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인 KBS와 MBC가 파업을 한 지 열흘이 넘는다. 지난 4일부터이니, 벌써 두 주간을 넘기고 있다. 각각 현 사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유는, MBC의 경우는 김장겸 사장이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였고, 부당 노동행위를 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그리고 2012년에 친정부 인사를 사장에 임명했다는 이유이다. 그러나 사측(社側)은 이러한 이유로 파업하는 것은 불법이며, ‘정권의 언론 장악 시도’로 보고 있다.
KBS의 경우는, 고대영 사장이 무리한 조직 개편을 했고, 편파방송을 했다는 이유이다. 또 역시 2012년 친정부 인사를 사장에 앉혔었다는 이유이다. 그러나 사측은 이러한 것은 불법이며, KBS 역시도, ‘정권의 언론장악 시도’라는 입장이다.
방송사가 공정한 방송과, 방송사 수장(首長)의 명백한 불법에 대하여 바로 잡겠다는 생각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는 시점에서, 공영방송이 동시에 전면 파업을 하는 것은 분명히 정치적인 냄새가 난다. 방송은 어떠한 정권과 관계없이, 언론으로서의 책무와 공정함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각 공영방송의 파업에 정부는 관계없는 것일까? 문재인 정권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강화 하겠다’는 것이 국민과의 약속이었다. 또 ‘언론 장악 시도를 않는다’는 것도 약속이었다. 목표는 바르게 정해졌다고 본다.
그렇다면 그 약속은 지켜지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여러 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방송통신위원회와 감사원이 공영방송 사장과 야당 측 인사들의 뒤를 캐는 일들이 벌어졌고, 집권당의 ‘비밀 문건’에서는 노조/시민단체/학계가 전면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그 문건에서 나온 것처럼, 자진 사퇴를 거부하던 MBC 사장은 체포영장이 발부되고, 노조는 파업에 들어가고, 일부 언론학자들은 이에 동조하는 성명을 내고, 방송문화진흥회의 야당 측 이사는 사의를 표명하는 일들이 벌어졌다.
게다가 방송 노조들은 야당 측 이사들이 근무하는 대학 및 직장에까지 몰려가, 그들이 물러날 것을 요구하는 시위까지 벌이고 있다. 이게 어느 나라 풍경인가? 그야말로 모든 것이 잘 짜여진 ‘시나리오’처럼 되어져 간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권과 언론과의 관계를 살펴보면, 어느 정권도 거의 예외 없이, 언론과 방송을 장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권력을 쟁취된 뒤에는, 치열하게 언론을 장악하려 했음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전 정권에서 임명한 사장과 이사들을 온갖 권력과 물리적 방법을 통하여 몰아내려 한다면, 국민들은 이를 모를까? 지금 정권과 관련되어, 행해지는 공영방송 파업과 방송 노조의 행동을, 국민들은 고스란히 지켜보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이 정권과 공영방송 노조가 싫어하는 인사들을 내쫓는다고 하여, 방송과 정권의 유착관계는 청산되는 것인가?
아니다. 방송 지배구조의 후견인을 자처하는 막강한 정권이 살아 있는 한, 그런 악습은 결코 끊어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현 문재인 정권은 국민들과 약속한, ‘언론 장악 시도를 않는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래야 정권과 언론의 잘못된 유착관계의 고리가 드디어 끊어지게 되는 것이다.
또 현 방송사의 이사들도 당장 쫓아내지 않아도, 임기가 되면 자연히 물러날 것이다. 그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래야 현 정부가 언론 장악 시도에 끼어들지 않았다는 결백(潔白)이 증명되는 것이다.
현재 공영방송의 파업으로 골탕을 먹는 것은 국민들이며, 언론 수용자들이다. 각 공영방송은 국민들의 자산인 전파를 사용하고 있으며, KBS의 경우는 국민들이 낸 시청료 수천억 원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공영방송이 정치적 이유로, ‘부실방송’과 ‘결방’ 등을 일삼고 있다.
이는 방송의 주인인 국민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며, 정권과 보조를 맞추기 위하여 국민을 볼모로 잡고 있는 것이다. 당장, 이런 행위를 하고 있는 언론노조와 이에 동조하는 모든 세력들은 물러나야 하며, 지금까지 자행된 일들에 대해서도 자숙(自肅)해야 한다.
방송과 권력이 서로 간에 ‘밀착’과 ‘권력 나팔수’가 되어서는 안 된다. 방송과 권력은 언제나 긴장관계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정치도 언론도 발전하는 것이며, 국민들에 대한 바른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언론의 자유는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권력은 방송을 ‘시녀’로 삼지 말아야 하고, 방송은 권력에 기대어 당장 무엇을 얻으려기보다는, 항상 감시자의 위치에 서서, 지나친 권력의 남용을 막고, 이를 비판하여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이러한 긴장 관계가 깨지면, 결국은 국민들이 큰 피해를 보게 되고, 언론의 자유는 점점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되면, 국민을 무시하는 권력이나 방송의 설 자리는 좁아지며, 자승자박(自繩自縛)의 우를 범하여, 민주주의 퇴보를 가져 오게 됨을 잊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