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돕는 북미주 교회들의 온정, 모독으로 돌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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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기독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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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수 목사의 북한 체제 전복 혐의 인정 영상에 오히려 분노의 목소리

한인교회 대북 지원 관계자들 "이번 사건 계기로 무분별한 대북 지원 개선돼야"

▲토론토 큰빛교회 임현수 목사 ©자료사진

[미주 기독일보] 북한에 억류 중인 임현수 목사가 북한의 체제 전복 혐의를 인정하는 기자회견 동영상과 봉수교회 회개 동영상이 최근 잇달아 북한 매체들에 의해 공개된 것과 관련, 현재 북미주 한인교회들은 이번 사건을 그동안의 일방적이고 무분별했던 대북 지원에 대한 경종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임현수 목사는 식량 문제로 북한 사람들이 극심한 고통을 당하던 소위 '고난의 행군' 시기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110여 차례 북한을 방문해 인도주의 구호 활동을 펼치며 '북한 선교의 대부'로 일컬어지던 인물임에도 북한 당국에 의해 억류돼 결국 굴욕적으로 북한 당국에 사과하는 내용의 영상까지 북한 매체를 통해 공개되자 그동안 북한을 인도적으로 도와왔던 교회들 사이에서는 "배은망덕하다"는 정서가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7월 30일 임현수 목사가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체제 전복 활동 등의 범죄 혐의를 인정했다고 전하며 당시 기자회견 동영상을 공개했으며, 북한 대남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TV'는 3일 임현수 목사가 2일 봉수교회 주일예배에서 국가전복 음모를 회개하는 영상을 방영했다.

기자회견 영상에서 임현수 목사는 "북한 최고존엄과 체제를 중상 모독하고 국가전복 음모 행위를 감행했다"고 말했으며 봉수교회 회개영상에서는 "나는 공화국의 최고존엄을 헐뜯고 제도를 전복하기 위한 반국가 음모행위를 감행했다"고 밝히면서 북한에 사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현재 임현수 목사 관계자들과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매체에서 공개한 영상에서 임현수 목사가 "미국과 남조선 당국자들이 줴쳐대는", "공화국에 대한 이러저러한 지원의 명목으로 각지를 돌아친 것" 등의 북한식 표현을 사용하는 부분에 대해 지적하면서 북한 당국에 의해 강압된 기자회견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임현수 목사와 함께 북한 선교 등에 동참해 왔던 한 목회자는 "임현수 목사가 북한 당국의 고문 등에 굴복한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임현수 목사가 아직 억류 중인 상황에서 많은 말을 할 수는 없지만 북한이 이런 형태로 임현수 목사를 망가뜨리는 것은 임현수 목사를 통해 북한을 도왔던 많은 교회들을 모독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국교회연합(대표 양병희 목사)은 북한이 체제 홍보를 위해 그동안 자신들을 돕던 목회자의 신앙 양심마저도 훼손한 데 대해 분개했다. 한국교회연합은 성명을 통해 북한 당국에 대해 "자신들의 체제 선전을 위해서라면 종교인의 신앙 양심마저도 함부로 훼손하고 왜곡하는 데 대해 다시 한번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임현수 목사의 봉수교회 참회 영상과 관련, "비록 그들이 종교의 자유를 대외에 선전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는 위장 교회라 하더라도 교회는 교회"라면서 "그런 곳에서 자신들을 위해 헌신 봉사해 온 목사를 세워 신앙적 배교와도 같은 체제에 대한 충성맹세를 하게 했다는 것은 그들 스스로 비인간성을 천하에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언제 또 억류될 지 모른다" 한인교회들 대북 지원에 강한 회의감 표출

대북 지원 활동가들이 북한에 억류되는 사건들은 그동안 간헐적으로 있어 왔으나 특히 김정은 정권 이후에는 임현수 목사와 같은 억류 사례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점에 교회들은 주목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2013년 10월 중국 단동에서 김정욱 목사를 북한으로 유인한 후 '국가정보원의 첩자'라면서 무기징역형에 처했으며 2015년 3월에는 김국기 목사와 최춘길 씨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무기징역에 처했다.

이에 한인교회들 내에서는 이번 임현수 목사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무분별하게 이뤄졌던 대북 지원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북미주의 대표적인 북한 돕기 사역자 임현수 목사의 굴욕적 충성 맹세는 그동안 그를 통해 북한을 도왔던 한인교회들에 던져주는 충격이 더욱 크다.

이와 관련, 토론토 세계선교교회 김대겸 목사는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수많은 돈 갖다 주고 뺨 맞는 것 아니냐 그런 얘기들이 나온다"면서 "체제전복이니 그런 식으로 목사한테 누명을 씌워가지고 그러는데 그 동안 110번 다니면서 수고한 것이 다 어디에 갔는가"라며 북한 당국에 대한 분노와 북한 돕기에 대한 회의감을 나타냈다.

실제로 북한에 대한 교회들의 인도적 지원은 천문학적 규모로 이뤄지고 있다. 서울신학대학교 박영환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1995년부터 2008년까지 민간 및 정부 차원에서 이뤄진 무상 지원 규모는 2조2천50억원으로, 이 중 한국교회의 직접 지원과 성도로 구성된 민간단체들의 지원을 통합하면 약 90%에 이른다.

그러나 이 같은 통계에는 해외 한인교회들의 지원 활동은 집계되지 않은데다 북한 출입을 명목으로 현지에서 현금이 사용되는 경우들이 있어 한국교회를 비롯, 해외 한인교회들을 통해 북한에 지원되는 금액을 합치면 더욱 그 규모가 커지게 된다. 개 교회의 활동이 자유로운 개신교의 특성상 교회들의 북한 지원 활동에 대한 특별한 보고 의무가 없다는 점은 교회 차원에서 이뤄지는 천문학적 규모의 북한돕기 사업이 향방없이 분산될 우려를 낳고 있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이와 관련, "북한 정권이 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를 겪으며 외부로부터의 지원이 절실해져 해외 동포들을 포섭해 선교 등 인도주의 명목으로 현금, 식량, 선진기술 등을 끌어 모았다"면서 "특히 한국 교계와 미주 한인교회에서 보여주기식 대북지원으로 평양으로 흘러들어간 자금이 지금까지 정권 유지에 사용됐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무분별한 대북지원은 북한 간부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 정권유지 능력과 시장 통제력만 강화시켜 결국 주민 생활고를 악화시킨다"고 말했다.

그동안 뉴욕지역 중심으로 북한 선교에 관계했던 한 목회자는 "임현수 목사가 북한 체제 홍보에 악용되는 사례를 볼 때 교회들이 북한을 출입하며 사용하는 현금 등이 공작금 등의 누명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심할 경우 임현수 목사의 사례와 같이 억류돼 악용될 가능성도 이제는 배제할 수 없다"면서 교회들의 대북 지원 활동에 주의를 당부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미국 시민권자가 북한 출입이 자유롭다는 점을 악용해 북한이 적극적으로 미국 국적의 교인들을 북한으로 초청하려는 상황에서 미주 한인교회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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