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당시 ‘보수 정통’이었던 종교 지도자들을 향해 ‘독사의 자식들’이라 욕했고 회칠한 무덤 같다고 비난했으며 성전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의 상을 뒤집어 엎는 행패(?)를 부렸는데, 김용민은 그런 예수님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대광고 교목 출신으로 ‘강의석 사태’를 주도한 류상태 씨가 지난 4.11 총선 당시 논란이 됐던 ‘김용민 막말’을 두고 한 말이다. 김용민 씨가 한국교회를 향해 “일종의 범죄집단이며 척결대상”이라고 한 것을 옹호하면서다.
류 씨의 말은 한 마디로 “예수님도 그랬는데 김용민의 막말이 뭐가 문제냐”는 것이다. 이에 “예수님도 음담패설을 했을 거고 험한 막말도 했을 거라고 성서학자들은 말한다”고 류 씨를 거드는 이가 있는가 하면 “권력을 버리신 분이 위선에 찌든 바리새인들에게 독사의 새끼들이라고 한 것과, 더러운 권력을 탐하는 자가 여성의 성기를 빗댄 비속어로 막말하는 것이 어떻게 같은가”라고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다.
그런데 예수님의 언행을 들어 소위 ‘막말’을 합리화하는 것은 비단 류 씨만의 행태는 아니다. 교회 개혁을 표방하는 세력들 중 일부가, 예수님의 성전 정화와 바리새인들을 향한 일갈을 근거로 자신들의 과격한 행동을 정당화하곤 했다. 막말 파문의 주인공인 김용민 씨가 최근 낙선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님이 할 욕은 하라신다”고 한 것도 이런 현상의 단면일 것이다.
그러나 신학자들은 “인간은 예수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예수와 인간을 동일선상에 놓고 둘의 언행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이야기다.
익명을 요구한 신학대 교수는 “김용민 씨의 말은 언론에 종사했고 어느 정도 사회에 영향력을 가진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며 “더군다나 그걸 예수님을 끌어다 합리화한다는 건 더더욱 잘못이다. 예수님의 거룩한 분노와 인간의 감정, 생각을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교회 개혁을 외치는 이들이 자주 거친 말들을 사용하는데 이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의 과격함이 예수님도 그리하셨다는 이유로 합리화될 순 없다”고 말했다.
횃불트리니티대학원대학교 신약학 김철해 교수도 “대전제는 인간은 예수님은 아니라는 것”이라며 “김용민 씨의 발언들은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예수님의 그것을 끌어다 비교할 수 있는 그런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얘기”라고 단정했다.
그러면서 그는 “예수님은 신적 권위를 가진 심판주로서 분명한 목표에 따라 그런 언행들을 하셨다. 여기에 어떻게 인간의 막말들을 갖다 붙일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총신대학교 전 역사신학 교수였던 심창섭 박사 역시 “인간은 예수가 될 수 없다. 신적 권위를 가지신 예수님과 인간은 차원부터가 다르다”고 인간의 말들을 예수님의 그것과 단순 비교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성결대 배본철 교수(교회사)는 “예수님께서 비판하시고 지적하셨던 당시의 종교지도자들은 크리스천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유대교의 지도자들이었을 뿐”이라며 “예수님은 그의 교회들을 향해서는 그런 언행을 보이신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배 교수는 “김용민 씨를 비롯한 일부의 진보, 혹은 개혁 세력들이 스스로 크리스천이면서도 교회를 향해 막말이라 할 수 있는 다소 과격한 말들을 쏟아내는 것은 다름 아닌 제살을 깎는 것이고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 꼴”이라며 “그것은 예수님께서 하셨던 말들의 정신과 전혀 다르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