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당’ 스위치 누르니, 3분 만에 ‘체육관’으로 변신

주사랑교회 이선학 목사의 110평짜리 소통법

지난 2일 수요일 부천 여월동 주사랑교회 예배당. 여느 교회라면 강단 위의 십자가만 불을 밝힌 채 침묵이 흐를 오후 3시. 하지만 주사랑교회 예배당은 시끌벅적했다. 110평 규모의 예배당에는 강대상 대신 배드민턴 코트와 탁구대가 놓여 있었고, 10여명의 지역 주민들이 땀을 흘리며 운동을 하고 있었다.

주사랑교회는 지난 2008년 교회를 신축하면서 예배당을 체육관으로 개방했다. 지역 주민들이 언제든지 교회에 와서 운동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이선학 담임목사(57)는 “하루에 평균 50~60명의 주민들이 이곳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선학 주사랑교회 담임목사는 “지역사회와 교회간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어 서로 하나되게 하는 목회를 하고,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교회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 박현우 기자

“교회의 존재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했죠. 세상을 섬기고, 세상과 소통하는 교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럼 어떻게 섬기고 소통할 것인가? ‘주민들이 찾아오게 하고, 필요를 채워주자’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스포츠를 떠올렸고, 교회 설계부터 체육관 형식을 빌려 지었어요. 처음엔 교인들이 걱정했죠. 하지만 건축이 완료되고 보니 지금은 다들 잘한 결정이었다고 합니다.”

주사랑교회는 300평 넓이에 3층 높이로 건축됐다. 교회 지하 2층에 위치한 예배당은 단 3분 만에 체육관으로 변신한다. 스위치 전원을 켜면 176석의 의자가 한번에 접히는 수납식이다. 지역 주민들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십자가탑은 일부러 높이 세우지 않고, 교회 건물 벽면에 눈에 띄지 않게 달았다.

“이 지역은 무당집이 많아요. 긴 대나무에 깃발이나 장식을 달아 놓잖아요. 십자가가 마치 그런 장식물로 비쳐질 것 같아 일부러 십자가탑은 높이 세우지 않았어요. 거부감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였죠.”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지난 2009년 입당예배를 드리고 예배당을 개방했지만 지역 주민들 중 교회를 찾는 이는 별로 없었다. 무료라고 적극 홍보해도 교회의 문턱을 밟는 발걸음은 늘어나지 않았다.

“아, 그 때 깨달았어요. 지역 주민들 안에 교회에 대한 불신과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구나’라는 것을요. 교회 시설을 이용하면 여기 교회 등록하고 다녀야 하는 것 아닌가’ ‘내가 받았으니 교회에 뭔가 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마음이 그들 안에 있었던 거죠.”

▲주사랑교회 외관(위), 주일예배 시 예배당(왼쪽), 평일 체육관으로 이용 시 예배당(오른쪽)이다. 이선학 목사는 교회 건축 관련 책 6권을 독파하고 자신의 목회철학을 교회 건물에 담았다. 그는 세상과 소통하는 교회를 만들고자 지역 주민들에게 예배당을 체육관으로 개방했고, 십자가탑은 일부러 달지 않았다. ⓒ 주사랑교회 제공

이런 현상을 지켜보면서 그는 “그 동안 한국교회가 너무 ‘우리들만의 천국’을 추구하면서 교회의 문턱을 높였고, 그 결과 이처럼 사회와 멀어지지 않았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교회와 지역간 장벽을 무너뜨리고 싶었다. 이 목사와 주사랑교회 교인들은 지역 사회를 더 열심히 섬겼다. 조건 없이 예배당을 체육관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것은 물론, 정기적으로 음악회를 열었다. 주변 청소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열심히 지역을 섬기다 보니 좋은 소문이 난 것 같아요. 그래서 지난해에는 70명이 자연스럽게 등록교인이 됐어요. 주사랑교회 교인들 모두 ‘와, 이제야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구나’라면서 기뻐했죠.”

'처음 예배당을 체육관으로 개방하자'는 제안을 하고, 교회 신축을 시작했을 때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보다 하나님께서 나를 쓰신다면 잘 될 것이라는 생각이 앞섰어요. 목회자는 하나님이 쓰시는 도구에 불과하다는 믿음이 있었죠.”

이 목사가 꿈꾸는 교회의 모습은 무엇일까? 그는 “하나님을 미소짓게 하는 교회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지역 사회와 함께하는 교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교회 신축 때문에 빚을 많이 졌는데, 빚을 다 갚는 해부터 교회 재정을 이월하지 않으려고요. 교회 헌금은 모두 지역 사회에 환원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새해 교회 재정을 0원에서 시작하는 것이죠.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 에필로그

이선학 목사의 아버지는 기독교대한성결교회 고 이만성 증경총회장이다. 그의 아버지에 대해 물었다. “굉장히 엄격하신 분이셨죠. 그리고 교회를 사랑하시는 마음과 정직하고 투명한 목회로 존경을 받으셨어요. 아버지의 그런 신앙적 유산을 물려 받아서인지 교회 재정은 절대 허투루 쓰지 않아요.” 신앙적 유산 외에 아버지로부터 받은 물질적 유산은 ‘목양일념’이라고 적힌 현판, 단 하나밖에 없다고 했다. “새로 지어진 교회를 보지 못하고 떠나셔서 아쉽죠. 아마 아버지께서 살아 계셨더라면 지금 교회 모습을 보시고 무척 기뻐하셨을 것 같아요.”

#이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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