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홍은혜 기자] 지난 11월 12일 캐나다 (Canada)의 수도인 오타와 (Ottawa)에서는 70여명의 교민이 오타와 대학교 의과대학의 Roger Guindon Hall에 모여 시국토론및 시국선언모임을 가졌다.
현지 한 관계자는 "교민이 2천여명 남짓한 오타와로서는 많은 교민이 모인 모임이었다"고 밝히고, "모임은 그동안 밝혀진 박근혜 대통령과 그 측근들에 의해 자행된 헌법유린과 국정농단사건에 대한 소개를 시작으로 모임에 참석한 교민들의 자유발언시간으로 이어져 약 1시간 30분정도 진행됐다"면서 "이날 모임은 시국선언문을 아홉명의 교민이 한단락씩 낭독하며 모임을 마쳤다"고 전했다. 다음은 오타와 한인들의 시국선언문 전문이다.
[오타와 한인들의 시국선언] "이만육천칠백리를 잇는 함성"
한국의 자랑스러운 민주주의가 파괴되었고, 한국의 시민들이 신음하고 있다. 단 한 사람 때문이다. 우리 오타와의 한인들은 대통령 박근혜의 즉각 사퇴를 촉구한다.
이만육천칠백 리 떨어진 곳에 조국이 있다. 우리의 가족과 친구들이 살아가는 곳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사회가 탄생하고, 사회는 그 시민의 힘으로만 지속할 수 있다. 정치권력이란, 그 시민이 잠시 맡긴 고삐다. 고삐는 말을 대신할 수 없다. 어린아이가 달리는 말의 고삐를 잡아서는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는 썩은 고삐다. 대통령 박근혜는 그 썩은 고삐를 거머쥔 어린아이다. 그 썩은 권력이 시민의 생활을 위협하고 있다. 고삐를 잘라내고 바꿔야 한다.
'다양성 속의 조화', 우리가 사는 캐나다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다. 여기선 수많은 언어와 다양한 민족들이 하나 되어 조화롭게 살아간다. 그들이 하나 될 수 있는 것은 시민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의식, 그리고 당장은 완벽하지 않아도 이 공간에서는 시민의 인간다운 삶과 문화적 다양성이 존중된다는 신뢰 때문이다. 캐나다 수도에 사는 우리 한인들은, 한국이 캐나다와 더불어 민주주의, 인간 존엄, 그리고 복지를 향한 보편적 정의의 행진에 함께 하기를 고대해 왔다. 하지만 지금 고국에서 들려오는 부패와 불의의 소식들은, 그런 우리의 희망을 철저히 짓밟고, 조국의 모습을 자랑스러워 하던 우리 자녀들을 참담케 하고 있다.
부정직하고 무능한 지도자가 이끈 4년, 국정은 처참히 무너져 내렸다. 치열하게 쌓아온 민주주의는 속절없이 쇠락했고, 양극화는 심화되어 이제 중산층을 찾기 어렵다. 청년들은 희망조차 불가능한 현실에 좌절하고 국가를 원망할 지경에 이르렀으며, 교육시스템은 붕괴하고, 역사교육은 반지성주의자들에게 장악당해 국가의 정체성마저 흔들고 있다. 이런 왜곡의 길에 거대 종교들은 부끄러움을 모르고 동참해 왔으며, 검찰과 경찰, 그리고 언론은 단 한 명 권력자의 눈치를 보며 시민 모두를 농단해 왔다. 세월호 참사는 권력이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증거다.
통제되지 않은 정치권력이 부패하지 않은 적은 없다. 오직 시민의 견제와 감시만이 그 부패를 거스를 수 있을 뿐이다. 조선 민중이 보여준 동학농민혁명의 분노는, 일제에 죽음으로 저항한 3.1운동으로, 이승만 독재정권에 맞선 4·19혁명으로, 그리고 군부독재에 온몸으로 항거한 5.18 광주민중항쟁으로 언제나 우리 핏 속에 흐르고 있다. 그 장구한 흐름이 다시 광장에 모인 수십만의 뜻으로 나타났다. 썩은 권력을 제자리로 돌린 동력은 언제나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결집에서 나왔다. 광장에 모인 수십만의 함성은 다시 고삐에 불과한 권력이 썩었음을 알리는 시민의 준엄한 꾸짖음이다. 그 썩은 권력이 교체되기 전까지 결코 수그러들지 않을 의지다.
한국은 오직 시민의 저력으로 동아시아에서 가장 안정적인 민주화를 이뤄냈다. 오로지 시민의 희생으로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었다. 우리 오타와 한인들의 이주 역사도 바로 그 시민의 힘에 기대고 있다. 이만육천칠백 리 떨어진 곳에 살아도, 단 한 번도 그 시민의 감동적인 힘을 잊은 적 없고, 우리 조국의 번영을 염원하지 않은 적 없다. 그 바람은 오만과 탐욕으로 권력을 사유화한 대통령과 그 측근들로 인해 무너지고 있다. 민주사회의 권력은 결코 사유화되어서는 안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가 아니다. 근대국가에서 최고 권력자의 부재는 국가의 부재가 아니며, 시민이 존재하는 한 우리의 조국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국격은 대통령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국격은 오로지 시민의 숭고한 의지에서 나온다. 부패와 무능으로 국가의 오늘과 내일을 망치고, 세계에 웃음거리가 된 지도자는 국가를 대표할 자격도, 국격을 입에 담을 자격도 없다. 이미 오천만 국민과 칠백만 재외동포는 씻을 수 없는 수치심에 떨고 있다. 오직 정의를 살리고자 촛불을 들고 행진하는 한국의 시민들, 어린 중학생, 평범한 가족들, 그리고 지팡이를 짚고 걷는 노인의 용기 있는 저항만이 우리의 자랑스러운 국격일 뿐이다. 광장에 켜진 촛불에 우리는 감격 어린 지지와 성원을 보낸다. 대한민국의 국격은 오로지 정의로운 시민들에 의해서만 지켜져 왔고, 지켜질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결단을 촉구한다. 대통령은 모든 권력을 내려놓고 즉각 사퇴하라. 대통령은 국가가 아니다. 일상의 여유를 즐겨야 할 수십만의 시민이 광장에 운집해 외쳤다. 대통령은 결심해야 한다. 모든 권력을 내려놓고, 가장 효율적으로 국정의 공백을 메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스스로 답하려 하지 말고 국회와 시민에게 물어야 한다. 그것이 지금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전부다. 국가를 사랑한다면 당장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 국가는 책임 있는 시민들이 다시 안전하고 건강하게 이끌어 갈 것이다.
이만육천칠백 리 떨어진 곳에 조국이 있다. 그곳엔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다. 박근혜와 그 측근들의 끔찍한 국정 훼손은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의 안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우리 오타와의 한인들은 다시 한번 대통령 박근혜의 결단을 촉구한다. 즉시 모든 권력을 시민들에게 반납하고, 권력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한다. 더 이상 시민들이 단 한 사람의 고집으로 고통받지 않게 하라. 우리는 확신한다.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은 박근혜 대통령이 없어도 꿋꿋이 전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