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홍은혜 기자] 정권이 바뀌면서 남북교류의 물꼬가 트려나 기대했지만, 이번에는 북한 정권의 거부로 남측의 민간단체들이 북한에 가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대로 단절된 채 또 얼마를 더 가야하는 걸까. 그럼에도 불구, 구윤회 목사(사랑나루선교회 실무대표)가 13일 낮 아현성결교회에서 열린 '북한선교포럼'을 통해 북한 선교의 조심스러운 뒷이야기를 전해 주목을 받았다.
북한선교 뒷문사역의 역사는…
구윤회 목사는 "북한선교 뒷문사역의 역사와 선교현황"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한국교회 북한선교가 1990년대 이후 본격화 되었으며, 여러 유형 가운데 '뒷문사역'은 비공식적으로 진행되는 탈북자 및 외화벌이 일꾼, 단기비자체류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해외사역과 지하교회를 비롯한 북한 내지 사역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또 혹자들은 이것에 국내입국 탈북민사역을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구 목사에 따르면, 1970~80년대 미-중 관계 개선을 비롯한 남북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자, 북한은 통일전선의 일환으로 종교계를 이용하면서 표면적으로나마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특히 압록강과 두만강 근처 동북3성의 조선족교회와 한족교회들이 믿음의 공동체로 일어나게 됐고, 북한과 왕래하며 복음을 전달해 주는 뒷문선교활동의 중요한 교두보가 되어 주었다고 전했다.
한국에서는 1983년 모퉁이돌선교회(대표 이 삭 목사)가 국제적으로 공산권 선교를 감당하고 있던 오픈도어(Open Door) 선교회와 협력, 문서선교를 중심으로 성경밀수, 복음풍선 날리기 등의 사역을 진행했다. 그러나 구 목사는 "대다수 일반교회들이 반공의식과 함께 북한에 대한 적대심, 불안 등으로 북한선교에 관한 관심이나 활동을 거의 하지 못했다"고 이야기 했다.
구 목사는 뒷문선교가 본격적으로 가능하게 된 시기는 1990년대 이후라고 했다. 소위 '고난의 행군' 시절 생존을 위한 대규모 탈북이 시작됐고, 대량탈북이 장기화 일반화 되면서 한국교회의 탈북민에 대한 관심이 증가되어 선교사들에 의한 중국 내 탈북민 구출, 양육하는 쉼터사역 등이 본격화 됐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김정은 집권 후, 대대적 단속과 처벌로 뒷문사역 환경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선교 뒷문사역의 평가와 전망
물론 구윤회 목사도 "다른 사역현장도 마찬가지겠지만, 선교사들이 지속적으로 후원자들을 일으키기 위해 사역성과에 대한 압박을 받게 된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그는 무엇보다도 "탈북민들이 단순히 구제가 필요한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버리라"며 "요셉과 다니엘처럼, 중국에 팔려간 탈북민들이 이 시대 북한 민족을 구원할 하나님의 사람이란 관점에서 사역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때문에 구 목사는 한국교회가 ▶엄중한 감시 하에서의 위험부담을 안고 있는 지하교회와 리더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울 것인가 ▶극심한 생활고와 가정붕괴 등으로 인한 취약한 저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 ▶리더의 한계(양육자로서의 자질, 교육 부족, 선교 모체와의 연계 및 지원의 어려움, 북한 내 교회 현장에서의 예전 집행의 한계)를 어떻게 도울 것인가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더불어 구 목사는 "탈북자 70%가 여성이고, 현실적으로 사역자들이 절대적 권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종종 탈북자 양육과 구출과정 등에서 성적 문제가 일어나기도 한다"고 지적하고, "선교사들은 영적·신학적 준비와 함께 성품적 준비와 훈련이 필요하다"며 "남성독신선교사 보다는, 여성이나 가정으로 파송하는 것도 지혜로운 방법"이라 했다. 특히 "선교사의 겸손하며 온유한 본이 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했다.
인권과 복음전파의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것도 뒷문사역의 어려움이다. 구 목사는 "탈북민들이 북송 위협과 불안한 환경으로 하나님을 더 의지하고, 갈급한 심령으로 복음을 받아들이게 된다"고 했지만, "대부분 탈북자들이 하루 빨리 불안한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남한이나 제3국행을 원하고 있는데, 선교사들이 탈북민들의 이런 약점을 볼모로 남한 행을 조건으로 성경공부를 시키고 있는 것도 현실"이라 했다.
특히 뒷문선교는 해당국가의 법규정에 따라 때때로 불법적인 경우도 있어 어려움이 있다. 구 목사는 "지역교회 교단과 국제적 대형선교단체가 뒷문선교에 직접 나서기 어려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지적하고, "뒷문선교는 궁극적으로 양육한 조선족과 탈북민들을 통해 북한교회재건을 시도하는 형태로, 북한내지선교의 의지를 공공연하게 드러냄으로, 북한과 중국당국과 긴장관계를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구 목사는 "북한선교 뒷문사역의 핵심전략은 궁극적으로 북한교회재건을 통한 북한복음화라 할 수 있다"고 밝히고, "조선족 교회를 비롯한 중국교회와의 협력이 더 요청되는 상황"이라 했다. 더불어 "뒷문사역은 일반적인 해외선교지와는 달리, 종종 선교사들이 위험 가운데 노출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하고, "이 지역 선교사들은 정치 및 외교 관계나 종교정책 등에 관심을 갖고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구 목사는 "선교사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익숙한 환경으로 타성에 젖어 방심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보안이 생명인 이 사역에서 영웅주의와 안전불감증은 치명타가 될 수 있다"면서 "특히 휴대폰과 노트북 등 전자기기 정보를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연락처, 사역사진, 선교회 자료, 양육자료, 탈북민 자료 등이 처벌 증거자료로 사용되어 본인을 비롯해 선교회 전체가 어려움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구윤회 목사는 조선말기 복음이 조선땅에 전해지는 과정에서 존 로스 선교사를 중국 심양에서 만났던 홍삼 장사꾼 서상륜을 언급했다. 로스 선교사는 서상륜이 당시 전도인으로는 부족했지만, 권서로는 사역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서상륜은 세례를 받고 돌아와 최초의 개신교회인 소래교회를 세웠고, 새문안교회 장로가 됐으며, 경상도 지역에 복음을 전하는 등 초기 기독교 선교에 큰 역할을 감당했다.
구 목사는 "탈북 후 제3국에서 복음을 받아들인 후 북한으로 다시 들어가는 믿음의 형제 자매들을 키우는 것이 바로 제2의 서상륜을 키우는 사역"이라 강조하고, "비록 숫자가 적고 우리의 기대보다는 부족할 수 있지만, 사람을 변화시키고 일하시는 분은 하나님"이라며 "통일시대 북한복음화를 위해 사람을 세우는, 북한선교전문사역자들을 훈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제4회로 열린 북한선교포럼은 OMS선교회와 기성 북한선교위원회, 서울신대 한국기독교통일연구소, 사랑나루선교회, 북한과 열방을 위한 중보기도네트워크(PN4N)가 공동으로 주최했고, 아현성결교회가 후원했다. 또 행사에서는 구윤회 목사의 발표 외에도 이정애 이사(올로프평화재단)가 사례발표를 했으며, 허문영 박사(평화한국 대표)가 두번째 발표를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