체는 이낙연 총리의 지시에 대해 "그동안 정부와 종교계가 수없이 만나 소통하며, 국회의 조정 역할을 거쳐 어렵게 도달한 안을 종교계와 사전 협의도 없이 휴지조각으로 만들려고 하는 행위이며, 지난 6일 대통령의 초청으로 7대 종교 지도자들이 청와대 오찬을 다녀오며 건전한 협력을 다짐하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어깃장을 놓는 몽니"라 주장했다.
이어 이들 단체는 "그동안 기독교계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우려하여 2년간 시행을 유보하고 충분히 보완하여 시행할 것을 요청해 왔지만 정부가 이를 일축하고 내년 1월 1일 시행을 정해 놓고 종교계와 협의를 진행해 왔던 것"이라 설명하고, "그런데 이제 와서 기재부는 물론 국회와의 조정을 거치고, 각 종교계와의 의견 수렴으로 만든 개정안까지 총리의 말 한마디로 원점으로 돌린다면 정부를 불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했다.
때문에 이들 단체는 ▶2018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종교인소득 과세는 ‘종교인의 개인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것이 2015년 국회를 통과한 소득세법의 원칙이며, 특히 종교 활동비에 대해 정부가 관여하는 것은 소득세법의 상위법인 헌법상 정교분리의 원칙에 어긋 난다 ▶종교인소득이 종교인이 소속된 종교단체로부터 받는 소득이라면 세무조사도 종교단체가 아닌 종교인의 개인의 소득에 한정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 단체는 ▶만일 시행령 개정안에 담은 위 두 가지 원칙을 훼손하거나, 헌법에 명시된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의 원칙을 위반하여 종교의 존엄성에 상처주거나 모법을 위반한 시행령 개정이 자행된다면 위헌심사의 대상이 됨은 물론이고 심각한 정교갈등과 함께 강력한 조세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기독교와 목회자들은 국민의 한사람이자 종교인으로서 납세의 의무를 다할 것이며, 과세당국과 마지막 남은 기간 동안 종교인소득 과세 시행을 위해 소통하며 준비할 것"이라 했다.
그렇다면 이낙연 총리가 말한 '일반의 눈높이'은 어떤 것일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13일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종교인 과세) 입법예고에 대한 경실련 의견서'를 기재부에 제출했다. 경실련은 의견서를 통해 "그 내용은 취지가 대폭 축소되어 무력화된 허울뿐인 종교인 과세안"이라 비판하고, "종교인 과세는 상식"이라며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최소한의 실질적인 종교인 과세가 시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먼저 "조세형평성 훼손과 과세행정 논란을 가져올 종교 활동비 비과세를 반대 한다"고 했다. 정부의 개정안 소득세법시행령 제19조(비과세되는 종교인 소득의 범위) 제3항 제3호에는 ‘종교활동에 사용할 목적으로 지급받은 금액 및 물품’을 비과세 종교인 소득 범위에 추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실련은 "이 문구는 사실상 그 범위를 특정하기 어려워 종교인 소득 전체에 대한 비과세로 악용될 우려가 크고, 실제 종교단체가 종교관련 종사자에게 지급하는 금액 상당부분을 위 문구에 해당하는 명목으로 지급하고 있어 사실상 과세가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종교 활동과 관련된 금액과 물품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하고, "이대로 시행 될 경우 과세행정상 많은 논란과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며 재 원안대로 시행 할 경우에도 소수를 제외하고는 소득세 납부 금액자체가 크지도 않고, 저소득 종교인을 보호할 여지도 크지 않다"면서 "조세 당국은 조세정의와 형평성 관점에서 이를 허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 주장했다.
이어 경실련은 "종교인 세무조사를 배제하는 소득세법시행령 제222조(질문·조사) 제2항, 제3항의 신설조항에 반대한다"고 했다. 이들은 "종교인 과세가 시작되면, 당연히 종교인들도 세무조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해당 조항은 실질적으로 종교인들에 대한 세무조사가 불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종교인 세무조사도 사실상 불가능한 것은 국민개세주의 관점에서 조세정의 실현에 배치되는 것"이라 주장했다.
더불어 "종교 활동비까지 비과세 항목으로 추가하려고 하면서, 소속 종교관련 종사자에게 지급한 금품 등과 그밖에 종교 활동과 관련하여 지출한 비용을 구분하여 기록 관리한 경우, 자료에 대한 조사와 제출도 못하도록 하는 것 또한 문제가 크다"고 지적하고, "종교인 소득에 관한 신고내용에 탈루나 오류가 있어 세무공무원이 질문조사를 하려해도 세무관청이 먼저 수정신고를 우선 안내하도록 하는 것은 일반적인 세무조사대상자에 비해 엄청난 특혜를 주는 꼴"이라며 해당 부처가 해당 조항을 즉각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종교인 과세가 국가 과세권의 행사를 빌미로 종교에 간섭하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주장하고, "헌법 제20조는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헌법 제38조는 모든 국민의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한 납세의 의무를 새기고 있다. 이 두 가지 헌법적 가치는 상충되는 것이 아니"라며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국민개세주의 원칙에 입각한 조세정의 실현은 종교인들이 솔선하여 일반 국민과의 형평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명제요 조세당국은 이를 정책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경실련은 "조세정의의 관점에서 본다면, 궁극적으로 종교인 과세는 소득세법 상 기타소득세가 아닌, 근로소득세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면 4대 보험 의무가입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저소득 종교인의 경우 보험을 통한 사회안전망의 혜택을 못 받을 수 있다"면서 "로소득세로 전환하여, 저소득 종교인을 보호함과 동시에 일반 근로소득자와 동등하게 하는 것이 조세형평성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고 이야기 했다.
한편 정부 수립 후 처음 시행되는 종교인소득 과세는 2주 뒤 시작된다. 종교인소득과세와 관련해 기획재정부와 종교계는 지난 6월말부터 소통과 협의과정을 진행해 왔으며, 국회의 조정안까지 반영하여 지난 11월 30일자로 정부의 시행령 개정안으로 예고된 바 있다. 이 개정안은 일정기간 예고 후, 12월 21일 차관회의와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최종안으로 확정된다.
한기총, 한기연, 한장총 및 17개 지역교계 단체들은 "13일 오전에 열린 한국교회와 종교간 협력을 위한 특별위원회(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기독교연합,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전국17개광역시기독교연합회, 한국교회법학회)의 연석회의와 13일 오후에 열린 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주재의 교구본사주지회의에서 나온 반응대로 '현재 시행령이 종단 특수성을 온전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지만 국민 정서와 법령 현실을 고려해 조세에 협력 한다'는 원칙으로 촌각을 다투며 납세 준비에 여념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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