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홍은혜 기자] 경직되어 있는 남북관계,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 분위기가 달라지지 않겠느냐는 낙관론이 고개를 들었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미국 등 강국의 복잡한 정서 등으로 말미암아 아직은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그러나 기독청년들을 중심으로 통일을 준비하는 논의가 조용하지만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어 한국교회 앞에 희망을 주고 있다.
먼저 20일 낮 대학연합교회 성수성전에서는 (사)하나반도의료연합(회장 경쾌수) 주최로 "청년 통일준비 어떻게 할 것인가?"란 주제를 갖고 '제2회 청년 통일역군 모여라' 행사가 개최됐다. 주강사로 나선 주도홍 박사(백석대 대학원 부총장, 예장대신 총회 남북위원장, 기독교통일학회 설립 및 명예회장)는 "통일한국을 향한 교회의 길"을 이야기 했다.
주도홍 박사는 한국교회가 분단현장이 얼마나 비참한 죄악의 온상인지를 알고, 정치 외교적 업무만이 아닌 교회의 거대한 과업이란 인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더불어 진영논리를 떠나 성경적 자세를 확립하고, 세상의 위로자가 되어 남북관계에서 길을 잃은 한국정부의 소중한 파트너로써 그 역할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주 박사에 따르면, 동서 분단 하 독일교회는 섬김의 신학과 성육신의 사랑을 갖고 어려움에 처한 동족을 조건 없이 인내로써 도왔고, 1990년 뜻밖에 통일을 은혜로 누리게 됐다고 한다. 그는 "물론 아직 독일교회가 넘어야 할 산들이 있는 것을 부정할 수 없지만, 많은 점에서 분단 아래 있는 한국교회에게 유익한 경험을 제시하고 있다"고 이야기 했다.
이어 그는 남북분단 하 교회의 역할이 정부와의 파트너 십을 성경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라 말하고, "소위 말하는 친정부이니 반정부이니 하는 양극단 내지는 진영논리가 갖는 편파적 자세를 교회가 가지란 것이 아니"라며 "복음의 원리에 서서, 교회와 국가가 서로 믿어주고 존중하는 신뢰와 겸손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만 그는 "안타까운 것은 기독교정신에 입각한 인도주의를 실천하는 비정부기구(NGO)의 업무마저도 현재 한국정부가 막고 있는데, 이러한 모습은 원칙적으로 옳지 않고 비민주적"이라며 "새 정부와 함께 변화가 있을 것을 기대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감당해야 할 부분 외 다른 차원의 '사람'의 통일을 이룩하는데 교회의 역할은 중요하다고 그는 역설했다.
때문에 주 박사는 교회의 '비대칭적 사랑'을 강조했다. 그는 "원수라도 사랑해야 하는 것이 교회의 마땅한 태도이며, 이러한 교회의 길은 정치와 법을 초월한 것"이라 말하고, "남북관계에서도 인지상정이 통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면서 "모범적인 사랑이 감동적으로 제시될 때, 북한은 한국교회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될 것"이라 했다.
더불어 주 박사는 교회가 통일에 있어 '사람'을 내세울 수 있어야 한다 했다. 그는 "남북·남남갈등의 극복, 사람의 하나 됨과 함께 살 수 있는 기반 마련을 위한 통일의 정신적 가치를 내세우며, 이념·문화·언어적으로 서로 이방인이 되어 버린 현실을 직시해 복음으로 서로 받아들이고 함께 하는 방법을 전문적으로 연구·준비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동시에 그는 통일부 대신 '남북교류협력부'를 제안했는데, ▶통일부가 그간 큰 역할을 못했고 ▶'통일'이란 용어도 좌편향적으로 왜곡되게 사용되었으며 ▶실질적인 남북교류 없이 통일 과연 가능하겠느냐며 이러한 주장을 제기한 것이다. 그는 이에 ▶헌법적 독립기관 ▶대통령과 어긋나게 장관임기 최소 10년 연임 ▶국민투표에 의한 결정 등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같은날 사랑의교회(담임 오정현 목사)에서는 청년 쥬빌리 주최로 '2017 청년통일 컨퍼런스'가 열렸다.
행사에서 주강사로 나선 윤영관 박사(서울대 명예교수, 전 외교통상부 장관)는 "통일한반도의 비전과 기독청년의 사명"에 대해 발표했는데, 기독청년들에게 "기독교적 인생관을 확실하게 다져야 한다"고 말하고, "가장 근본적으로는 성경 말씀으로 돌아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물신주의를 배격하고, 말씀에 입각한 통일관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윤 박사는 기독청년들이 북한 주민에 대한 '이웃 사랑'에 근거한 '인간다운 삶'을 지원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이른바 좌/우, 보수/진보 등 세속적 정치이념의 틀을 벗어나 분열을 극복하고,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았음에도 북한에서 고통 받고 있는 '사람'을 봐야 한다"면서 "그래야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 영적 지도력 행사가 가능하다"고 했다.
또 윤 박사는 "개 교회주의를 극복하고 교회연합을 이뤄내야 한다"면서 "단합된 목소리가 나오지 못하니 말씀에 기반 된 메시지를 정부 정책에 반영시킬 수가 없었다"고 했다. 더불어 "과거 북한 당국이 대북지원 단체들을 상호 분열시키면서 교묘하게 활용했는데, 교회와 NGO, 사회단체, 정부 간 보다 효과적 대북협력을 위한 정보교환 및 조정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덧붙여 그는 "한국에 살고 있는 3만 여 명의 탈북민들에 깊은 관심과 사랑을 나눠야 한다"고 말하고, "그럴 때 사랑의 역량이 커져 북한 주민 모두를 품어 안는 통일을 감당할 수 있다"고 했다. 때문에 "한국교회가 탈북민 지원을 강화하고, 이들에 대한 선교 및 지원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제대로 이뤄져야 통일 후에도 성공적 선교가 가능할 것"이라 했다.
한편 하나반도의료연합 행사에서는 주도홍 박사의 강연 외에도 유숙자 가톨릭대 간호대학 명예교수와 이수구 전 대한치과의사협회장, 대학연합교회 김형민 목사 등이 "통일역군에게 고함"이란 제목으로 발표했으며, 탈북민들과 함께 "통일 준비 무엇을 어떻게 하나?"란 주제로 패널 토의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더불어 '통일역군 선서'와 축하 공연의 시간이 마련되기도 했다.
청년 쥬빌리의 청년통일 컨퍼런스에서는 윤영관 교수의 주제발표 외에도 허남일 목사(한사랑교회)가 "탈북민 양육과 북한교회 재건"이란 주제발표를 했으며, "통일, 완성을 위한 시작"(이정현) "통일세대와 북한선교"(강디모데) "통일마중 나가다 통일가정 이루다"(가찬미) 등의 '청년 TED 강연'도 있었다. 또 출연진이 함께 하는 '토크마당'과 북한음식 체험전도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