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노르웨이 우토야 섬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테러의 범인으로 경찰에 검거된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32)이 ‘기독교 근본주의자’로 언론에 보도되자, 많은 기독교 지도자들이 브레이빅을 기독교와 결부시키는 것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부 무슬림들은 왜 무슬림에 의한 테러는 이슬람과 쉽게 결부시키냐며 ‘이중잣대’라고 비난하고 있다.
미국 성서연구센터(Biblical Research Center) 래리 케퍼(Keffer) 대표는 브레이빅 자신이 기독교인이라고 말한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며, “내가 노르웨이에 있었을 때, 그곳 사람들은 자신들이 노르웨이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기독교인이라고 생각했다”며 소위 ‘기독교 국가’에서 사람들은 진정한 회심 없이도 자신들이 신앙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진짜 기독교인은 캠프에 모인 사람들을 향해 총격하거나 빌딩을 폭파시키지 않는다. 자신이 기독교인이라고 주장하거나 기독교인이라고 믿는다고 해서 기독교인인 것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국내 교계 지도자들 역시 “테러행위는 기독교 정신과 전혀 연관성이 없다”(김운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총무), “이번 사건을 두고 기독교가 폭력적인 종교라고 한다면, 그것은 기독교를 모함하는 것”(이억주 한국교회언론회 대변인), “기독교가 극우 민족주의와 연결됐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총신대 안인섭 교수)이라며 이번 일을 기독교와 연계시키는 것 자체를 불쾌해 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26일 아랍권 위성 뉴스채널 알-아라비야는 브레이빅과 기독교를 연관짓지 않는 현상들에 의문을 제기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무슬림이 테러를 자행했을 경우에는 이를 곧바로 종교와 연관시켜 ‘이슬람 테러리스트’라고 부르게 마련인데 기독교인의 테러에 대해서는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28일 파키스탄 일간 <더 네이션> 온라인판은 “서구세계가 테러에 대해 이중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며 “브레이빅은 자신이 우파 기독교인이라고 밝혔고, 기독교 전쟁(Christian war)을 일으켜 유럽을 무슬림들의 지배로부터 방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그러나 서구 언론들은 그의 이주민과 다문화주의에 대한 증오심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는 조지 W. 부시 전 미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을 두고 “이슬람과의 전쟁은 아니다”라고 강조했음에도 많은 서구 언론들이 알-카에다를 “이슬람 테러리스트 집단”이라고 표현한 것과 대조된다는 것이다.
한편 브레이빅은 자신의 기독교적 정체성에 대해 “예수 그리스도나 하나님과 개인적인 관계를 갖고 있지는 않고, 기독교를 문화적, 사회적 정체성이자 도덕적 기반으로 믿고” 있으며, “이것이 (자신을) 기독교인으로 만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