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152석)을 차지하면서 끝났다. 그런데 이는 총선 당일까지만 해도 예측하기 어려웠던 결과였다. 사전 여론조사는 물론 방송사가 진행한 출구조사까지 민주통합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의 우세를 전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많은 사람들은 이 같은 차이를 두고 “넷심(Net-心)을 민심(民心)으로 착각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네티즌들 스스로도 이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상황이다. 넷심, 즉 소셜미디어(SNS)를 비롯한 각종 인터넷 매체를 통해 드러나는 ‘네티즌’들의 여론이 실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발표된 다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넷심’은 여당보다 야당을 향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야당의 승리를 예측하는 이들이 많았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처음으로 SNS를 통한 선거운동이 합법화된 것도 이런 흐름에 힘을 실어 주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결과는 반대였다. 이에 한 정치 전문가는 “민주통합당은 완벽하게 패했다. 그냥 패배도 아니고 완벽한 참패”라며 “무능했고, 민심을 전혀 읽지 못했다. 민심과 넷심은 달랐다. 넷심을 민심으로 착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 역시 “(총선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는) 마치 인터넷의 글들이 국민 다수의 생각인 듯 보였다”며 “그러나 이번 총선을 통해 넷심이 민심은 절대 아니며, 넷심은 여러 기준 중 하나일 뿐 이라는 게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사이버 세상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표현’의 문을 열어줬다. 네티즌들은 정치적 견해를 포함해 다양한 사회 이슈들에 의견을 표출하고 있고, 이는 자연스레 하나의 ‘힘’(Power)으로 작용하고 있다. 포털과 SNS 사용자가 수천만에 이르는 상황에서 정치인들을 비롯한 사회 유력 인사들이 이런 ‘넷심’을 무시하기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넷심’이 ‘민심’을 모두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인터넷 사용자가 아직은 판단이 미숙한 젊은 층들이고, 몇몇 ‘골수’ 네티즌들의 ‘몰아가기’로 여론이 호도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 때문이다.
“교회가 SNS 못해서 비난받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교회에선 어떨까. 최근 ‘SNS 열풍’이 일면서 교회에도 ‘스마트 목회’ ‘앱(App) 처치’ 등의 단어들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유명 목회자들도 앞다퉈 SNS로 진출했다. 관련 세미나들 역시 수 차례 개최됐었다. 하나같이 “또 하나의 선교 영역” “앞서 가는 목회” 등을 표방하고 있다.
물론 오늘날 ‘넷선교’(인터넷 선교)가 필요하고, 교회가 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처럼, 넷심이 곧 민심의 전부인 양 착각해 교회 본질을 망각하고 인터넷에만 매달리는 ‘주객전도’의 우를 범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주도홍 교수(장신대 예배설교학)는 “트위터 예배는 신학적으로 예배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트위터로 예배드린다는 것은 원칙적으로는 불가한 것”이라고 SNS의 신학적 문제점도 밝힌 바 있다.
한 목회자는 “기독교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가 좋지 못한데, 여기에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소위 ‘안티 기독교’가 크게 영향을 미쳤다”며 “그러면서 교회가 일종의 열등감에서 비롯된, 혹은 비위 맞추기식 대응으로 인터넷 선교에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일부를 제외하고 건강한 대부분의 교회들은 지역과 소통하며 주민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교회에 대한 이들 주민들의 반응은 인터넷의 그것과 여러 부분에서 다르다. 교회가 인터넷의 반응을 확대 해석해선 안 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스마트 목회’의 선교적 효용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백석대 선교학 이정순 교수는 “한국교회 부흥의 주역이었던 신앙의 선배들이 그 어떤 말로 복음을 증거한 것이 아니다. 이들은 말이 아닌 삶으로 복음을 외쳤다”며 “SNS 등 때로 인터넷을 활용한 선교가 필요하지만 그게 선교의 핵심일 순 없다. SNS를 하지 못해 교회가 비난을 받거나 복음이 전해지지 못하는 게 아니다. 교회가 복음을 삶으로 증거해 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