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짧은 교회역사에 비해 세계선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교회로 알려져 있으나, 선교의 실상은 교파주의와 개교회주의 선교를 넘어서지 못하기 때문에 국내와 해외 지역에 많은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교회들의 연합과 일치를 통해 선교현장에서 협력선교를 추구하는 에큐메니칼 운동은 그 어느 곳 보다 한국교회에 필요한 신학이며 원리이다."
[기독일보 홍은혜 기자] 예장통합 총회 에큐메니칼위원회(위원장 최기학 목사, 이하 위원회)가 17일 낮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제101회기 에큐메니칼 정책세미나'를 개최한 가운데, 주제 강사로는 한국일 교수(장신대 선교학)가 나서서 "에큐메니칼 협력선교 패러다임 모색"이란 주제로 강연을 전했다. 그는 강연을 통해 현 한국교회에 에큐메니칼 운동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국일 교수는 먼저 에큐메니칼 운동에 대해 "세계교회들이 교회 일치과 연합운동으로 출발해 선교, 봉사, 신학을 중심으로 공동의 증언과 사회적 증언을 추구하는 교회들의 신앙운동"이라 설명하고, "에큐메니칼 연합과 협력은 개 교회나 교파의 범위를 넘어서야만 하나님 나라를 광범위하게 선포하고 실천하게 된다"면서 "이것을 위해 온 세계에 온 교회가 온 복음을 선포하고 실천하는 연합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 한 교수는 에큐메니칼 운동이 ▶선교와 봉사, 신학의 세 차원에서 협력이 필요하고, ▶복음을 세상에 증거 할 때 세계교회들의 협력을 통해 '공동의 증언' 방식으로 수행한다면, 봉사는 복음을 '사회적 증언'의 방식으로 실천하는 운동으로 되어져야 하며 ▶세상에 세워진 다양한 교회의 역사와 예전, 전통의 만남을 통해 복음과 하나님 나라의 모습을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면서 "현재의 기구중심의 활동으로부터 모든 지역교회의 호응을 얻고 에큐메니칼 정신을 지역교회 목회와 선교에 구현할 수 있는 교회에 기반한 형태로 발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큐메니칼 운동과 한국교회의 해외·국내 선교
근대 에큐메니칼 운동은 세계 선교운동에서 시작됐다. 선교현장에서 직면한 경쟁적 선교와 선교사의 교파적 배경으로 인한 대립과 갈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10년 에딘버러에서 선교사 대표들이 대화를 개최하고 서로 협력해 세계선교의 과제를 함께 수행할 것을 다짐한 것이 그것이다. 한 교수는 "현재 한국교회 선교 상황은 100년 전인 1910년 영국 에딘버러에서 최초로 에큐메니칼 선교대회를 개최한 상황과 유사하다"면서 "이제 한국교회가 에큐메니칼 정신으로 거듭날 때가 됐다"고 했다.
이어 한 교수는 “에큐메니칼 운동이 전 세계교회들이 세계적·지역적 차원으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밝히고, 특별히 "한국교회는 국내적으로 교회의 침체와 저성장의 문제를 비롯해 추락한 사회적 공신력 강화와 세계교회와 책임적 연대, 건전한 선교신학과 정책수립, 다원주의, 타종교와의 관계, 동성애, 이주노동자, 평화통일 같은 사회적으로 민감하나 중요한 주제에 대한 신학뿐 아니라 지역교회들이 수용하고 실천할 수 있는 실제적 지침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외 선교와 관련, 한 교수는 "21세기 전 세계에 교회가 세워진 범세계 교회 상황이기 때문에, 현지교회와의 협력선교가 필수적이며, 협력선교를 지향하는 상황에서 오늘의 선교사 개념은 실제적으로 선교동역자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 그는 "아직 국내와 해외선교가 구시대적, 제국주의적 형태에 머물고 있으나, 희망적인 것은 국내와 해외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고 시대에 적합한 협력선교를 추구하며 노력하는 교회와 목회자, 선교사들이 있다는 사실"이라 덧붙였다.
국내 선교에 대해서는 "에큐메니칼 운동이 더 이상 교회의 참여가 배제되거나 약화된 기구중심의 사회참여 활동이나, 소수의 신학자나 실천 전문가들에 머물러서는 희망이 없다"고 지적하고, "한국과 같은 지역교회가 중심인 환경에서 지역교회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에큐메니칼 운동은 발전하지 못한다"고 했다. 때문에 그는 새로운 목회·선교의 모델을 만들어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정책을 세우고, 공적 책임과 평신도 신학을 지향하며, 지역교회도 참여하는 신학정립과 실천력을 위한 리더십 함양 등이 한국교회 시급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한국교회에서 에큐메니칼 운동 실현하기
한국일 교수는 "교파주의와 개교회주의 특징을 가진 한국교회에서 에큐메니칼 운동과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적어도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했다. ▶에큐메니칼 운동과 신학이 주는 유익함, 그것을 한국교회에 실현하기 위해서 에큐메니칼 신학이 사회적 차원을 담보하면서도 친교회적이어야 한다 ▶좋은 신학을 실현할 수 있는 에큐메니칼 구조가 있어야 한다. 세계교회와 연대하는 총회로부터 지역교회에 이르기까지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구조가 형성되어야 한다 ▶아직 에큐메니칼 구조가 형성되어 있지 않더라도, 한국교회 상황에서는 먼저 세계와 연대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선교적 목회를 감행하는 선구자적 목회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때문에 한 교수는 ▶개 교회를 중심에 두고 있는 한국 상황에서 지역교회를 지원하고 강화하는 에큐메니칼 운동과 신학이 필요하다 ▶사회참여와 하나님 나라의 실현을 위해 지역교회의 한계를 극복하고, 모든 지교회의 선교적 역량을 집결해 실천하는 총회와 연합기관의 참여가 필요하다 ▶세계교회->총회->노회와 지역교회 순으로 에큐미니칼 구조가 연결되어야 한다 ▶한국의 지역교회 목회자와 선교사들의 활동을 에큐메니칼 차원에서 연구하고 설명하며 이론으로 지지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더불어 한 교수는 "지역교회 사역을 에큐메니칼 신학으로 정립하는 모델을 지역교회->신학화->총회 정책과 세계교회와 연대하는 이론과 모델로 제시할 수 있다"고 말하고, "총회 안에 각 영역에서 전문가로 활동하는 평신도들과 목회자, 신학자들로 전문위원회를 구성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그는 "에큐메니칼 신학이 복음적이며 에큐메니칼이어야 한다"고 말하고, ▶차세대 에큐메니칼 지도자 양성을 위한 신학교육과 다차원적 지원의 필요하다 ▶에큐메니칼 운동과 지교회의 긴밀한 협력을 실현하기 위해 '선교적 교회' 운동이 필요하다 ▶세계를 위한 중보기도가 필요하다고 이야기 했다.
한편 행사에서는 한국일 교수의 주제강연 외에도 "인도네시아 협력선교 모델 소개"(이규대) "영등포노회의 삼자간 협력선교 모델"(고일호) "평양노회의 협력선교 모델"(최창덕) 등의 사례발표 시간도 마련됐다. 행사 전 여는 예배는 손윤탁 목사(서기)가 인도했으며, 최기학 목사(총회 부총회장)가 설교했다. 행사 후에는 질의응답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