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박용국 기자] 종교인 과세를 불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 교계의 반발이 거세다. 특히 기획재정부에서 타 종교와는 달리 개신교에 대한 세세하고 구체적인 과세 항목을 지정했던 것이 드러나 더욱 비판의 목소리가 커진 상황이다.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정서영 목사, 이하 한교연)은 15일 논평을 통해 "정부가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하려는 종교인 소득과세가 기독교만 35개 항목에 달하는 등 종교간 형평성을 심각하게 위배한 것에 대해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기재부 장관은 그동안 본회를 비롯, 한국교회 연합기관을 공식 방문한 자리에서 종교인 소득과세를 내년부터 시행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기독교가 우려하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약속했지만, 그동안 기재부가 작성해 공개하지 않았던 과세 세부기준안이 백일하에 드러나면서 종교 형평성 차원을 넘어 정부가 종교간 편가르기에 나서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이야기 했다.
한교연은 "기재부가 작성한 세부과세기준에 따르면 불교는 2가지, 천주교 3가지, 원불교 2가지, 천도교 1가지, 유교 1가지이다. 이에 반해 기독교는 무려 35가지 항목을 과세 대상으로 정했는데, 기독교 목회자가 아무리 다양한 목회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하더라고 타 종교에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수많은 소득 항목을 정했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서 "이런 현실에서도 정부는 그동안 세부준비 미흡을 이유로 2년 유예를 요구해온 교계의 요청을 마치 세금을 안내려 꼼수를 부린다는 식으로 치부하며 부정적인 여론을 등에 업고 교계의 정당한 요구를 묵살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교연은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국민으로서 기본 의무가 있고, 동시에 정당한 권리를 보호받아야 하기에, 정부가 종교인에게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에 반대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말했지만, "그러나 정부가 종교인 개별과세 범위를 넘어 종교 과세로 기독교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삼는다면 이는 정교 분리의 원칙과 헌법이 정한 종교자유에 대한 명백한 위배로 결코 묵과할 수 없다"면서 "정부가 공평과세와 조세정의를 실현하려면 그에 앞서 종교인들이 납득할 만한 분명한 과세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마땅하다. 정부가 만일 납세를 수단으로 삼아 종교를 속박하고 통제하려 한다면 절대로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 이야기 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엄기호 목사, 이하 한기총)도 같은날 성명을 통해 "종교인소득 과세에 대한 법안은 2015년 12월 2일에 제19대 국회 통과 이후 2년 유예기간이 있었지만, 기획재정부는 1년 7개월이 지나도록 종교계와 공식적인 협의나 과세 시행 대책을 하지 않았고, 2016년 10월부터 시작된 탄핵정국과 2017년 5월에 있었던 대선으로 인하여 더더욱 정부는 과세 시행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종교계와 소통이 전혀 없다가 지난 6월 30일에 첫 비공개 간담회를 허점투성이의 매뉴얼 안을 가지고 실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기총은 "그 이후 5개월간 있었던 기재부와 국세청과의 비공개 간담회를 종합해 보면, 과세당국과 종교계의 협의체 구성도 없이 개별 종교 대표자를 예방하는 전시행정과, 실무자를 보내 답도 없는 비공개간담회 뿐이었다"고 지적하고, "기재부는 언론과 정치권을 향해선 끝임 없이 반복하는 ‘만전’을 기한다는 여론몰이와 말뿐이었고, 지난 11월 14일에도 준비가 안 된 모습을 여실히 보였다"고 했다.
특히 한기총은 "기재부에서 제시한 종교별 세부과세기준안이 그동안 공개되지 않다가, 11월 14일 기재부가 아닌 다른 곳을 통해 공개되었는데, 실로 충격적"이라 말하고, "그 내용을 보면 종교별 형평성을 완전히 잃은, 기독교만 타깃한 특정과세"라며 "이 문제만 봐도 조세형평성을 무시한 행태이며, 기독교 전체는 물론 종교계에 도저히 회복하기 어려운 불신을 주는 것으로, 유예해야 할 중대한 사유"라 이야기 했다.
한기총은 "무엇보다도 기재부가 제시한 종교별 세부과세항목이 종교 간의 조세형평성을 잃은 것은 결국 기독교 종교인들을 탄압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왜냐하면 세부과세항목에서 공통으로 과세할 항목이 기독교는 35가지, 불교 2가지, 천주교 3가지, 원불교 2가지, 천도교 1가지(생활비), 유교 1가지(생활비)로 적시하였기 때문"이라며 "이는 타종교와 비교해 봤을 때, 30여 가지 이상이나 공통으로 항목을 제시한 것은 결국 기독교 목회자들은 물론 교회 전체를 과세와 세무조사 대상으로 하려는 의도로 여겨진다"고 했다. 실제 담임목사, 부목사, 강도사, 전도사, 교육전도사 등 공통 소득항목은 1~3가지뿐인데, 그리고 불교와 같이 1인교회가 상당수인데 전혀 구분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한기총은 "종교는 종교별로 각각의 고유 행정체계와 재정에 관한 규정이 있다. 어떤 종교는 체계 있게 재정을 관리하고 지출내역을 보고하지만, 어떤 종교는 아예 재정 장부도 없고 원천징수할 수도 없는 경우도 있다"고 밝히고, "정부와 종교계와의 과세협의체 없이 종교의 다양한 특성과 현실을 무시하고 과세를 편향적으로 준비 없이 강행한다면,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할 것인데 그 책임은 제반 준비 없이 졸속으로 강행한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한기총은 "종교인소득 과세 시행을 1개월 남짓 남은 상황에서 국회 기재위 조세소위원회가 유예법안 심의를 할 것인데, 사실관계와 다른 입장만 듣지 말고, 종교계를 불러 객관적인 소명을 듣고 판단하길 바란다"고 당부하고, "국회는 결자해지의 자세로 처음 입법한 종교인소득 과세 시행을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종교인소득 과세 유예법안을 통과시키기를 강력히 촉구한다"며 "만일 기본적인 협의 창구나 정부와 종교간 협의체 등을 구성하여 형평성 있게 제반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강행한다면, 한국교회는 특정종교 탄압으로 규정하고 전국적으로 강력한 저항운동 을 전개할 것을 천명한다"고 했다.
한편 지난 14일 오전 CCMM에서 기재부 관계자들이 교계 대표들을 만나 종교인 과세에 대한 의견을 나눴지만, 입장차만 확인한 채 헤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리에서 기재부 고형권 1차관은 교계 지도자들에게 과세 시행 유예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했고, 종교인 과세 도입 초기 시 발생 가능한 신고누락 등 관련 대책은 보완해서 마련할 방침이라고 이야기 했다. 그러나 교계 지도자들은 위에서 언급된 35가지 과세항목 세부기준안이 입법취지에 어긋난다 주장하고, 과세 시행을 1년 유예하거나 시범 시행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