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박용국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비정규직 문제가 핵심 사회문제 중 하나이며 중대한 선교과제임을 선언하면서 지난 해 11월 3일 출범시킨 “비정규직 대책 한국교회연대(이하, 비정규직연대)”의 대표 남재영 목사 등이 2016년 사순절기를 맞아 그 첫 주간을 동양시멘트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금식기도회로 시작한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회원교단들과 제반 단체들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신학적 성찰 토론회” (2015년 7월)와 “비정규직 이야기마당” (9월) 등을 개최하면서 “비정규직연대” 출범을 준비하였고, 지난 해 11월 첫 주간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기도문을 전국교회에 배포하고 동양시맨트, 콜트 콜텤 등의 농성 현장을 연대 방문하는 등의 활동을 계속해 왔다.
비정규직연대는 “우리사회의 노동인구 중 50%이상을 차지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상시적인 고용불안과 저임금, 온갖 차별 속에서 고통당하고 있다.”며 “친자본, 친성장 정책을 고수하는 정부와 정치권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인권을 향한 외침을 무시하여 왔고 교회도 예외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교회와 직간접으로 관련된 많은 기관들이 거리낌 없이 비규정규직을 고용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반성과 성찰 또한 미미하다는 것이다.
“이번 금식기도회 (2월 15-19일)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아픔을 외면하고 살아온 이기적인 과거에 대한 회개”이며 “고통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곁에서 눈물 흘리고 계신 예수 그리스도를 보지 못했던 무지한 신앙에 대한 참회”라고 밝힌 비정규직연대는 “아울러 오늘의 금식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본받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로하고 일으켜 세우는 일에 온 힘을 다하겠다는 결단이자 다짐”이라고 밝혔다.
비정규직연대는 향후 토론회, 이야기마당, 순회기도회 등을 통해 비정규직에 대한 인식전환운동에 앞장 설 계획을 밝히고, 비정규직 상담센타와 비정규직 현장 연대방문을 통하여 그들의 고통에 동참하고 대안적 사회경제를 제시하는 일에도 열심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히 올 11월에 발간되는 청장년 대상 노동인권교재를 통하여 노동과 경제와 관련한 성서적, 신학적 성찰을 더욱 심화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비정규직연대는 금식기도와 함께 “사순절을 맞이하며 한국교회에 드리는 호소문 -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은 한국교회가 겪게 될 고통입니다”를 발표했다. 그 전문은 아래와 같다.
[사순절을 맞이하며 한국교회에 드리는 호소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은 한국교회가 겪게 될 고통입니다”
예수께서 당한 고난과 그 속에 담긴 한없는 사랑을 되새기는 사순절기입니다. 주님의 고난이 억울함으로 눈물 흘리는 이들에게 큰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주님과 함께 아파하며 부르짖는 한국 교회의 기도가 탐욕과 불의의 장벽에 막혀 신음하는 모든 이들에게 희망이 되고 빛이 되어 마침내는 꽁꽁 얼어붙은 대지를 뚫고 생명의 기운이 파릇파릇 돋아나듯이 우리 사회도 불평등과 차별을 넘어 정의, 평화 생명의 세상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지금 한국사회는 좌표를 잃고 헤매고 있습니다. 마땅히 추구해야 할 건강한 가치들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져 버렸고 오직 자본의 축적만이 최고의 가치로 인정받게 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그렇게 우리는 스스로 만들어 놓은 자본의 노예가 된 채 고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에서 해방시켜 주신 사건은 “축적과 압제”에 대한 총체적인 거부였고 광야에서 베풀어주신 만나의 기적은 “상생”의 표징이었습니다. “축적과 압제”로부터의 해방을 선포하고 상생의 길로 인도해 주신 출애굽 사건은 기독교 신앙의 주춧돌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특별히 자본의 매서운 칼바람 앞에 흔들리는 촛불처럼 위태롭게 서 있는 이들이 있습니다. 같은 시간 동안 같은 일을 하고도 동료들에 비해 턱없이 낮은 임금을 받으며 차별받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입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은 채 매일 매일을 해고의 불안감 속에 살아갈 수밖에 없는 기가 막힌 인생이 있습니다. 평생을 일해 온 직장에서 하루아침에 해고당해도 말 한 마디 못하고 쫓겨나 길바닥에 나앉을 수밖에 없는 안타깝기 그지없는 삶이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목을 죄어 오는 차별의 장벽 앞에서 곡기를 끊어 보기도 하고, 수 십 미터 고공에 올라도 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무관심과 손가락질, 그리고 끝을 알 수 없는 절망뿐입니다. 온전한 인간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비참함과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스러움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한국교회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향해 손을 내밀어야 할 때입니다. 땀 흘리며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이 자랑스러운 부모로, 존경받는 가장으로, 사랑스런 형제와 자매로 바로 설 수 있도록 신앙인들이 저들 곁을 지키며 고통의 눈물을 닦아 주어야 할 때입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피조물이라면 누구라도 복된 삶을 살아야 마땅합니다. 이는 망루나 철탑 위에서 혹은 싸늘한 길바닥에서 잠자리를 깔고 버텨내야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라는 것을 세상에 선포하려 합니다. 우는 자와 함께 울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손을 꽉 붙잡고자 합니다. 언젠가는 모든 이들이 흘린 땀방울에 합당한 열매를 맺고, 열매 맺은 만큼 마음껏 누리는 희망찬 부활의 아침을 맞이하고야 말리라는 믿음으로 저들의 동행이 되고자 합니다. 이것이 바로 ‘지극히 작은 자 한 사람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 하신 주님의 뜻에 합당한 일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믿음의 형제자매 여러분, 노동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인 현실을 감안할 때 교인의 절반도 비정규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비정규직노동자들의 고통은 앞으로 한국교회가 겪어야 할 고통이기도 합니다. 이미 한국교회는 고통의 문턱에 진입했습니다. 교인들의 주일성수의 어려움, 교회생활에서 봉사와 헌신의 미온적인 태도 그리고 헌금의 감소로 인한 교회운영상의 어려움 등 한국교회 안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 현상들은 비정규직 문제와 직결되어 있습니다. 비정규직 문제는 한국교회가 자기 문제로 고백하고 앞장서서 감당해 가야 할 선교적 사명인 동시에 세상과 소통하며 건강한 성장을 계속할 수 있는 대안입니다. 그들의 절반이 교인들이기도 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불안정한 고용과 저임금이라고 하는 차별의 장벽에 가로막혀 절규하며 흘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눈물에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응답해 주시기를 간곡히 호소합니다.
2016년 사순절을 맞이하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비정규직대책한국교회연대는 거룩한 순례를 시작하려 합니다. 오늘의 금식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아픔을 외면하고 살아온 이기적인 과거에 대한 회개입니다. 오늘의 금식은 고통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곁에서 눈물 흘리고 계신 예수 그리스도를 보지 못했던 무지한 신앙에 대한 참회입니다. 오늘의 금식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본받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로하고 일으켜 세우는 일에 온 힘을 다하겠다는 결단이자 다짐입니다.
부활의 아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눈물이 걷히고 생명, 정의, 평화의 꽃이 활짝 피어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2016년 2월 15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비정규직대책 한국교회연대
공동대표 남재영 목사 최형묵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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