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홍은혜 기자] 과거 종교시설 내 성폭력은 밖으로 알리기 꺼려지는 '금기'였다. 시대가 바뀌어서일까. 이제 목회자 등 종교인들의 성폭력 사건이 심심찮게 언론 등을 통해 보도되고, 이에 대한 회개와 극복방안을 찾는 모임들이 계속해서 열리고 있다. 22일에는 우연찮게 동시에 두 곳에서 종교인(목회자) 성폭력 범죄를 주제로 토론회와 집담회가 열려 이목을 끌었다.
먼저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는 국회의원 남인순, 권미혁 의원실과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기독법률가회 등의 공동주최로 "늘어나는 종교인 성폭력 범죄,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최근 기윤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공받은 2010년~2016년 11월까지의 자료를 토대로, 전문직 성범죄 가운데 '종교인'이 1위라는 충격적 소식을 전하면서 열린 모임이다.
한국염 목사(NCCK 부회장,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종교인 성폭력 실태와 과제 - 개신교 목회자 성폭력 사례를 중심으로"란 주제로 발표했는데, "교회 내 성폭력의 일반적 특징을 살펴보면 폭력가해자는 주로 목회자가 여성신도를 강간과 성추행을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면서 "교회 내 성폭력은 목회자와 신도 간 절대적인 위계관계 속에서 쉽게 일어나기 쉽다"고 이야기 했다.
이어 한 목사는 "교회 내 성폭력의 가장 큰 특징은 성서를 오용해서 이뤄지는데, 목회자가 자기 정욕을 위해 성서를 인용하고 자기 행위를 정당화시키는 수단으로 성서를 오용하고 있다"고 밝히고, 더불어 "교회 내 성폭력은 명백하게 성폭력이라고 판단할 수 없는 교묘한 장치를 통해 이뤄지며, 화간의 형태를 띤 강간의 형태로 이뤄진다"면서 발생이 용이하지만, 해결이 어렵다는 특징이 있음을 이야기했다.
피해자가 겪는 고통과 후유증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피해자들은 일반적인 강간 후유증 외에도 신앙적 혼란까지 겪게 된다. 한 목사는 "이제 목회자에 의한 여성 성폭력은 근친강간의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목회자와 신도라는 절대적 위계 하에서, 영혼의 아버지와 신앙의 자식이라는 관계에서 이뤄지는 만큼, 피해자들이 비록 성년이라 할지라도 목회자의 여신도 성폭력은 근친강간과 같은 범주에 넣어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한 목사는 먼저 가해자에 대한 엄격한 징계와 둘째로 성폭력 관련된 제 문제를 성직자와 신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폭력 피해자 권익을 옹호하는 교회법 제정 ▶교회법에 성폭력의 범죄규정과 성폭력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 제정, 성폭력 가해자 목회자는 무조건 파면 ▶교단의 성차별, 성폭력예방지침서 제작, 성폭력 문제 교회와 신학교에서 가르치기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한 목사는 ▶각 교단이 성윤리를 위한 목회자 자체 정화기구를 설치해 운영해야 한다 ▶각 교단은 성폭력 피해자 치유와 보호를 위한 시설을 설치, 운영하거나 후원해야 한다 ▶교회는 교회 내 행해지는 모든 성폭력의 진상을 규명하고, 성폭력 근절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여성차별을 조장하는 각 종교의 경전들과 남성중심의 신학들이 여성에 대한 폭력을 조장하는 근원이 되고 있다"면서 "성차별적 종교를 평등종교로 개혁하는, 신학의 개혁운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염 목사는 종교인 성폭력 문제가 단순한 여성 폭력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바로 잘못된 종교 자체의 문제라면서 "종교인 성폭력을 한 지도자의 일탈 문제로 삼을 것이 아니라, 그런 일탈을 가능케 한 종교의 성차별과 타락, 부패를 문제 삼고 이에 대한 반성 없이는 종교인들 성폭력은 근절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종교인 성폭력 문제는 성의 문제를 넘어선, 신학의 문제이며 종교 개혁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고 했다.
토론회에서는 한 목사의 발표 외에도 김병규 변호사(기독법률가회 사회위원회)가 "종교인의 성폭력 범죄의 가중처벌에 대한 검토"를 주제로 발표했으며, 조성돈 교수(실천신대)의 사회로 발제자와 신희영 검사(법무부 검찰국) 최혜민 사무관(여성가족부 권익정책과) 등과 함께 종합토론의 시간도 마련됐다. 남인순 의원(더민주당, 국회 여성가족위원장)과 권미혁 의원(더민주 비례대표)은 인사말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오후 4~6시 기독교회관에서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양성평등위원회(위원장 이문숙 목사) 주최로 '성 정의(Gender Justice) 실현을 위한 이야기 마당'이 열렸다. "교회 안팎, 성차별문화를 생각한다: 도대체 ‘미스 박’이라고 한 게 뭔 문제냐구요?"란 주제로 열린 이번 이야기 마당에는 이문숙 목사의 사회로 김희은 선생(여성사회교육위원장), 박해린 전도사(한신대) 이명순 장로(여신도회 전국연합회장), 허준혁 목사(들꽃향린교회 부목사) 등이 이야기 손님으로 초대됐다.
특별히 발제자 따로 없이 자신들 현장에서의 상황을 이야기 하는 것으로 진행 된 이야기 마당에서, 이명순 장로는 최근 사회봉사활동을 활발히 해 와서 교계와 사회에서 큰 존경을 받았던 목회자가 성폭력 사건으로 말미암아 추락한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또 박해린 전도사는 교내 성희롱 등의 성폭력 사례와 데이트 폭력 등을 이야기 했으며, 김희은 선생은 각 사례에 대한 분석과 어떤 대처 방안이 있는지 등을 세밀하게 제시하고 가르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