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강정훈 교수] 사도 요한이 밧모섬에서 받은 계시는 역사의 종말에 있을 사건들에 대한 하나님의 자기현현, 즉 자기계시를 이른다. 우리나라에서는 <묵시록>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은근히 보여주는 글로서 비밀적인 성격을 나타내는 명칭이라 하겠다.
그리스도가 재림하기 전에 마지막까지 하나님을 모독하는 짐승의 표(666)를 받은 자들에 대한 대접재앙 일곱 가운데 이제 마지막 남은 재앙은 여섯째 재앙이다. 이 재앙은 그리스도가 재림하기 전 세상 마지막에 인류 최후의 결전을 초래한 아마겟돈 전쟁을 우리에게 보이고 있다.
■유프라테스강이 마르고…로마제국의 멸망
“여섯째 천사가 그 대접을 큰 강 유프라테스에 쏟으니, 강물이 말라 버려서, 해 돋는 곳에서 오는 왕들의 길이 마련되었습니다. ”(표준새번역 계16:12)
여섯째 대접재앙은 유프라테스강이 말라버리는 이변으로부터 시작된다. 유프라테스강은 서부아시아에서 가장 강(약 1,700마일)으로 이스라엘과 역사적으로 숙적인 앗시리아(Assyria)와 바빌론(Babylon)과의 국경을 이룬 강이다. 요한이 계시록을 기록할 즈음에는 팔레스타인이 로마제국의 속국이었으므로 이 강은 로마의 동쪽 국경으로 그 강 맞은편에는 유프라테스강에서 인도의 인더스강까지의 넓은 지역은 활솜씨가 뛰어난 팔디아인(Parthian)이 정복해서 차지하고 있었다.
‘강이 마른다’는 것은 이스라엘이 가나안을 들어갈 때 홍해와 요단강이 마른 것과 같이 하나님의 구원을 연상시키는 말이다. 여기서도 하나님의 택한 백성을 괴롭히는 로마를 멸망시키기 위해 “해 돋는 곳(동방)에서 오는 왕들의 길이 마련되었다”는 것이다.
로마를 멸망시킬 ‘동방의 왕들’은 그 당시 로마인들이 두려워하던 팔디아 왕들을 가리킨다. 요한 당시 로마에서는 죽은 네로황제가 살아나서 팔디아군을 거느리고 와서 로마를 멸망시킨다는 풍문이 널리 유포되고 있었다.
■세상 왕들을 현혹하여 마지막 일전을 선동하는 자들
“나는 또 용의 입과 짐승의 입과 거짓 예언자의 입에서, 개구리와 같이 생긴 더러운 영 셋이 나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귀신의 영으로서, 이적을 행하면서 온 세계의 왕들을 찾아 돌아다니는데, 그것은 전능하신 하나님의 큰 날에 일어날 전쟁에 대비하려고, 왕들을 모으려고 하는 것입니다.”(계16:13-14)
요한이 본 다음 환상은 용과 짐승과 거짓 선지자의 입에서 개구리와 같이 생긴 더러운 영이 나오는 것을 보았다.
용은 하늘에 있던 붉은 용으로 미가엘 천사에게 패하여 땅으로 추락한 사탄(12장)이며, 짐승은 용의 하수인인 마귀(13장)로서 거짓 선지자와 더불어 말세에 있을 적그리스도 세력을 상징한다.
9세기에 저술된 베아투스 리에바나의 요한계시록 주해서가 유명한데, 11세기에 삽화를 첨가하여 제작한 사본의 하나인 오스마 베아투스에는 <개구리>를 그렸다. 용과 짐승과 거짓 선지자 입에서 나오는 붉은 색과 노랑색으로 장식한 삽화를 보면 더러운 영이라고 표현한 개구리가 실감나게 부각되어 있다.
개구리는 원래 유대인들이 식품으로는 금기시하는 동물이며 이 더러운 영들이 놀라운 이적을 행하여 영웅처럼 행세한다. 말세에는 거짓 선지자들이 백성들을 현혹하여 사탄에게 경배하는 용과 짐승들과 연합전선을 형성하여 하나님의 큰 날에 어린 양과 하나님을 대적하는 마지막 일전을 대비하기 위해 세상 왕들을 모아서 결속시킨다.
여기서 하나 밝혀둘 것은 우리나라 일부에서는 ‘동방의 왕’들을 그리스도라 해석하고, 적그리스도를 나타내는 ‘짐승’은 로마교황을 가리킨다고 단정하는 입장들도 있다. 이는 계시록의 양면성, 즉 역사성과 예언성의 균형된 해석을 강조하는 전통적 세계 주류 신학과 한국 개신교 정통 학자들의 해석과는 다른 주장임을 밝혀둔다.
■계시록의 7복 중 셋째 복(福)
“보아라, 내가 도둑처럼 올 것이다. 깨어 있어서 자기 옷을 갖추어 입고, 벌거벗은 몸으로 돌아다니지 않으며, 자기의 부끄러운 데를 남에게 보이지 않는 사람은 복이 있다. 그 세 영은 히브리 말로 아마겟돈이라고 하는 곳으로 왕들을 모았습니다.(계16;15-16)
요한은 하나님의 재림과 아마겟돈 전쟁이 어떤 전쟁인가에 대해 직접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그 경고를 기록하였다. 주님은 세상 마지막에 사탄의 세력과 치루는 마지막 전쟁이 끝나면 도둑처럼 불시에 재림하신다. 그러므로 그 결전의 시기에는 성도들이 부끄럽지 않는 모습으로 깨어 있어야 한다.
깨어있는 사람은 ‘복이 있다’고 하였는데 이는 요한계시록에서 하나님이 말씀하신 일곱 가지 복(7복) 중 셋째 복이다. 첫째 복은 “이 예언을 읽는 사람과 듣는 사람과 지키는 사람(1:3)”이며, 둘째 복은 “주님 안에서 죽는 사람들(14:13)”이다. 나머지는 뒤에 나온다.
■아마겟돈(Armageddon) 전쟁
아마겟돈 전쟁이란 용과 짐승과 거짓 선지자의 더러운 세 영이 온 세계의 왕들을 아마겟돈으로 모아서 세상이 전쟁의 도가니가 되는 전쟁이다.
사도 요한이 말한 아마겟돈은 히브리 말이며, 헬라어로는 ‘므깃도의 산(Har-Megiddo)’이란 뜻이다. 므깃도는 구약시대에 엘리야 선지자와 바알신의 거짓 선지자들 사이에 대쟁투가 벌어졌던 갈멜산의 북편 평야에 위치한 고대도시이다. 이 지역은 이집트에서 다마스커스를 지나 유프라테스로 가는 큰 길의 요충지로서 요시아 왕이 이집트의 바로 느고와 접전하다 전사하는 등 역사적으로 유명한 전쟁터이다
선지자 에스겔은 종말에 곡과 마곡이 하나님의 백성과 싸울 곳도 ‘이스라엘의 산’이라 하였는데 바로 이곳이다. 다라서 아마겟돈은 그리스도 재림 직전에 있을 하나님과 사탄의 군세, 동방에서 오는 왕들과 온 천하 임금들 간의 최후 결전장을 상징하고 있다.
역사적인 고도 므깃도는 대결전장이 될 만큼 넓은 평원이다. 지금은 폐허가 되어있지만 이곳이 언제 다시 전쟁터가 되는지 성경학자들이 주시하는 가운데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폐허가 된 도시 저 멀리 어렴풋이 갈멜산이 보이고 바로 옆에는 이스라엘 최북단의 큰 도시 하이파로 가는 고속도로가 보인다.
아마겟돈전쟁에 대한 대접재앙을 놓고 전쟁 상대와 전쟁터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였다. 지금으로부터 약 150년 전에는 이슬람 문화권인 터키제국과 기독교 국가들 사이의 최후 전쟁으로 해석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의 냉전시대에는 소련이 이스라엘을 침공하여 무신론 공산주의와 기독교 국가들 사이의 최후 대결전이 아마겟돈전쟁으로 해석되기도 하였다. 이 두 번의 문명과 이념의 결전장은 므깃도를 비롯한 중동지역이라고 생각하였다.
종말의 아마겟돈전쟁은 특정세력간에 이스라엘 땅에서 싸우는 전쟁이 아니라 실제로는 사탄의 거짓 종교 세력에 미혹 당한 적그리스도 국가 상호간에 분열과 배신으로 가공할 무기로 서로를 망하게 할 전 세계적 전쟁이다. 이것은 영적으로 볼 때 결국은 ‘어린 양’ 그리스도의 군대가 승리하여 현세가 막을 내리는 전쟁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