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국제] 세계 최대의 이슬람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중국계 기독교인으로 첫 재선에 도전했던 바수끼 짜하야 뿌르나마(일명 아혹) 현 자카르타 주지사의 도전이 실패로 돌아갔다.
현지 유력지인 일간 꼼파스는 19일(현지시간) 실시된 자카르타 주지사 결선투표에서 극우 이슬람교계의 후원을 등에 업은 아니에스 바스웨단 전 고등교육부 장관이 58%의 득표로 42% 득표에 그친 아혹 현 주지사를 누르고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인도네시아서베이연구소(LSI)와 사이풀 무자니 리서치앤컨설팅(SMRC) 등 여타 여론조사기관들이 집계한 결과도 크게 차이가 없었다.
이에 아니에스 전 장관은 승리 연설을 통해 "이제 우리는 새 장을 열고 이 도시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가기 위해 함께 일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아혹 주지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패배를 인정하고 "남은 임기 6개월간 지금껏 추진해 온 각종 사업을 최대한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다.
자카르타 총선거위원회(KPU 자카르타)가 집계하는 공식 개표 결과는 다음달 초에 발표된다.
아혹 주지사는 작년 초까지만 해도 지지율이 59%에 이르러 재선이 확실시됐다. 하지만 같은 해 9월 그가 가볍게 했던 '유대인과 기독교도를 지도자로 삼아선 안 된다'는 꾸란의 내용을 인용한 발언이 조작된 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유포되면서 급기야 이슬람 경전 '꾸란을 모독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지지율이 급락했다.
이슬람 강경파들은 이를 빌미 삼아 작년 하반기부터 자카르타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거듭 열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했고, 경쟁 후보들도 비이슬람교도와 중국계에 대한 반감을 부추기면서 심각한 사회적 불안이 초래됐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아혹 주지사의 패배로 인도네시아 이슬람교도 사회의 과격화 추세가 더욱 뚜렷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편,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아혹 주지사가 재선에 실패하면서 2019년 차기 대선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자카르타 주지사는 대권 도전의 디딤돌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정치권에서는 아니에스 전 장관의 후견인 격인 프라보워 총재가 이번 승리를 바탕으로 대선에 출마해 재선에 도전하는 조코위 대통령과 맞붙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