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근래 한국교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계속하여 악화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선교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세월호 사태, 최근의 촛불과 탄핵 정국 등의 시대적 상황에 대해 보여준 한국교회의 반응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됐다. 심지어 부끄럽게도 한국교회가 시민사회의 일각으로부터 청산되어야 할 적폐로 지목되기에 이르렀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이러한 상황에서 반복되는 과오를 청산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공공의 교회로 거듭나기 위한 한국교회의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밝히고, 이에 우선 한국교회를 진단·반성하는 문서를 작성·발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지난 3월부터 NCCK 신학위원회, 교회일치와협력위원회, 3.1운동100주년기념사업준비위원회의 위원들이 모여 오늘의 한국교회를 반성하고 성찰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그 후 약간 명의 소위원회를 구성하여 한국교회의 현실을 성찰하고 개혁과제를 제시하기 위한 기초연구를 수행하였고 한국교회의 12가지 문제를 3가지의 범주로 정리하여 4월 NCCK 실행위원회를 거쳐 문서를 발표하게 됐다.
NCCK는 "지금은 2017년 성령강림절이 시작되는 시기"라 밝히고, "성령강림은 그리스도교회가 시작되는 사건이었다"며 "이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성령강림절을 맞아 오늘 한국교회가 초대교회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기독교 정신에 걸맞는 교회인지를 돌아보기로 했다"고 전했다.
[2017년 성령강림절을 맞는 한국교회의 성찰과 반성]
"너희는 너희가 범한 모든 죄악을 버리고 마음과 영을 새롭게 할지어다 이스라엘 족속아 너희가 어찌하여 죽고자 하느냐 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죽을 자가 죽는 것도 내가 기뻐하지 아니하노니 너희는 스스로 돌이키고 살지니라" (에스겔 18:31-32)
그리스도교회는 성령 강림으로 시작하였다. 두려움과 낙심에 차 골방에 숨어있었던 예수의 제자들은 성령 강림을 경험하며 스스로 닫아걸었던 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와 부활 신앙을 선포하였다. 유대 종교지도자들과 로마 식민통치의 하수인들은 예수를 십자가에 매달았지만, 그분은 부활하시어 역사 가운데 계셨으며, 오늘 여기에 성령을 통해 우리와 함께 계신다. 우리는 2017년 대한민국 시민혁명에 이어 한국교회의 갱신을 위한 성찰을 하고자 한다.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는 2017년 부활절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3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세월호가 깊은 바다 속 침묵에 잠겨 있었던 1,073일 동안 한국교회의 신앙과 실천은 진정성의 시험대 위로 떠올랐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는 세계교회사에 유례없는 단기간 급성장을 자랑해 온 한국교회 영광이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 12:15b)는 신앙의 명령조차 한뜻으로 받들 수 없을 만큼 초라한, 풍요의 욕망 위에 피어오른 한낮의 아지랑이에 불과한 것임을 목도하였다. 또한 정직하고 투명한 사회를 꿈꾸며 사상초유의 대통령 탄핵정국을 이끌어낸 촛불시민들의 민주적 열망이 한국교회 안에 뿌리내린 민족분단의식과 경제지상주의의 논리로 왜곡되는 것을 경험하며, 통탄한 마음을 금하지 못하였다.
성령강림절을 맞이하며 우리는 한국교회의 신앙과 실천 속에 진리와 자유의 기독교정신이 생생하게 살아있는지 자문하며 부끄러움을 느낀다. 무엇보다 한국사회에 복음의 진리와 자유의 목소리를 드높이는 데 앞장서야 할 책임을 맡은 우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마저도 시대의 아픔을 온전히 떠안지 못하고, 분단과 경제성장이 남긴 갈등의 대립 구도 속에서 제 역할을 감당하지 못해 왔음을 고백한다. 특히 자본의 구심력에 사로잡힌 교회를 향한 예언자적 외침의 사명을 다하지 못한 채 물질주의의 풍요와 번영의 한몫을 탐낸 죄를 고백한다. 또한 종교개혁의 정신에 입각해 지금 고통당하는 이들, 가난하고 연약한 이들 편에 선 목소리가 되기보다는 분단과 이념의 장벽에 가로막혀 그들의 눈물과 고통을 사랑으로 품어 안지 못한 죄과가 우리에게 있음을 먼저 고백한다.
이에 우리는 2017년 성령강림절을 맞아 부활 선포의 종교로 자리매김하지 못한 한국교회의 과오를 반성하며, 하나님과 민족 앞에 다음과 같이 우리의 죄책을 고백한다.
■ 교회와 신앙의 문제
1. 신앙을 사적 영역으로 국한한 죄
우리는 신앙을 사적 영역으로 국한한 죄를 회개한다. 사회로부터 분리된 개인을 상상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구원의 사회화를 도외시했고, 개인 구원을 신앙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 왔다. 그리하여 성서를 읽고 교육함에 있어서도 문자주의적 독해에 치중함으로써 신앙을 사적 관심으로 전환해 온 잘못을 범했음을 고백한다. 십자가를 통한 하나님의 구원 계획은 제국의 지배 아래에서 반인권적 지배세력의 폭력에 맞선 팔레스타인의 한 사람,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온전히 성취되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인권과 사회정의의 맥락에서 십자가의 길을 따르기보다는 그를 믿음으로 구원에 이른다는 교리에 안주한 채 신앙인의 사회적 책임을 도외시하였다.
이에 우리는 십자가 신앙을 개인의 내면적 실천과제로 제한해 온 책임이 한국교회에 있음을 고백하며, 개인의 신앙을 넘어 선 신앙의 사회화를 신앙과 실천의 중요한 과제로 삼고자 한다.
2. 교회가 하나 되지 못한 죄
우리는 화해와 일치를 위해 부름 받은 교회가 하나 되지 못한 죄를 회개한다. 우리는 그리스도교회의 한 몸에 속해 있으면서도 신앙의 자유와 다양성에 대한 긍정을 교회 분열의 계기로 삼아, 갈라진 교회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노력보다는 개 교파의 우월성과 개 교회의 특이성을 선전하는 데 주력해 왔음을 고백한다. 특정한 교파나 교회의 성공과 실패가 그리스도교 전체의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하나님의 일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각 교파 간 경쟁과 대립의식을 내면화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하나가 되어야 할 그리스도의 교회의 분열을 강화해 왔다. 그러나 한 몸 안에서 여러 지체가 협력하여 선을 이루듯이, 교회의 머리 되시는 그리스도 안에서 갈라진 교회가 협력하여 선을 이루는 일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이에 우리는 갈라진 교회의 하나 됨을 통해 새 시대 화해와 일치의 소명을 성취하는 일에 나서고자 한다.
3. 교회의 공공성을 훼손한 죄
우리는 목회직 세습을 통해 교회를 사유화함으로써 교회의 공공성을 훼손해 온 죄를 회개한다. 특히 대형교회의 세습을 방조함으로써 그 이익의 일부를 공유하였다. 이를 통해 공적 기관으로서의 교회의 품위를 손상시켰으며, 시장주의의 효율성 논리에 교회를 내던진 책임이 우리에게 있음을 고백한다. 또한 각 교단의 대표와 기관장을 선출하는 데 있어 금권에 의존하여 부정부패를 일삼고, 투명하지 못한 교회와 기관의 재정운영으로 교회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데 공조한 죄를 회개한다. 부와 권력과 지위가 세습되지 않는 투명한 사회를 만드는 데 있어 교회가 모범을 보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세습을 통해 하나님께서 맡기신 목회직을 사유화하고, 교회를 목회자 개인의 사적 권력의 기구로 전락시킨 책임이 우리에게 있음을 통감한다.
이에 우리는 교회를 통한 부와 권력과 지위의 세습이 불가능한 투명한 교회로의 갱신을 통해 한국교회가 잃어버린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해 매진할 것이다.
4. 전통문화를 파괴한 죄
우리는 전통문화를 파괴한 죄를 회개한다. 복음을 받아들이고 기독교인이 되는 과정은 전통문화에 대한 일방적 배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신앙의 이름으로 유구한 우리 역사 속에 뿌리내린 전통문화를 배척하는 일에 동참해 왔다. 한국의 전통종교와 문화관습에 대한 이해를 게을리 해 왔으며, 이를 통해 한국문화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신앙적으로 내면화 하는 일에 동참해 왔다. 그리하여 우리는 기독교 신앙이 문화제국주의의 이념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공조하였으며, 기독교 선교를 독백적 실천으로 제한하는 잘못을 범하였다.
이에 우리는 한국의 전통문화 및 종교 간의 대화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섬으로써 한국문화와 공존하는 기독교 신앙의 형성을 위해 노력하고, 이로써 선교의 새로운 세기를 맞이할 것을 다짐한다.
5. 가부장적 권위주의를 묵인한 죄
우리는 가부장적 권위주의를 극복하지 못한 죄를 회개한다. 한국교회는 가부장적 권위주의를 신앙실천의 덕목으로 묵인하였고, 이로써 여성에 대한 차별과 배제, 폭력과 혐오가 사회에 일상화되는 과정에 적극 대처하지 못하였다. 우리는 기독교 선교 초기 여성의 교육과 사회 참여에 앞장섰던 교회가 오늘날 남성중심적 기득권 세력의 가치관을 재생산하는 기관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부끄럽게 여긴다.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지위와 역할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지속되는 동안에도 교회 안 여성의 지위와 역할은 정체되어 왔다. 안수 받은 여성 목회자의 수는 남성 목회자의 수의 십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여성 신도의 역할은 남성 신도의 보조자적 역할에 머무는 실정이다.
이에 우리는 가부장적 권위주의가 기독교의 신앙실천 덕목과 무관한 것일뿐더러 기독교의 보편적 사랑과 자유의 정신에 위배되는 것임을 천명함으로써 교회에 뿌리 내린 가부장적 질서를 청산하며 성평등을 실현하는 일에 앞장서고자 한다.
■ 민족분단의 문제
6. 민족분단에 편승한 죄
우리는 전쟁의 폭력과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채 민족분단에 편승한 죄를 회개한다. 분단의 벽을 허물어야 할 교회가 오히려 벽을 세우고, 이를 공고히 해 죄가 우리에게 있음을 통회하는 마음으로 하나님과 민족 앞에 고백한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통한 화해와 평화의 일꾼으로 부름 받았다. 그러나 분단 7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갈라진 민족을 하나 되게 하는 실천에 최선을 다하지 못하였다. 분단의 높은 장벽을 복음의 사랑으로 넘어서지 못하고, 갈등과 편견의 장벽에 가로막혀 편을 가르며 상대를 비난하는 일에 동참하였다. 민족분단을 빌미로 한반도를 전쟁 위기로 몰아가는 열강을 향한 예언자적 비판의 사명을 다하지 못하였으며, 오히려 분단 냉전의식을 내면화하며 민족분단 상황을 공고히 해 온 잘못을 회개한다.
이에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 되게 하시는 사랑 안에서 분단이 남긴 상처를 극복하며, 분단을 빌미로 한반도를 전쟁의 위기로 몰아가려는 그 어떤 세력에 대해서도 저항할 것을 다짐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갈라진 땅이 하나가 될 때까지 화해와 평화의 일꾼으로서의 맡겨진 사명을 완수할 것을 하나님과 민족 앞에 다짐한다.
7. 이념에 묶인 죄
우리는 십자가 사랑의 실천을 사회·정치·경제 이념을 잣대로 제한해 온 죄를 회개한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의 정신에 입각하여 생각하고 행동하기보다는 이기주의적이고 물질주의적인 관념을 따라 선악을 판단하며, 상대방을 악으로 규정하는 잘못을 범해왔다. 고통을 느끼는 곳에 우리 몸의 온 신경이 집중되는 것이 생명의 이치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금 슬퍼하는 이들, 지금 깊은 탄식 가운데 있는 이들이 우리 사회의 중심임을 망각하는 잘못을 범하였다. 그리하여 우리는 용산 참사로 희생된 이들, 쌍용자동차 대량해고 사태의 피해자들, 그리고 세월호로 희생된 이들과 그 유가족들의 아픔을 신앙적 사랑의 실천과제로 여기기보다는 이념의 논리를 앞세워 정죄하고 타자화 하는 일에 동참해 왔음을 고백한다. 우리는 고난당하는 이들에 대한 사랑의 실천이 이념의 한계를 넘어 선 하나님의 보편적 속성에 속한 것임을 믿는다.
이에 우리는 그 어떤 사회·정치·경제 이념도 십자가 사랑의 실천에 우선할 수 없다는 사실을 되새기며, 고통당하는 이들의 편에 서는 사랑의 사도로서의 삶을 다짐한다.
8. 국가주의적 애국심을 신앙 위에 놓은 죄
우리는 애국심을 신앙 위에 놓은 죄를 회개한다. 국익을 위한 실천과 하나님나라 실현을 위한 교회의 행동 사이에는 영원히 좁힐 수 없는 거리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한국의 사회·정치·문화적 특수성을 강조하면서 국가주의의 이념의 내면화를 하나님나라의 성취보다 중요한 과제로 여겨왔음을 고백한다. 또한 국익을 위한 결정들이 나라 밖 이웃들의 삶과 한반도 주변의 평화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예상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못한 과오를 범하였다. 하나님나라의 실현을 위한 교회의 행동은 국익에 부합되는 실천만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이에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계시된 하나님나라의 이상을 이 땅 가운데 실현하기 위해 어떠한 국가주의적 이념과도 일치된 화해에 이르지 않을 것을 다짐한다.
■ 경제부정의의 문제
9. 성장지상주의에 매몰된 죄
우리는 세속적 욕망에 사로잡힌 채 성장지상주의에 매몰된 죄를 회개한다. 신앙의 길은 세속적 성공의 길이 아닌 예수를 믿고 따르는 전인적 성숙의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성장지상주의를 기독교 신앙의 이름으로 정당화해 온 잘못을 범하였다. 그리하여 성장을 추구해 온 근대화 과정에서 소외되고 주변화 된 이들에 대한 관심을 신앙생활의 핵심 주제로 여기지 못하였다. 또한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지도자를 선택함에 있어서도 약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이들 보다는 경제적 번영과 성공을 약속하는 이들을 선택함으로써 기독교의 이름으로 기독교 정신을 배반하는 일에 공조하였다.
이에 우리는 “지극히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마 25:40)이라는 예수의 말씀을 기억하면서, 성장지상주의의 욕망을 정당화하는 길에서 벗어나 약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청빈과 나눔의 길을 걸어갈 것을 다짐한다.
10. 기득권을 당연시 한 죄
우리는 한국의 근대화 과정에서 기독교와 기독교인이 누린 기득권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긴 죄를 회개한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광복과 분단, 산업화와 민주화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기독교는 한국의 근대화를 상징하는 종교로 자리매김하였다. 그러나 우리 민족의 질곡과 함께 성장해 온 과정에서 기독교와 기독교인은 서구적 근대화의 특혜를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우리사회의 승리한 정치집단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데 이르는 죄과를 범하였다. 그리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라 소외된 이들의 벗이 되기보다는 기득권의 풍요와 안락함에 취해 복음의 길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이에 우리는 기독교와 기독교인 지닌 기득권을 내려놓고, 섬기는 자로서의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고자 한다. 우리는 특권 없는 이들의 권리를 대변하고, 몫 없는 이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평등의 몫을 주장하는 참된 교회로 거듭날 것을 다짐한다.
11. 경제부정의에 매몰된 죄
우리는 경제부정의에 매몰된 죄를 회개한다. 한국사회의 청년실업률이 급증하고,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주거난민이 늘어나는 가운데에서도 우리는 양극화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신앙실천의 주요 과제로 여기지 못하였다.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적 삶의 양식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채 더 큰 교회와 더 많은 신도수를 지향함으로써 경제부정의에 입각한 시대정신과 타협해 왔음을 고백한다.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가 일상화 된 오늘날 극소수를 제외한 대다수 사람들의 삶은 벗어나기 힘든 빈곤의 굴레에 얽매여 있다.
이에 우리는 경제정의 실현을 통한 양극화 해소에 나서는 것이 우리 시대에 긴급히 요청되는 신앙실천의 과제임을 인식하며, 겨자씨와 같은 이들을 통해 큰일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역사에 동참할 것을 다짐한다.
12. 생태환경을 파괴한 죄
우리는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생태환경을 위기로 몰아넣은 죄를 회개한다. 생태적 삶을 추구하고 실천함으로써 대안적 존재 양식을 형성하는 일에 있어 모범을 보여야 할 교회가 크고 화려한 예배당 건축에 앞 다투어 나서고, 자원을 낭비하는 일상을 축복받은 삶의 모델로 제시하는 과오를 범해 왔음을 고백한다. 우리는 ‘정의·평화·창조세계의 보전(JPIC)’의 정신에 비추어 효율성과 편의를 추구하는 삶의 방식을 통해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무차별적으로 파괴한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음을 통감한다.
이에 우리는 소박하고 불편한 삶을 자발적으로 선택하여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생태계를 보존해 나갈 것을 다짐한다. 나아가 생태환경을 돌이킬 수 없이 파괴하는 핵에너지의 사용에 반대하며, 탈핵운동을 신앙운동의 과제로 삼는 녹색신앙을 실천하고자 한다.
이상에서 우리는 하나님과 민족 앞에 한국교회가 범해 온 열 두 가지의 죄과를 고백하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였다. 기독교를 언제나 성령과 동행하는, 진리와 자유를 선포하는 종교로 자리매김해야한다. 이 일은 단 한 번의 개혁으로 끝나지 않는다. 진리와 자유를 향한 종교개혁은 500년 전에 완수된 과제가 아니라, 오늘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계속되어야 할 신앙과 실천의 과제이다.
특히 우리는 1,073일 만에 수면 위로 올라온 세월호와 더불어 진리와 자유를 향한 한국교회의 신앙과 실천도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길 기대한다. 한국기독교는 성령의 인도하심 속에서 경쟁에서 이긴 자들, 이 세상에서 높아질 대로 높아진 자들과 한 몸이 되려는 욕망을 버리고, 성장지상주의의 경주에서 소외된 우리 시대 ‘지극히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와 더불어, 저 분단 70년의 장벽을 허물고, 생명과 평화가 넘실대는 한반도를 향해 진리와 자유의 한 걸음을 내딛고자 한다. 하나님의 은총과 평화가 진리와 자유의 길에 선 한국교회의 모든 그리스도인들 가운데, 특별히 지금 고통당하는 이들 곁에서 함께 눈물을 흘리는 화해와 평화의 일꾼들 가운데 함께 하시길 간절히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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