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나눔으로 한 가족이 된 사람들의 축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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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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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나누며 하늘나라로 떠난 뇌사 장기기증인의 얼굴이 그려져 있는 생명의 벽 앞에 서 있는 가족.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Save9, 뇌사시 장기기증으로 9명의 생명을 구하자’

[기독일보 이나래 기자] 9월 9일은 장기기증의 날이다. 뇌사시 장기기증으로 최대 9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뜻을 담아 매년 9월 9일을 장기기증의 날로 정해 지켜오고 있다. 특별히 올해는 20번째 장기기증의 날을 맞이했다.

20회 장기기증의 날 기념으로 ‘생명나눔의 벽’ 제막식 진행돼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9월 9일 장기기증의 날을 맞아 오전 10시부터 청계천 광통교 하부공간에서 생명을 살린 기증인들의 초상화를 전시한 ‘생명나눔의 벽’ 제막식이 진행됐다.

‘Never Ending Story’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20번째 장기기증의 날에는 지난 1월, 미국에서 뇌사 장기기증을 실천해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지의 환자들에게 생명을 나눈 김유나 양을 비롯한 12명의 뇌사 장기기증인 초상화와 국내 최초 순수 신장기증인인 박진탁 목사를 비롯한 8명의 생존시 신장, 간 기증인의 초상화가 전시됐다. 이번 전시회가 특별한 점은 일반적인 초상화가 아닌 그동안 국민들이 기증인에게 보내 준 감사와 응원의 글로 완성된 캘리그라피 초상화가 전시된다는 점이다. 이번 전시회를 위해 지난 8월 16일부터 이산 씨, 이상현 씨 등 유명 캘리그라피스트 20명이 재능기부로 초상화 제작에 참여했다.

초상화와 함께 지난 9월 3일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들이 30여명이 한 자리에 모여 만든 작품도 전시됐다. 장기기증을 의미하는 초록리본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난 기증인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담은 벽이 함께 설치됐다.

9일 장기기증의 날 기념식은 오전 10시 서울특별시와 본부 관계자의 인사말로 시작됐고, 장기기증인들의 초상화가 전시된 생명나눔의 벽 제막식과 함께 장기기증인들의 사연 소개 및 국민들이 보낸 감사의 글을 낭독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추석을 앞두고 가족이 가장 생각나는 시기, 장기기증으로 한가족이 된 사람들 모여

추석 연휴를 앞 둔 9일, 장기기증으로 한 가족이 된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생존시 신장, 간 기증인 및 이식인 등이 한 자리에 모여 9월 9일 장기기증의 날을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전시회 현장에는 국내 최초로 부부가 모두 타인에게 신장을 기증한 권재만(84세)·김교순(79세) 부부, 남편은 신장과 간을 기증하고, 아내는 신장을 기증한 김근묵(67세)·이경희(65세) 부부, 국내에서 최초로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중 타인을 위해 신장을 기증한 김충효 씨(47세), 타인을 위해 신장과 간을 모두 기증한 30대 남성 조시운 씨(33세)가 참석했다.

1996년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박성주 씨에게 자신의 신장을 기증한 이경희 씨는 “신장기증을 통해 또 하나의 가족이 생겼다”며 “나의 신장 하나를 기증받은 성주와 20년째 연락을 하며 엄마와 아들처럼 지내고 있다.”는 소감을 전했다. 또한 지난 2014년 크리스마스이브에 자신의 신장 하나를 타인에게 기증한 김충효 씨는 “2013년 뇌사 장기기증을 한 아내의 사랑을 본받고자 1년 뒤 신장을 기증했다”며 “장기기증은 가족들에게 아름다운 유산을 남기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 뿐 아니라 지난 6월 20일, 6개월 영아를 위해 자신의 간의 일부를 기증하며 최연소 신장․간 기증인이 된 조시운 씨는 “어린 아이가 건강하기만을 바라는 마음에서 또 한 번의 기증을 실천했다”며 “살아서 기증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많은 분들이 9월 9일 하루만이라도 장기기증에 대해 생각해보고 서약에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생존시 장기기증인 이외에도 뇌사 장기기증인의 유가족들도 이날 전시회에 참석했다. 지난 2002년부터 2011년까지 자녀나 배우자를 떠나보내며 장기기증을 결정한 유가족들이 참석해 가족들의 초상화 감상과 함께 네티즌들이 보낸 감사의 글을 읽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2010년 24살이었던 아들을 떠나보내며 장기기증의 결정한 어머니 김선희 씨는 “가족들이 다함께 모이는 추석 같은 명절이 되면 하늘나라로 떠난 아들이 가장 생각나다”며 “아들의 대한 그리움이 깊은 이 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아들을 기억하고 보내준 감사의 글을 읽으니 가슴이 벅차다”는 소감을 전했다.

생명의 벽에 전시된 초상화 앞에 선 부부 신장기증인 김근묵, 이경희 부부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장기기증인 뿐 아니라 이들에게서 장기를 이식받고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는 이들도 참여햇다. 심장을 이식받은 이동규 씨, 신장․췌장을 동시에 이식받은 송범식 씨 등 4명의 이식인이 건강한 모습으로 참석해 장기기증인과 그 가족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지난 2004년 심장을 이식받고 새로운 삶을 선물 받은 이동규 씨(29세)는 “기증인의 사랑에 감사하며 어렵고 소외된 이웃들을 돕는 삶을 살아가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열악한 장기기증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 개선 등이 필요

이번 전시회는 생명을 나눈 장기기증인을 기억하고, 예우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 열악한 국내 장기기증 문화를 활성화시키고자 마련되었다. 해외 장기기증 선진국처럼 뇌사 장기기증인들과 생존 시 장기기증인들의 숭고한 사랑이 칭찬받고, 유가족들의 결정을 격려하는 문화를 만들고자 이번 전시회가 진행됏다. 국내 뇌사 장기기증률은 인구 100만명 당 9명으로 스페인(36명), 미국(27명), 이탈리아(23.1명), 영국(20.4명) 비해서는 현저히 낮은 수준이고, 세상을 떠날 때에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약속한 장기기증 희망 서약자도 국민의 2.5% 정도로 미국 48%, 영국 32%에 비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장기를 기증한 이들을 예우하기 위한 국가적인 사후 관리 프로그램도 체계적이지 못해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박진탁 이사장은 “이번 장기기증의 날을 기점으로 많은 국민들이 장기기증의 숭고한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며 “또한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한 정책들이 수립되어 장기기증이 선진국 수준으로 발돋움 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한편 지난 8일 오전, 본부는 장기기증의 날을 맞아 노원구와 함께 제 2회 ‘장기기증의 날 기념식’을 진행했다. 이날 기념식을 통해 본부는 노원구 관내 뇌사 장기기증인 가족, 장기기증 참의미를 알린 기증인을 초청해 구청장 표창을 수여했다. 또한 기념식 이후 9월9일 장기기증의 날을 알리기 위하여 노원역사에서 노원구 자원봉사 단체, 학생들과 함께 장기기증 홍보 캠페인을 진행해 구민들에게 장기기증의 소중한 가치를 알렸다. 지난 2012년, 본부를 통해 장기기증을 서약한 김성환 노원구청장은 이날 “지자체가 앞장서 생명나눔 운동에 앞장서는 문화를 만들겠다” 며 “장기기증의 날이 더욱더 의미 있는 날이 될 수 있도록 힘껏 돕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정도열 노원구의회장과 노원구 합창단 ‘소리사랑’ 등 노원구민 140명이 장기기증 서약에 동참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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