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가슴 속에는 그 분의 심장이 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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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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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도너패밀리(뇌사장기기증인 유가족)의 밤 진행
나비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도너패밀리의 밤 참석자들의 모습.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기독일보 이나래 기자]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하 본부)는 12월 4일 일요일 오후 4시, 서울시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더 플라자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도너패밀리(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연말모임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본부가 주최하고 한화생명이 후원하는 본 행사는 생명을 나누고 떠난 가족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지는 연말, 뇌사 장기기증인 가족들을 한 자리에 모시고 감사와 위로를 나누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 참석한인원은 240 명으로 도너패밀리 162명, 신·췌장 동시이식인 및 심장이식인 19명 등이다.

"미국에서 생명 나눈 뇌사 장기기증인 故김유나 양, 심장이식인과 소통하다"

특히 이날 배우 소유진 씨가 재능기부로 사회를 맡아 눈길을 끌었다. 소 씨는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뇌사 장기기증인 故김유나 양에게 심장을 이식 받은 Maria의 편지를 낭독했다. 김 양은 지난 1월 21일, 미국 유학 중에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 판정을 받았으며 심장, 신장, 간장, 각막, 췌장 및 인체조직 등을 기증해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 27명의 환우들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 이들 중 심장을 이식 받은 Maria는 30대 여성으로 소아과 의사이다. 마리아는 편지를 통해 "2007년 1월, 저는 심장비대증을 진단받고 심장펌프에 의지하며 생활했어요. 하지만 올해, 유나 양의 심장을 이식 받고 그 누구보다도 활동적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6km를 혼자 걸었어요."라며 김 양과 김 양의 부모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국내에서는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 간의 교류 및 정보교환을 금지하고 있어 서로를 알 수 없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관련기관의 중재 하에 이식인과 기증인 유가족이 서신을 통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시일이 지나면 만나는 일까지도 가능하다.

"우리 아들을 떠나보낸 날, 많은 사람들이 우리 아들을 기억해주셔서 감사해요"

이날 행사에는 뇌사 장기기증인 故김기석 군의 아버지 김태현 씨도 참석했다. 기석 군은 지난 2011년 12월, 갑작스러운 두통을 호소하다 뇌출혈로 쓰러져 뇌사 판정을 받았다. 아들 기석 군의 장기기증을 결심한 아버지 김태현 씨는 "12월 4일, 오늘이 바로 우리 아들 기일이에요. 비록 아들은 제 곁에 없지만 우리 아들을 기억해주기 위해 모인 많은 분들이 계셔서 정말 감사해요."라고 소감을 전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뇌사 장기기증인 고 故이종훈 씨의 어머니 장부순 씨도 참석했다. 2011년 1월, 뇌사 판정을 받은 아들 이종훈 씨의 장기기증을 결심한 장 씨는 현재 도너패밀리 부회장직을 역임할 정도로 생명나눔운동에 적극적이다. 장 씨는 "아들의 장기기증에 대한 자긍심을 느껴요. 타인의 생명을 연장해준다는 기쁨이 무엇인지 알기에 오늘 이 자리가 너무나도 감사해요"라며 참석 소감을 밝혀주었다.

"제게 심장을 기증해준 기증인의 사랑을 늘 제 가슴에 품고 살아요"

국내에서 심장을 이식 받은 서혜영(여·20)씨의 편지낭독도 이어졌다. 서 씨는 선천성 심장기형으로 심장병을 앓다가 지난 2009년, 생면부지의 뇌사자로부터 기적적으로 심장을 이식 받았다. 서 씨는 "저는 14살에 심장이식수술을 받았습니다. 이식을 받기 전에는 또래 친구들처럼 공부하며 뛰어놀 수 없었고, 미래를 꿈꿀 수조차 없었어요. 심장이식을 통해 지금 이렇게 남들과 똑같은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 꿈만 같아요."라며 기증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한편 서 씨는 현재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며 사회복지사로서의 미래를 꿈꾸고 있다. 그는 "당시 저에게 심장을 기증한 사람이 8살의 한 어린 남자아이라고 들었어요. 누군지 알 수는 없지만 저에게 꿈과 생명을 선물해준 기증인과 기증인의 가족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싶어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Never ending story' 장기기증, 끝나지 않는 아름다운 이야기"

한편 서 씨의 편지 낭독이 끝난 직후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무대 전면에 부착된 'Never ending story'라는 문구에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들과 이식인들이 순서대로 나와 색색의 나비를 부착해 하나의 작품을 완성했다. 생명 나눔을 상징하는 나비를 부착하며 도너패밀리와 이식인이 한 마음으로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했다. 마지막으로 샌드아트 최은준 작가와 소프라노 이진희, 테너 강신모가 함께 하는 '샌드아트 콜라보레이션' 공연이 이어졌다. 본부 박진탁 이사장은 행사를 앞두고 "먼저 떠나 보낸 가족이 가장 그리워지는 연말, 숭고한 결정으로 생명을 나눈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생명나눔을 실천한 뇌사 장기기증인들을 잊지 않고 예우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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