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계시' 성당·법당 훼손…한국교회 "잘못된 행위, 어처구니 없는 망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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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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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상과 불상 훼손한 60대, 한국교회연합·한국교회언론회 등 일제히 비판 성명
난동으로 어지럽혀진 개운사 법당 내부. ©진원 스님 페이스북

[기독일보 박용국 기자] "신의 계시"라며 한 60대 남성이 성당과 절에 들어가 집기를 부수는 난동을 부린 가운데, 한국교회가 이 사건에 대해 우려의 뜻을 밝히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지난 17일 밤 10시 P씨(64)는 김천시 황금동 천주교 황금성당에 들어가 성모마리아상 2개의 목을 돌로 쳐 부러뜨렸다. 당시 성당 내 사람이 없어서 성당 관계자는 마리아상의 파손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이어 P씨는 개운사에 들어가 불단에 있던 불상과 관세음보살상 등을 바닥에 내치고, 향로와 촛불, 목탁 등 법구를 부쉈다. 또 소란이 일어나자 급하게 법당에 당도한 진원 주지 스님에게 "마귀"라며 난동을 부렸다.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조일래 목사, 이하 한교연)은 20일 성명을 통해 "타종교에 대한 무례한 적대 행위 용납될 수 없다"고 밝히고, "그가 만일 진실한 기독교인이라면 이는 비록 한 개인의 그릇된 신념에서 비롯된 일탈 행동이라고 하나 타종교에 대한 무례이며 특히 '원수도 사랑하라'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비춰 볼 때 매우 잘못된 행위"라면서 "이런 일탈 행위가 거듭된다면 종국에는 성도들을 바르게 가르치지 못하고 실천하지 못한 모든 기독교 공동체에 그 책임이 전가될 수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더불어 한교연은 "기독교는 배타적 종교가 아니"라고 밝히고, "기독교인의 이 세상에서의 사명은 모든 피조물이 하나님의 창조 세상에서 차별없이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소통과 섬김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종교 대 종교가 아닌 인간과 인간으로서 타인에 대한 존중이 기독교 신앙에 있어 가장 기본임을 다시한번 상기시키면서, 더구나 다종교사회에서 이런 일탈된 행동이 사회적 종교간의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해 결국 기독교 선교에 엄청난 장애가 될 수 있음을 깨닫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유만석 목사)도 20일 논평을 통해 "한 마디로 어처구니없는 망동"이라 지적하고, "타 종교가 기독교를 해치지 않는데도 신의 계시와 종교적 신념을 빙자하여 타 종교의 시설물을 파괴하고 난동을 부리는 것은 건강한 신앙이 아니"라며 "기독교 교리와 신앙과는 너무 거리가 먼 것"이라 했다. 더불어 "종교적 신념의 명분으로 남의 재물을 손괴할 권한을 그 누구도 준 적이 없다"고 말하고, "타 종교가 범법 행위를 했을 때 치리하는 권한은 사법당국에 있는데 무슨 권리로 남의 종교 시설을 파괴하고 난동을 부리느냐"고 했다.

교회언론회는 "이런 명령의 신의 계시가 정말 내려졌다면 이는 기독교를 세상 사람들로부터 망신주고 왕따시키려는 사단의 궤계"라 지적하고, "사실 일부 종교인들의 개인 신념에 의한 행동이라도 이웃 종교에게 피해를 가져오고, 불쾌하게 하는 일에 대하여는 기독교 지도자들은 책망하고 경계하는 입장"이라며 "이 같은 해프닝이 간혹 발생하여 물의를 일으키는 것은 국민들을 불편하게 하고, 기독교 전체를 욕되게 하는 매우 잘못된 일"이라 지적했다.

한편 경찰은 19일 P씨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P씨는 자신이 개신교 신자라 밝히고, 김천 친척집에 들렀다가 '신의 계시'에 따라 성당과 법당을 훼손했다고 진술한 후, 나중에는 잘못했다며 선처를 바랬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P씨가 정신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다만 P씨는 전과 51범인 것으로 드러났다.

진원 스님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 계정에 난동이 벌어진 후 법당 내부 사진과 함께 몇 마디를 남겼다. 그는 "가슴아프고 안타까운 이런 테러를 올리는 것은 다종교 사회에 사는 우리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을 때 어떤일이 일어나는지 알리고 싶었다"고 말하고, P씨가 자신은 기독교인이며 절도 성당도 다 미신이고 우상이어서 없애고 불질러야 한다는 식으로 논리정연하게 주도적으로 말했다면서 "목사님들과 수녀님들과 일도 하고 교류도 많지만, 이런 돌출자들이 너무 많은 상처를 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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