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안 가는 ‘놀토’, 교회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

교육·학술·종교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감리교, 교회학교 교사들 대상 세미나 개최
▲ 교회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전일제 놀토 세미나’가 선한목자교회에서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한국보다 앞서 ‘놀토’(노는 토요일)를 시행했던 미국에서, 오늘날 현지 교회들이 ‘We are losing’(우리가 지고 있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시간이 많아진 아이들이 교회가 아닌 세상으로 향하고 있는 것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다. 10~20년 후 한국교회 역시 이 말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기독교대한감리회 교육국은 12일 성남 선한목자교회(담임 유기성 목사)에서 ‘전일제 놀토 세미나’를 개최했다. 감리교를 비롯한 각 교단 교회학교 교사들 100여 명이 참석했다. 당초 예상보다 2배 이상 많은 숫자였다. 세미나는 13일까지 계속되고 있다.

첫날 전체강의에선 오랜 기간 미국에서 목회하다 최근 서울 목동 한사랑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황성수 목사가 ‘놀토프로그램 준비 방향’을 제목으로, 한국교회가 어떻게 ‘놀토’에 대비해야 할 지 강의했다.

▲ 황성수 목사가 강연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황 목사는 우선 미국이 이미 오래 전부터 시행했던 ‘놀토’를 최근 한국이 시행한 것에 대해 다소 회의적 반응을 나타냈다. 미국이 이 제도를 실시했던 목적이 아이들의 성적 향상과 가족의 화목이었지만 예상만큼 달성되지 못했고 오히려 ‘토요일 수업’의 긍정적인 면이 발견되기도 했다는 것.

특히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자주 ‘한국교육’의 우수성을 언급했음에도 한국은 되레 미국교육을 따라가는 듯한 인상을 준다고 그는 지적했다.

무엇보다 미국이 ‘놀토’를 만든 이후 현지 교회에서 교인들의 숫자가 급격히 줄었다고 황 목사는 설명했다. 황 목사는 “지금 미국은 쉬는 토요일을 ‘스포츠 데이’라 부를 만큼 아이들의 스포츠 활동을 권장하고 있다. 아이들이 야구와 축구 등 토요일 하루종일 운동에 매달린다”며 “이렇게 운동으로 지친 아이들은 다음 날 주일예배에 참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 뿐 아니다. 부모들 역시 운동 한 아이들을 ‘따라 다닌’ 영향으로 주일예배에 불참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만든 교회도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놀토’로 인해 나타난 부정적인 면들을 교회가 보완해 주면서 ‘놀토’를 또 다른 부흥의 기회로 삼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황 목사는 “미국이 ‘놀토’를 시행하면서 기대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가정의 화합과 화목이었다.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 자연히 가족간 유대가 높아질 것이라 예상했던 것”이라며 “그러나 결과는 반대였다.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보다 홀로 방치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러면서 이혼 등 가정 문제가 많이 나타났다”고 했다.

그는 “문제는 양보다 질이었지만 미국은 ‘놀토’로 가정이 함께하는 시간의 양만을 생각했다”면서 “어떻게 시간을 보낼 것인가, 하는 점은 고민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것을 교회가 해결해 주기 시작하면서 많은 가정들이 교회로 향했다”고 말했다.

황 목사는 “한국에서 ‘전면 주5일제 수업’이 시작됐고, 학교를 가지 않는 아이들의 시간이 늘어난 이상 한국교회는 그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많은 아이들이 교회 대신 세상으로 갈 수 있다. 그리고 그런 현상들이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국교회에서처럼 한국교회에도 ‘놀토’는 위기일 수 있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삼는 교회만이 새로운 부흥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체강의 앞서 열린 개회예배에서 감리교 중앙연회 총무 최재화 목사는 “‘놀토’로 인해 주말 레저와 스포츠 활동이 보편화 되면 우리 사회는 급속히 세속화될 것”이라며 “주5일제 수업은 한국교회에 새로운 목회를 요구하고 있다. 분명 위기이지만 하나님이 주신 또 다른 부흥의 기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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