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남재영 목사)와 일본그리스도교협의회 URM위원회(위원장 하라타 미쯔오 목사)는 지난 8월 28일~30일,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 등에서 “불평등과 차별을 넘어 - 차별없는 사회를 위한 한일교회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공동협의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양국 참가자들은 역사 인식, 노동인권, 이주민들에 대한 차별에 관하여 각각 발제와 토론을 진행했으며, 마지막날 공동선언문을 통해 “우리는 ‘나중에 온 사람’에게도 마땅한 삶을 보장하는 하나님의 정의를 일깨워주는 성서의 가르침(마태 20:1-16)을 따라, 그 누구라도 마땅한 삶의 권리를 온전히 누리고 존엄성을 보장받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 헌신할 것”이라고 밝히며 공동의 실천 과제를 발표했다.
한일교회가 선언문을 통해 제시한 실천과제는 ▶양국 사회 안에서 여성, 비정규직 및 이주노동자, 거류민, 성적 소수자 등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양국 정부 합의사항 백지화 및 재협상을 촉구한다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부당한 해고와 부당노동행위 등의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이를 풀어가기 위해 공동으로 대처해 나간다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내용을 신학교 커리큘럼에 포함시켜 교육할 것을 한일 양국 교회에 제안한다 ▶이를 위해 한일 교회는 우선 자신이 속한 사회 안에서 차별하지 않는 구체적인 제도와 문화를 형성하도록 노력한다 등이다.
한편 일본측 참가자들은 30일, 영등포산업선교회를 방문하여 한국교회가 노동문제와 관련하여 펼쳐가고 있는 활동들을 함께 나누었으며, 이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정기시위에 참석하여 Doi Keiko씨(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히로시마 네트워크 공동대표)가 연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또한 마지막 일정으로 광화문에 마련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농성장을 찾아 간담회를 갖고 아사히글라스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연대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
공동선언문 전문은 아래와 같다.
[불평등과 차별을 넘어 - 차별없는 사회를 향한 한·일 교회의 역할]
1.
이 땅에 화해와 평화를 이루기 위하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일본그리스도교협의회(NCCJ)는 오랜 기간 적극적인 연대를 지속해 왔다. 한국사회가 암울한 군사독재 치하에 있었을 때 일본교회는 한국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국제적 연대를 조직, 지원하였다. 또한 남북간의 긴장을 해소하고 동북아의 평화를 이루기 위한 교회간 협력에도 일본교회는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NCCK와 NCCJ의 긴밀한 연대와 협력은 양국의 긴장과 갈등에도 불구하고 지속되어 왔다. 특히 NCCK와 NCCJ의 도시농어촌선교(URM) 부문과 이주민 부문의 연대는 양국 교회 간 연대활동의 중심축을 이루어 왔다. 하지만 양국가의 국내 사정과 그를 향한 교회의 대응은 상황에 따라 변모하고 있으며 이에 양국 교회의 도시농어촌선교(URM) 부문과 이주민 부문의 연대 또한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
우리는 2017년 8월 28일-29일, 서울 기독교회관 및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일본측 20여명, 한국측 2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제11회 한일 URM-이주민 협의회를 갖고 양국간 처해 있는 공통의 상황을 인식하였으며, 그에 따른 공통의 과제를 모색하였다. 이에 함께 공유한 상황에 대한 인식과 실천 과제를 아래와 같이 밝힌다.
2.
첫째, 우리는 전 세계적 신자유주의 물결 가운데서 가장 뚜렷하게 경험하는 현상으로서 노동의 주변화와 격차의 심화 현상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지구화된 세계경제는 물자와 인간의 소통 및 경제적 규모를 확대시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매우 다층적인 차별적 위계질서를 동반하고 있다. 사람들의 경제적 형편과 삶의 질은 더욱 공평해진 것이 아니라 더욱더 심각한 격차를 안게 되었다. 일본과 한국 두 나라 사이의 문제로서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불안정한 노동이 일상화되고 그에 따르는 노동계급의 주변화 현상이 현저해지고 있다.
둘째, 우리는 그 가운데 증대되고 있는 여러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증오 현상에 주목한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외국인 혐오증을 포함한 여러 소수자에 대한 혐오 현상은 지구화된 경제질서 가운데서 인종과 언어, 국적을 달리하는 사람들의 빈번한 이동과 접촉이 가능해진 환경과 관련되어 있다. 대개 소수자에 대한 혐오 현상은 특정한 사회 안에서 자기 박탈감을 갖고 있는 이들이 그 요인을 특정한 소수 집단에 돌려 공공연하게 증오와 혐오를 드러냄으로써 나타난다. 지구화된 경제질서 가운데서 사회적 박탈계층을 양산하는 양극화가 오늘의 여러 혐오 현상을 낳는 토양이 되고 있다.
셋째, 우리는 한ㆍ일간 역사인식의 문제와 국가적 범죄행위에 대한 책임의 문제에 대해 재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한ㆍ일간 근대사의 특수성에서 유래하는 것만은 아니다. 특별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한ㆍ일 외교 당국간 합의는 국제적으로 공유되고 있는 보편적인 인권과 정의의 관점에서 볼 때 전혀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피해 당사자의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국가간 합의는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하다.
이와 같은 한ㆍ일 양국간의 공통의 문제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우리는 한일 양국 각각의 사회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인식을 함께 한다.
한국사회에서는 촛불혁명으로 인한 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인권의 가치가 중심이 되어 민주주의와 경제정의가 실현되는 사회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여전히 각종 사회적 차별이 해소되지 않고 있고 여러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증오 현상이 고조되고 있다. 또한 한반도의 긴장 상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러 진정한 평화적 해법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일본사회에서는 수정주의 역사관의 대두와 함께 여러 형태의 배외주의가 강화되는 한편, 평화헌법을 부정하고 오키나와에 군사 기지를 신설하는 등 군사주의화가 추진되고 있다. 또한 날로 격차가 심화되는 가운데, ‘헤이트스피치’로 대변되는 여러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증오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3.
이상과 같이 엄중한 현실에서 한국과 일본의 교회는 이 땅에 진정한 평화를 이루신 그리스도를 따르는 지체로서 각자의 상황에서 차별 없는 사회를 이루기 위한 몫을 맡아야 할 것이다. 교회는 우선 자신이 속한 사회 안에서 그 누구도 배제하거나 차별하지 않는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구체적으로 제도를 형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한국과 일본의 교회는 서로 다른 경험을 공유하며 서로에게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오늘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 가운데 많은 문제들이 하나의 사회 안에서 해결할 수 없는 성격을 지니고 있는 만큼 그에 대처하고자 할 때 처음부터 양국간의 공감과 협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우리는 인식하고 있다. 국가간의 관계가 갈등에 처해 있을 때 교회간 협력의 중요성은 더더욱 중요성을 띤다. 오늘 그 협력관계에서 창의적인 발상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교회는 오랜 시간 동안 상호간 지원과 협력을 지속해 온 자산을 갖고 있다. 또한 국가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서도 시민사회 영역에서의 교류와 연대는 부단히 성장해가고 있다. 그간 피차의 사정으로 한ㆍ일 교회간 연대활동이 다소 침체되는 국면도 없지 않았지만, 이제 새로운 창의력으로 연대를 더욱 굳건히 해야 할 때이다. 날로 긴장이 고조되고 그로 인한 불안을 빌미로 차별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동아시아 현실에서 한국과 일본의 교회간의 연대가 새로운 활로를 열어주기를 기대하며, 앞으로 주력해야 할 공동의 실천과제를 다음과 같이 설정한다.
우리는 양국 사회 안에서 여성, 비정규직 및 이주노동자, 거류민, 성적 소수자 등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양국 정부 합의사항 백지화 및 재협상을 촉구한다.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부당한 해고와 부당노동행위 등의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이를 풀어가기 위해 공동으로 대처해 나 간다.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내용을 신학교 커리큘럼에 포함시켜 교육할 것을 한일 양국 교회에 제안한다.
이를 위해 한일 교회는 우선 자신이 속한 사회 안에서 차별하지 않는 구체적인 제도와 문화를 형성하도록 노력한다.
우리는 ‘나중에 온 사람’에게도 마땅한 삶을 보장하는 하나님의 정의를 일깨워주는 성서의 가르침(마태 20:1-16)을 따라, 그 누구라도 마땅한 삶의 권리를 온전히 누리고 존엄성을 보장받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 헌신할 것이다.
2017년 8월 29일
한·일 NCC URM-이주민 협의회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