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박용국 기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4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엄기호 목사, 이하 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정서영 목사, 이하 한교연)을 차례로 내방해 기독교계 종교인 과세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먼저 이날 오전 10시 한기총을 방문한 김동연 장관은 엄기호 목사와 대화를 나눴다. 엄 목사는 “2018년 1월부터 시행이 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정국의 어려움 등으로 정부와 종교간 충분한 대화나 협의가 많지 않았다는 것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긴 하지만 오늘의 대화가 협의, 협력으로 가는 좋은 방향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그를 맞았다.
이에 김 장관은 “종교인 과세와 관련하여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생각이나 우려에 대해서 재정당국에서 겸허하게 말씀을 듣고자 한다”고 말하고, “일부 우려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혹시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그 부분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야기를 듣고 겸손히 수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엄 목사는 “문재인 대통령도 약속 이행과 소통과 존중의 리더십을 잘 보여 주고 있는데, 지난 대선기간에 여러 차례 '종교인 과세 유예'에 대한 입장을 직간접적으로 밝혔다”며 “작년 10월부터 탄핵정국으로 국정마비 사태에서 정부와 종교계는 종교인 과세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른 채 새 정부를 맞이했다. 불과 3개월 앞으로 다가온 과세에 참으로 혼란스럽고 난감한 입장”이라 했다.
또 엄 목사는 “종교계와 소통도 없이 시행 메뉴얼이 만들어져 3개월 뒤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 이를 면밀히 분석해 보면 종교 갈등과 침해는 물론, 근간을 뿌리째 흔들어버리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며 “종교지도자협의회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논의하고, 종교계 전체 합의된 입장을 국민들과 정부에 전달해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덮어놓고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강조하고, "하나의 변화를 두고 충분한 대화나 논의,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에 시간을 가지고, 서로가 받을 수 있는 상당한 충격을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전하고 싶은 것이다. 반대가 아닌 우려내지는 걱정을 꺼내놓고 대화하자는 것"이라 이야기 했다. 이외에도 두 사람은 소통의 부재, 상황과 실태, 세무사찰 문제, 조세특례제한법 및 과세에 대한 시행 시기 등의 문제를 놓고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후 오전 11시 김동연 장관은 한교연을 방문해 한교연 대표회장 정서영 목사를 만났다. 김 장관은 “교계의 의견을 겸손하게 듣기 위해 왔다”고 밝히고, “특별히 처음 시행되는 는 종교인과세와 관련한 교계 우려를 잘 알고 있으며 정부는 오히려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이라고 인사했다.
이에 정서영 목사는 "기독교계가 바라는 것은 많지 않다. 언론 보도를 보면 마치 목사들이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걸로 몰고 가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기독교 목사들도 세금을 낼 생각을 하고 있다. 다만 세금도 내고, 종교의 자유도 침해받는 식의 이중 고통을 겪으면 안 되지 않는가 그런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염려하는 것"이라 밝혔다.
또 정 목사는 "일부 언론에서는 교회가 깨끗하면 세무사찰을 겁낼 필요 없지 않냐면서 기독교에 대해 부정이 많은 집단인 것처럼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데 교회가 부정이 많아서 걱정하는 게 아니다. 교회 재정은 목사 개인이 관리하지 않고 재정위원회가 한다. 그런데 세무 당국이 교회를 사찰하게 되어 신앙을 침해받게 되는 것을 염려하는 것"이라 했다.
김동연 장관은 "두 가지는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 한 가지는 기독교계가 세금을 내지 않으려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분명히 알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부는 종교인 과세로 인해 종교 활동을 침해하거나 위되는 것을 절대로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라 했다.
더불어 김 장관은 "이미 많은 목회자들이 세금을 자진납부 하고 계신다. 또 교회가 한국사회의 갈등 해소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안다"고 밝히고, "종교인 과세로 인해 이런 부분에 공권력을 행사하는 일은 전혀 없을 것"이라 약속했다. 특히 "세무사찰 등 기독교계가 우려하는 부분을 잘 알고 있다. 그 점에 있어 추호도 그럴 의도가 없다는 걸 분명히 말씀 드린다”며 “종교인 과세는 아주 제한된 범위에서 시행할 것이며, 의도치 않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최대한 종교계의 의견을 들어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에 정 목사는 "약속을 하나 받고 싶은데, 앞으로 종교인 과세에 대한 어떤 안을 만들면 그걸 가지고 종교계와 실무적 논의를 할 수 있는 자리를 꼭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고, 김 장관은 "정부가 어떤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 반드시 종교계와 상의하고 의견을 듣도록 하겠다"며 안 되면 자신이라도 직접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세무조사 문제와 관련, 김 장관은 "교계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 사실 정부는 교회 재정에 대해 별 관심이 없고, 관심을 가져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정부가 준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게 있으면 교계와 미리 상의하며 진행하겠다"고 했다.
더불어 한교연 한기총 한장총으로 구성된 TF팀에서 종교인 과세 2년 유예를 요청한 것과 관련, "그것은 국회가 결정할 문제이므로 국회가 결정하면 결정한 대로 시행 할 것"이라며 "현재는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데 있어서 처음 시행하는 법인만큼 차질 없이 시행되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하자고 한다"고 했다. 다만 "오늘 청취한 기독교계의 고견을 반영해 문제가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이야기 했다.
한편 김 장관의 한기총 한교연 방문길에는 기재부 최영록 세제실장, 김정관 정책보좌관, 국세청 유재철 법인납세국장이 함께 배석했다. 한교연에서는 대표회장 정서영 목사와 함께 권태진 목사(한교연 종교인과세대책위원장) 등이 배석했다. 김 장관은 15일 오전에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방문, 총무 김영주 목사 등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